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3-19 14:00:13
  • 수정 2019-03-19 14:03:46
기사수정
신소재경제와 3D프린팅연구조합은 국내 산학연 관계자 43명과 함께 지난 2월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상하이 SNIEC에서 열린 세계적인 적층제조 전문 전시회인 ‘TCT 아시아 2019’를 참관하고 현지기업인 테크진(Techgine)을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 스마트화와 부품 수입대체 등을 목표로 자국의 우주항공, 방산, 중공업 등에 3D프린팅 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TCT 아시아는 3D프린팅에 필요한 요소 부품과 기술이 모이는 세계적인 비즈니스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본 중국의 3D프린팅 기술과 산업은 선진국을 위협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참관단을 구성하게 된 배경 중 하나도 우리와 같은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어떠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배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참관단의 연재기고를 통해 세계 3D프린팅 트렌드를 살펴보고 적층제조시대에 우리가 준비해야할 점을 진단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 연재순서
(1)폴리머&플라스틱 어플리케이션 확대(조좌형 ㈜자이브솔루션즈 주임)
(2)3D프린팅용 금속분말 이슈(구용모 주식회사 창성 부장)
(3)세계 3D프린팅 트렌드와 인력양성 방향(신진국 전품연 3D프린팅사업단장)



미래산업 투자,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다



▲ ‘TCT 아시아 2019’를 참관한 학생들과 중국 3D프린터 기업에 방문했다.(左부터 단국대 박희정, 전북대 강길양, 신진국 단장, 울산대 유승민, 울산대 이동완)


지금까지 ‘TCT 아시아 2019’를 참관한 전문가들이 각 요소기술에 대해 다뤘다면 본 고에서는 시각을 바꾸어 인력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느낀 소회를 적어본다. (편집자주- 신진국 단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 신소재 기반 3D프린팅 전문인력양성 사업’(2018~2023년) 총괄책임자로, 이 사업은 의료·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제조혁신에 기여할 3D프린팅 관련 핵심·응용기술을 가진 석·박사급 R&D 전문인력을 연간 40명씩 양성하고 취·창업으로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정보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리라


2014년 4월 우리 정부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발전전략을 통하여 3D프린팅 기술개발, 인력양성, 인프라, 제도마련 등의 4대 분야 정책을 수립한 이후로 국가로드맵의 수립, 기업간담회 및 크고 작은 정책을 고민하고 시행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력양성이라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도 또 정책적으로도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나하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공급자 입장에서는 TMI(Too Much Information)라 부를만큼 정보와 인맥이 넘친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혼선이 생길 정도이다. 그러나 기술수요자 입장에서는 특히 해외 정보나 국내 기술개발 정보, 동향 정보 획득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 특히 지방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나 전문가를 알고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일반적인 기술, 시장 정보이거나 맞춤형 정보이거나 기업이 보다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해야 제조업의 혁신도 가능하고 중소기업의 역량강화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정보는 강물처럼 흘러야 하고 교육사업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정보의 문턱을 낮추는 일에 상당한 노력을 해야함을 이번 계기에 다시한번 느꼈다. 저변확대라는 거창한 단어를 불러오지 않더라고 사람들은 늘 새로움에 노출되어야 비로소 새로워진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제조업은 좀더 새로워져야 한다.


정부와 기업만의 정보 소통뿐 아니라 학계 내에서의 정보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예를 들면, 2013년 2월경 정부의 3D프린팅 로드맵에 대해서 고민을 하며 전주에서 올라오고 있는 길이었다. 그 때 동행했던 사람과 정량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곧 도달해야할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우리는 100배 빠른 프린터를 제일 첫 과제로 꼽았다. 그 다음달인가 기사에 Carbon 3D의 클립(CLIP)이 게재되었다. 말 그대로 백배 빠른 광중합 프린터로 언론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큰 투자도 받았다.


왜 우리는 못하고 저 사람들은 하는지 궁금하고 안타깝고 그랬다. 클립의 발명자는 화학을 전공한 데시몬이라는 교수인데, 광중합 프린터의 원리중 산소가 관여하는 광중합 반응의 원리를 보고 이를 산소투과창을 채택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공정을 줄여 속도를 올린 것이다. ‘Radical Quenching’이라는 부르는 이 현상은 화학전공자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한다. ‘우리는 왜 이와 같은 것을 못했느냐’라고 자책한다면 첫번째 우리는 그들만큼 오래 진작부터 심각하게 고민을 안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두번째는 끼리끼리 고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계전공 5명의 박사가 모인다고 Radical Quenching이라는 단어가 나오겠는가. 화학전공 학부생 1명만 같이 이야기했어도 나올만한 지적인데도.


우리는 유독 학문간의 산업간의 벽이 높다. 화학과 교수와 물리과 교수는 죽을 때까지 단어 하나 서로 섞지 않는다. 그러나 애초 자연에는 그 경계가 없다. 인간이 물리와 화학으로 나누었을 뿐이니 서로 융합하지 않는 한 자연 앞에서 무능해진다. 작은 기업은 국내 유명한 과학자와 대화할 기회는 커녕 그런 사람의 존재조차 모른다. 우리는 서로 특정한 무엇인가에 서로 갈증이 나 있는 상태이면서도 정작 그 갈증을 느끼거나 해결하거나 하는 감각과 방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하다.


이는 서방은 날틀에서 항공모함으로 발전한 세계임에 비해 우리는 첨단 과학의 기술을 어느 날 갑자기 받아들였기 때문에 과정이 주는 답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다. 사회적 학습이 전혀 되어 있지 않기에 산업이 변하고 추격형 기술이 한계에 부딪히면 이를 돌파할 사회적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First Mover는 늘 공허한 구호로만 존재해왔다.


귀국한 이후 2주 가량, 3D프린팅에 대한 갈증은 있으나 손 내밀 곳이 마땅치 않았던 어떤 절단절곡 임가공기업인의 그 엄청난 열정에 놀라면서 멘토링하고 있다. 내 주변에는 TMI처럼 많은 정보와 인맥, 자료들을 주고 질문에 상담을 해주면서 나름 보람도 느낀다. 이런 기업들이 꽤 많기에 보다 체계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고민하고 계획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4월이 되면 수천명의 유저(USER)가 모여서 유저컨퍼런스를 한다. 무림의 논검대회 격인데 여기서 실전 무공은 아주 깊게 소통되고 숙성되어간다. 언젠가는 우리도 이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업에는 응병여약(應病與藥)의 처방이 필요하고, 학문은 그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며, 정보는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이것이 첫번째 소회이다.


산학연 교류·기업 및 청년 소통·이공계 대학원 경쟁력 강화 시급

3D프린팅 통한 산학 협력 가능성 확인, 연결고리 역할 매진


■ 겨자씨 하나만한 신뢰, Seed Project는 청년과 기업의 접점


어마어마한 아름드리 거목도 애초엔 작은 씨앗이었다. 겨자씨만한 믿음 하나만 있어도 기적이 일어난다는 성경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작년 한해 우리사업단의 4개 대학(전북대, 울산대, 산기대, 단국대)과 손잡고 수십개의 기업들과 산학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대학원생들과 기업들이 서로 관심이 있는 작은 주제를 선정하여 씨앗형 과제(Seed Project)를 해보자는 취지였고 사업단에서 재원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반응이 좋다. 기업은 묻지마 협력이 아니라 좋고 학생은 뭔가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김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펌프에 대한 문제를 발굴하여 이를 3D프린팅으로 해결하려는 산기대 학생이 있어 큰 칭찬을 해주었다. 그 문제를 해결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문제를 발견해내는 일, 즉 이슈를 도출해내는 일 자체가 큰 재능이기 때문이다. 작년 처음으로 서울대 공대 대학원이 미달이 되었다. 워라벨·갑질·미투·취업난 이런 이야기가 막 나오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갑자기 교수님은 사라지고 글 선생만 남은 느낌이다. 사제지간이라는 우리 사회의 무형의 막대했던 자산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우리는 급격히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공계 대학원은 기술 강국을 꿈꾸는 나라, 기술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는 흥망의 바로미터이다. 눈에 띄게 약해지는 이공계 대학원의 위상, 그 속에서 일개 글 선생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좁혀가는 대한민국의 교수와 완전히 대조적인 교수를 상하이에서 우연히 만났다.


중국 3D프린팅의 2대 거두라고 알려진 J 교수라는 분은 상해에서는 꽤 유명한 대학교의 교수이고 나보다 연배는 2-3살 위로 보였다. 10년간 3D프린팅을 연구했으며 지금 창업한지 3년된 중국 3D프린팅 기업의 창업 CTO로 일하고 있다. 메이저 업체가 출시한 장비 라인업을 모두 출시하였으며 1KW 레이저 4개를 제어하는 자칭 세계최대 출력의 1500mm 크기의 완전연속 분말공급장치를 붙힌 3D프린터(실지로 보면 건물 느낌이다)를 만들었다. 올해부터 장비 판매에 들어간다. 연구한 내용을 자세히 들려주고 서로 논쟁도 좀 했지만 정말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분이셨고, 휘하에 수십명의 학생과 연구진이 서포트한 듯한 데이터들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막강하였고, 나름 국방쪽 응용도 염두에 둔 중국 정부의 복안 정도로 보였는데 정작 본인도 보안문제로 접근 못한다고 하였다.


냉정하게 연구자로서 J 교수와 경쟁하면 이길 자신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기업을 만들고 제품을 만들고 점점 메이저 기업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몇년만 지나면 BLT社처럼 우리가 감히 명함도 못 내미는 강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와 이 교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러한 힘은 어디서 나올까. 지방대 이공계 대학원은 거의 멸종 수준이거나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뭔가 심각한 대조를 드리우고 답답하게 목을 조여온다. 이 바로미터는 바로 우리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조만간 제조업 강국, 영토소국이나 기술강국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정작 기업과 청년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듯 하지만, 견우와 직녀처럼 누가 오작교를 깔아주어야만 만난다. 기업이 꿈꾸는 청년과 청년이 꿈꾸는 기업은 거의 안드로메다 수준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힘을 받을 수가 없다. 이 놀라울 정도로 심각한 인식의 차이는 우리 사회에 큰 짐으로 남을 것이다. 기업과 취준자의 인식의 갭은 세대 간의 갭보다 적어도 더 크거나 같다.


작지만 씨앗 몇 개를 올해도 던지겠다. 5년간 총 100개의 씨앗을 던져 우리 사회에 100개 오작교를 만들어야겠다. 청년과 기업의 가교, 공통의 관심사이면서 작은 변화의 중심이 되기를 더 늦기 전에 되기를 제발 희망한다. 우리 대학원생들이 산학 프로젝트를 스스로 제안하기도 하고 기업의 제안을 해석하고 풀어가기도 하면서 기업의 충실한 보이스카웃이 되기를 바란다. 외국은 이렇게 하여 수많은 커팅엣지 테크놀러지가 나왔다. CLIP, 탄소섬유 3D프린터, 데스크탑 메탈, 풀 칼라 3D프린터, LCD 3D프린터, 휴대폰 3D프린터, 바스트의 Ultrafuse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충분히 따라가거나 앞서갈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눈뜬 채로 당하고 있는 이 현실이. 과제하나 기획해서 수주하는데만 몇 년이 걸린다. 이미 특허 싸움에서 끝난 일이 된다.


■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아니 피는 꽃은 없다, 비즈니스 모델은 현장에서 발굴해야


필자가 좋아하는 H 에어로 스페이스社 엔지니어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존의 방법으로 가공하던 나는 자꾸 예전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부가식 제조인 3D프린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꾸 절삭, 단조, 주물로 접근한다. 아예 다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젊은 사람이 필요하다. Additive Mind를 가진 이가 필요하다” 라고.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부가적인 마인드를 가진 젊은이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부가적 마인드를 배운 젊은 과학도들은 현장을 모른다. 수십년간 현장에 살며 그 바닥을 손금보듯하는 그러한 내공은 없다. 누군가 물었다. 어떤 사람을 키울려고 교육단을 운영하느냐고. 난 대답했다. “내 제자 중에서 2명이 GE항공의 LEAP 엔진에 들어가는 연료노즐을 발견한 것처럼 그런 비즈모델을 찾는다면 난 훈장을 받아야 한다”라고. 결국 이런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나 현장에서의 시장에서의 수요에서의 답은 오랜 기간 그 곳에서 내공이 축적된 사람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랜 세월 내공으로 다져진 현장 어르신과 젊은 부가적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이가 완벽한 화합을 이루어내야 비로소 시장으로 가는 비밀의 문이 열린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협력과 소통의 장, 이러한 보완의 장을 통해서 많은 사회적 자산들이 서로 융합되고 상생될 때 비로소 3D프린팅의 시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니 기술융합 시대라는 그 말이 이렇게 무거운 내면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나는 염원한다. 우리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기술이외에는 살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 우리 대기업들이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기를. 우리 젊은이들이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늘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그리고 서로 강물처럼 소통하며 아름다운 생태계를 만들어가기를.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389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마크포지드 9월
프로토텍 11
디지털제조 컨퍼런스 260
이엠엘 260
서울항공화물 260
엔플러스솔루션스 2023
하나에이엠티 직사
린데PLC
아이엠쓰리디 202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