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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17 15: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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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기술 부국의 길


필자가 어렸을 때 ‘새마을운동’을 시작한다면서 나중에 집집마다 자동차를 한 대씩 보유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냥 열심히 일 하자는 슬로건 정도로만 생각되었다. 그 당시에는 우리 동네에 차가 1대 있을까 말까 하던 시절이라 전혀 믿어지지 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017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자동차 2,250만대가 등록되어 있으니, 인구 2.3명당 1대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리고 유난히도 더웠던 1994년에는 학교와 집에 에어컨이 없었고, 열대야에 밤잠을 설치다가 더위를 먹어 1주일가량 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사무실과 강의실에 에어컨이 있어 더운 여름이 와도 걱정이 없고, 10년 넘은 SUV 자동차의 성능도 좋아서 예전에 비해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와 같이 자동차를 비롯한 다방면에서 생활을 안락하게 하기 위한 에너지의 사용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내연기관이 나오기 전에 마차가 주된 수송수단 이었을 때 말의 분뇨로 인한 대도시의 악취가 심각하였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냄새를 줄이기 위하여 건물의 1층을 도로보다 반 층 정도 높게 만들기도 했었다.


내연기관이 처음 선보이면서 분뇨로 인한 악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이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으로 남는다. 현재 우리가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대부분 100마력이 넘고, SUV의 경우에는 200마력이 넘는 힘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 자동차의 성능이다. 필자가 시내에 가거나 이동할 때 말 200마리를 몰고 가는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마력’은 건장한 말 1마리가 낼 수 있는 힘의 단위이니, 도로 위에 있는 자동차를 말로 환산하면 어떻게 될까? 말이 도로를 꽉 채우다 못해 몇 층으로 쌓아야 할 정도의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우리는 편안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대부분의 에너지를 얻고 있으며,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0만년을 주기로 200∼300ppm 범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400ppm을 넘어서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이 중에 1/1,000,000 정도의 에너지만 전기로 바꾸어도 인류가 사용하는 전기를 충당할 수 있다. 우주에서 들어오는 에너지의 30% 정도는 반사되어서 다시 우주로 나가야 하는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반사되는 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하여 갖고 있는 담요 역할을 하게 되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극이 따뜻해지는데 왜 지난겨울에 겪었던 기록적인 기습한파가 전 세계를 힘들게 했을까? 과학적으로는 제트기류의 교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제트기류는 지상 10km 높이에서 100∼200km의 속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으로 지구의 대기를 섞어주는 순기능이 있다.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제트기류의 도움을 받아 11시간 정도에 갈 수 있지만, 반대로 한국으로 올 때는 13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제트기류의 영향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북의 35도 정도에 위치하지만, 여름에는 북위 50도 부근에 형성된다.


일반적으로는 북극의 강한 한파가 제트기류라는 커튼에 막혀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에 북극은 찬 상태로 유지되고, 제트기류의 남쪽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기후를 유지할 수 있다.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지역 간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 힘을 얻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 제트기류의 동력이 약화되어 부분적으로 커튼의 기능이 줄어든 지역으로 북극의 한파가 직접적으로 내려오면 미국이나 우리나라가 겪은 기습적인 한파가 들이닥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구온난화에 의해서 지역적으로 작은 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편안한 생활을 누리기 위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최근에 대량으로 발견된 ‘셰일가스’ 덕분에 유가가 몇 년 전과 같이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부존양이 확인된 셰일가스의 개발은 앞으로 50년 이상 세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기체 화석연료의 사용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에너지원인 셰일가스는 암석 사이사이에 조금씩 포함되어 있는 메탄을 추출하는 것으로 수평시추와 수압파쇄법이 개발되어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우선 땅속 수 km 까지 수직으로 시추한 다음에 가스를 함유하고 있는 셰일 층을 만나면 수평으로 방향을 바꾸어 시추한다. 이와 같이 시추한 파이프에 500∼1,000기압으로 강력하게 물을 쏘아서 셰일 층을 파쇄하고 조금씩 갇혀있던 가스를 모아서 꺼내는 방법으로 생산한다. 우리가 평생 쓰고도 남을 정도의 막대한 양이 있고 석유와 상호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유가급등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고, 사용하기도 편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화석연료를 마음껏 사용하는 혜택을 누리는 세대인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환경적인 문제도 감내해야 될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 심각한 환경문제 야기
세계 환경규제 대안, 수소에너지 부각


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신에너지로 연료전지가 각광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태우는 것이 아니고, 공기 중의 산소와 전기화학적인 반응을 통하여 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내연기관에 비하여 효율이 2∼3배 정도 높고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수소 제조 방법으로는 도시가스인 메탄과 물을 반응시키는 steam methane reforming(SMR)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메탄 1분자와 물 2분자를 반응시키면, 수소 4분자와 이산화탄소 1분자가 나온다. 여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고순도이기 때문에 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만드는 공정으로 보낼 수도 있다.


SMR 공정으로 수소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내연기관에서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얻는 공정에 비하여 반도 안 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우수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를 만들기 위한 발전과 자동차에 사용되는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 배출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대도시 공해의 반 정도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원인이라는 자료도 나와 있다.


내연기관은 화석연료인 탄화수소 혼합물을 공기 중의 산소와 태워서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환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구동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불완전 연소에 의해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태우는 과정의 높은 온도로 인해 질소산화물도 배출하게 된다.


질소산화물은 여름에 가끔 발효되는 오존주의보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휘발유, 디젤, LPG와 CNG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내연기관은 태생적으로 이와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게 된다.


일반 승용차가 1km 주행하는데 140g 내외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는 100g 정도로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2025년에 유럽을 시작으로 배기가스 규제가 75g 이하로 적용되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2025년 노르웨이, 네덜란드, 2030년에는 독일과 인도에서 내연기관자동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있고,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추세가 전개되고 있다. 수소나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공해 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차와 같은 저공해 자동차의 개발이 앞으로는 자동차 회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몇 년 전에만 해도 클린디젤이라는 자동차를 혜택까지 주어가며 보급량을 늘린 적이 있다. 디젤은 휘발유에 비해 열량이 높아 힘이 좋지만,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고, 연소온도가 높기 때문에 질소산화물을 발생시켜 오존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는 디젤차를 능가하는 힘도 있으면서, 공해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우수한 성능의 차세대 자동차이다. 지난 3월에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2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가 일주일 만에 1,000대 넘게 예약이 되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빨아들인 공기에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과 같은 공해물질의 99% 이상을 깨끗하게 걸러낸 공기를 배출하게 된다. 수소전기차 1대를 운행하면 성인 40명이 호흡하는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수소’하면 어떤 분들은 안전을 걱정하고 심지어 수소폭탄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다. 자동차는 충돌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100%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수소전기차가 LPG를 사용하는 택시보다는 안전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연구결과로 나와 있다.


그리고 수소폭탄은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이다. 우리가 있는 지구에서 수소폭탄이 터지려면 1억 도의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게는 원자폭탄을 터트려서 얻은 1억 도로 수소폭탄을 작동시킨다.


게다가 수소폭탄에 들어가는 수소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소가 아니고, 특수한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사용하여야만 한다. 그러니까 수소전기차와 수소폭탄에 수소라는 말이 같이 들어가지만, 실상은 100% 완전히 다른 개념인 것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탄소가 없는 수소에너지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전기와 같이 원재료에서 우리가 사용하기 편리한 형태로 변환한 2차 에너지에 속한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에너지의 대규모 저장을 위해 수소가 사용되어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사이클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우리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편리한 생활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둘째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태워서 얻는 에너지의 일부라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면 지구의 몸살을 다소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고, 우리의 환경도 보존하여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부국을 부러워하기보다는 기술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부국의 길로 들어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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