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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大 한국어학과 교수(16)

몸으로 글 읽기



선친은 42년 간 교직에 몸담고 계셨다. 방학이면 어김없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한 보따리 안고 오셨다. 평소에 책 읽기를 좋아하던 터라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고 또 읽었다.

졸업할 무렵이 되니 작은 시골학교 도서관의 책은 더 이상 읽을 것이 없었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정글북 등이 그 시절 즐겁게 읽은 책들이다.

자유교양 경진대회라는 것도 있어서 논어나 소학도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들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읽은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줄 알고 좋은 글귀는 늘 메모해서 실천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5학년 때 논어에 나오는 글 중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는 글이 왜 그렇게 몸에 전율을 느끼도록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그 이후로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절대로 남에게 시키지 않았다.

공부하던 시절에 느낀 것이 있어서 지금도 실천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나보다 젊은 사람, 나보다 호봉이 낮은 사람, 대학원생과 강사들 등쳐먹지 않기’가 그것이다.

지금은 김영란법으로 이것도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의 제자 중에는 밥 먹고 나서 먼저 밥 값 내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이미 학교 다닐 때 단련(?)이 됐기 때문이다.(물론 졸업한 지 오래 되어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제자가 밥을 산다면 즐겨 등쳐먹기(?)도 한다)

요즘은 학생들이 교수 평가를 하기 때문에 학생들 밥을 사 줘도 안 된다고 한다. 참으로 세상이 삭막해지고 있다. 등록금 내기도 힘든 아이들 점심 한 끼 사 주는 것도 위법이라고 하니 참으로 가혹한 현실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문자가 와 있다. 중요한 것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단체 카톡방에 올라와 있는 종교나 정치적인 내용이고, 일부는 좋은 글을 수시로 보내주는 고마운 분들의 글이다.

필자가 학부에서 한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논어의 한 구절을 풀이해서 보내주는 친구도 고맙고, 선시를 가끔 씩 보내주는 벗도 고맙다.

사촌형은 늙은(?) 나이에 어디서 그렇게 좋은 글들을 가지고 오는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과 좋은 글을 보내준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좋은 글귀, 마음에 새기 길

좋은 글 함께 나누고 실천하는 사회 만들어야



참으로 좋은 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자꾸 거칠어지는지 궁금하다.

참고로 지금 막 지인이 보내 준 글을 보자.

<疾風知勁草질풍지경초>

“모진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다/어렵고 위험한 처지를 겪어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법이다./인생은 난관과 역경으로 가득 차 있고,/인간 세상은 염량세태라서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지만,/몰락할 때는 썰물처럼 바져 나가기 마련이다./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를 보면 공자의 이런 말씀이 적혀 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也/날씨가 추워진 후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집안이 가난할 대라야 좋은 아내가 생각나고,/세상이 어지러운 때라야 충신을 알아볼 수 있다”라는 글이 왔다.

아마도 요즘 세상을 잘 대변하는 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뉴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는 모두 같을 것이다. 한 사람의 욕망이 우리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다. 늘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이 오는데 세태는 각박하기만 하다.

요즘은 정말 좋은 글들로 홍수를 이룬다. 글이 너무 많아서 페이스북이나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은 내용을 읽지 않고 ‘좋아요’ 누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보내주는 친구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데 세상은 자꾸만 거칠어지는 것일까 궁금하다. 좋은 글을 읽었으면 몸으로 실천해야 할 텐데 아마도 읽고 스쳐지나가는 모양이다.

일요일만 교회에 가서 회개하는 교인처럼 하루만 교인이고 6일은 고주망태가가 된다든가, 귀로만 듣고 몸으로는 실천하지 않은 교인과 같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알면서 행하지 않으면 모르느니만 못하다(知而不行反不如不知).

좋은 글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함께 실천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글은 몸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눈으로만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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