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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13 16:46:37
  • 수정 2024-05-13 17: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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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료연구원이 발행한 ‘소재기술백서’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소재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국내 유일의 소재기술백서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총 13번째 발간된 이번 백서의 주제는 ‘극한환경 소재’다. 우주·항공, 에너지, 탄소중립 등 미래 유망분야의 극한환경(초고온, 극저온, 초고압, 고부식 등)에서 사용하는 극한소재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극한소재는 대다수 수출통제품목으로, 소수의 국가 및 기업이 독점하는 상황이라 국가 간 경제보복, 패권경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소재기술백서 2021은 소재연구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줄 ‘극한환경 소재기술’을 주제로 초고온 환경용 소재, 극저온 환경용 소재, 특정극한 환경용 소재와 관련된 기술동향을 분석했다. 이에 본지는 재료연구원과 공동기획으로 ‘소재기술백서 2021’를 연재한다.



우수한 저장 및 이송 효율·안전성 등 액체수소 저장 활용 ‘극저온 특수합금’




탄소중립·수소 경제, 각광 받는 효율적·고밀도 수소 저장 방식

-253℃ 극저온 온도·취성 등 특수합금 물성 영향, 소재 역할 중요





■액체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기술



1. 기술 정의 및 분류


극저온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뚜렷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액화천연가스(Liquidfied Natural Gas, LNG) 산업이 확대되고 LNG 선박 등 관련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천연가스의 액화 온도를 극저온의 기준 온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액화천연가스 성분의 90% 이상은 메탄(CH4)이 차지하고 있으며, 메탄이 액화되는 온도가 -162℃인 점에 착안하여 일반적인 극저온의 기준온도가 -150℃로 통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극저온용 특수합금은 -150℃부터 절대영도인 -273℃ 사이의 온도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합금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극저온 환경은 액화되는 대상 물질에 따라 보다 더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액화 대상 물질별로 액화천연가스(LNG, -162℃), 액화산소(LO2, -183℃), 액체질소(LN2, -196℃), 액체수소(LH2, -253℃), 액체헬륨(LHe, -269℃)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다음 <표 1>에 주요 액화 대상 물질의 액화온도와 주요 응용분야를 정리하여 나타내었다.


이외에도 극저온에 도달하기 위한 냉각 방식에 의한 분류, 사용 냉매에 의한 분류 또는 응용 분야에 따른 분류 등 극저온 온도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분류가 있다(표 2). 이 중에서도 액화 대상 물질에 따라서는 사용 온도뿐 아니라 사용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의 관점에서 보면 액화 대상 물질별로 극저온 환경을 분류하는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


특히 본 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액체수소 환경의 경우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액체질소에 비해 극저온 온도도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수소 취성 등의 발생 가능성으로 극저온용 특수합금의 물성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소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환경이다. 최근에는 탄소중립 이슈와 함께 수소 경제, 수소 산업이 크게 대두됨에 따라 다양한 수소 저장용 소재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액체수소는 가장 효율적인 고밀도 수소저장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액체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용 특수합금 또한 매우 중요한 연구 및 산업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표 1> 대상 가스별 액화온도(대기압 기준) 및 응용 분야


▲ <표 2> 다양한 기준에 따른 극저온 영역의 분류



사실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의 관점에서는 사용 온도나 환경 등에 따라 소재를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종류의 상용 특수합금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사용 환경에 따라 소재를 선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물성 데이터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도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레스강, 알루미늄(Al) 합금, 동 (Cu)합금 등이 액체수소 저장과 관련된 극저온용 소재로 고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수한 극저온 기계적 물성과 내수소취화 특성을 동시에 보이고 있는 고엔트로피합금(High entropy alloy, HEA)이 액체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용 소재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2. 기술의 원리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소저장기술은 통상적으로 물리적 저장 방식과 화학적 저장 방식(또는 소재 기반 방식)으로 분류된다. 물리적 저장 방식으로는 고압기체수소 저장, 액체수소 저장, 극저온 가압 수소 저장 방법 등이 있으며, 화학적 저장 방식으로는 수소흡착물질을 이용한 저장, 금속수소화물을 이용한 고체수소 저장, 수소화합물을 이용한 저장 방법 등이 있다.


이들 저장 방법은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이 있으나 본 글에서는 종류별 저장방식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현재 물리적 저장 방식 중 고압기체수소 저장 방법이 수소 산업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우수한 저장 및 이송 효율과 안전성 등으로 인해 액체수소 저장 방법이 차세대 저장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본 글에서는 액체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 <그림1> 수소 저장 방식의 분류 (자료: 금속수소화물을 이용한 수소 저장, 박병홍 외,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제38권, 2020년, pp.270~277.)



수소는 1기압 일 때 -253℃ 이하에서 액화되며(그림 2), 기체 상태에 비해 액체 상태에서 부피가 1/800로 줄어들어 가장 효율적인 저장 방식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액체수소의 경우 고압기체수소에 비해 이송 및 저장 효율이 대략 2~7배 내외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수소 충전소 관점에서도 운송 효율, 충전소 부지 및 건설비용, 단위 시간당 충전 능력 등에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그림 3). 다만 액체수소 저장을 위해서는 극저온 조건으로 수소를 냉각시키고 충분한 단열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 비용 증가 등이 액체수소 저장 방법 상용화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 <그림 2> 압력 및 온도에 따른 수소의 상태도


▲ <그림 3> 액화수소와 기체수소 비교 (자료:이희주, ㈜패리티 기술연구소)



소재기술 관점에서 보면, 현재로서는 -253℃에 이르는 극저온 조건에서 활용 가능한 특수합금에 대한 극저온 물성 데이터가 부족하고, 충전소, 모빌리티 등 서로 다른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가장 효율적인 소재 선정이 가능할 수 있을 만큼의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양한 기계적, 화학적, 물리적 물성을 극저온 환경에서의 평가할 수 있는 평가기술 자체도 부족하다.



3. 극저온용 소재기술 관점에서 기술의 중요성 및 전망


물리적 방식의 액체수소 저장에 사용되는 극저온용 특수합금은 기본적으로 -253℃에 이르는 극저온 온도에 노출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온 극저온 물성은 거의 대부분 액체질소 온도(-196℃)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 액체수소급의 극저온 온도에서 물성을 측정할만한 물성 평가 기반 자체도 거의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 극저온용 소재로서 열기계적 피로, 마모 등 극저온 환경의 복잡한 소재 물성 및 평가 기반은 현재로서는 거의 찾아볼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극저온용 특수합금에 대한 이러한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대용량의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에서 극저온 취성 및 수소 취성 등으로 인해 저장 탱크의 파손이 발생하는 사례(그림 4)들이 보고되고 있다.


▲ <그림 4> 액체수소 저장 탱크의 파손 사례 (자료:Herve Barthelemy, ISO and EIGA standards for cryogenic vessels and accessories, CERN, Geneva,)


대부분의 금속, 특히 체심입방격자(Body Centered Cubic lattice, BCC) 결정구조를 가지는 금속은 극저온에서 연성-취성 천이(그림 5)를 나타내기 때문에 면심입방격자(Face Centered Cubic lattice, FCC) 또는 조밀육방격자(Hexagonal Close Packed lattice, HCP) 결정구조를 갖는 합금들이 극저온용 특수합금으로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레스강 등 FCC 결정구조를 갖는 합금들은 대부분 강도가 낮을 뿐 아니라 -253℃에 이르는 극저온 기계적 물성 데이터도 거의 공개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을 상용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에서도 개발 중인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의 응용 환경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한 소재를 적용하여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극저온에 적용할만한 소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용도 맞춤형 소재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53℃에 이르는 극저온 물성이 부족하여 일반적으로 용이하게 얻을 수 있는 액체질소 온도(-196℃)의 물성 데이터를 액체수소 온도에까지 외삽하여 추정한 물성을 사용하고 있고, 부품수명(내구성)이나 경량화, 저비용 등 상용화와 밀접한 문제는 거의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그림 5> 일반적인 금속의 연성-취성 천이 거동



1960년대부터 우주산업이 발전한 미국, 러시아 등은 액체수소 온도 수준의 극저온 기초 물성 데이터를 나름대로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성은 현재 일반에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 공개되는 극저온 물성 데이터는 극히 일부의 스테인레스강, 알루미늄합금, 니켈합금, 동합금 및 복합재료에 대한 열전도율, 선팽창계수, 영률 등 매우 기초적인 물리적 물성뿐이다.


액체수소 저장을 위한 극저온용 특수합금은 기본적으로 강도, 연성 등 극저온에서의 기초적인 기계적 물성이 요구된다. 또한, 저장 탱크의 단열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열전도성, 용기 내외부의 온도 편차에 따라 발생하는 열응력에 영향을 미치는 열팽창계수, 잦은 상온-극저온 온도를 반복하는 열 사이클(cycle)을 대변할 수 있는 열피로 및 열기계적 피로 물성 등 다양한 기계적 물성과 물리적 특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더불어 액체수소 저장의 경우 액체질소 등 여타 극저온 환경과는 달리 소재 물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수소취성(수소지연파괴) 문제가 반드시 추가로 고려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소 모빌리티의 종류나 충전소용 및 이송용 등 사용 환경에 따라 기계적 강도, 내구 물성, 경량화, 저비용 등을 고려한 용도 맞춤형 소재 선택이 가능한 수준의 다양한 극저온용 특수합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는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이 사용되는 환경 조건 및 상용화를 위한 조건 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거의 동일한 합금이 극저온용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의 효율성 및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사용 환경에 최적인 극저온용 특수합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극저온용 신소재가 지속적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더불어, 극저온 환경에서 다양한 물성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 장치의 개발과 평가 기술의 표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부품 단위의 제조 및 실증 기술도 함께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액체수소 저장은 대부분 도심 외곽에 설치된 대용량의 정치형 저장 탱크나 이송용 트레일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소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최근에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액체수소를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이 극저온 환경 외에 다양한 응력 환경에 노출되고 도심 영역에도 진출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 측면에서 효율성과 안전성 등이 확보되어야 하며, 극저온용 특수합금 관점에서는 단순한 극저온 기계적 물성 외에도 열기계적 피로, 마모 등 내구성을 판단할 수 있는 물성 데이터와 용도 맞춤형 선택이 가능한 수준의 다양한 극저온용 특수합금이 개발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그림 6).


▲ <그림 6> 응용 분야 확대에 따른 액체수소 저장 분야 소재 이슈


액체수소급의 극저온과 관련해서는 미국, 러시아 등 우주개발 경험이 풍부한 국가마저도 미래 수소 경제에 대비할 만큼 기술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기술개발 컨소시엄을 많이 구성하여 지원하고 있다. 유럽, 일본, 중국 등 후발 국가에서도 극한 소재 분야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소전기차 및 고압기체수소 충전소 등과 관련된 사회 인프라 및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비교적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주 기술 등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액체수소와 같은 극저온용 소재 및 부품에 대한 기술적 기반은 매우 미흡하다. 이를 극복함과 동시에 수소에너지 관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액체수소급의 극저온용 특수합금 소재부품에 대해서도 기초-응용-실용화의 전주기에 걸쳐 시급한 기술 개발과 기반 구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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