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시장이 앓고 있는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내년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침투율이 증가하면서 성장 둔화는 단기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 SNE리서치가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제1회 SNE Battery Day’를 개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 및 시장에 대해 소개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충전 인프라 부족, 얼리어답터의 초기 수요 완결 등의 이유로 성장세가 둔화한 상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추세가 유지되고 침투율도 계속 증가하면서 지금의 성장 둔화세는 단기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407만 대를 기록했으며, 오는 2035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해 2035년에 7천5백만 대에 이를 것이며, 이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러도 연평균 17% 성장해 2035년에 4,760GWh 수요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두연 SNE리서치 부사장은 “러우 전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굉장히 크고, 중국발 과생산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중국도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들어가 있고, 중국과 유럽은 얼리어답터의 단계를 넘어 초기 다수 수용자들이 구매를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배터리 수요 및 가동이 늘고 있어 전체적으로 배터리 시장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20~2022년에 걸쳐 국내 전기차 판매는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23년에는 전년대비 –1.1%p 역성장 했다. 전기차 침투율 또한 지난해 9.3%로 2022년 대비 –0.6%p 하락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과 침투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 37만대(49%) △유럽연합(EU) 60만대(38.3%) △중국 133.7만대(25%) △일본 2.8만대(46%)로 더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전기차 보유자와 비보유자의 차이는 있지만 2/3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화재나 급발진 등 안전성 문제와 충전 인프라 부족, 장거리 운행 애로,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며,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방전시간과 안전성, 가격, 수명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차세대 배터리가 전기차 캐즘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가 주목 받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양극과 음극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가연성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를 말한다. 액체의 불안전성 때문에 냉각, 분리막 등의 여러 장치가 필요한데 전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양극과 음극 간 접촉을 막는 분리막도 필요가 없다. 대신 그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넣어 한 번 충전으로 더 많이 주행 할 수 있다.
고체 전해질은 무기계, 폴리머계, 유무기 하이브리드계로 나뉘며, 무기계 고체 전해질은 황화물계, 산화물계, 할라이드계 소재로 구분된다. 황화물, 산화물계 전고체 전지는 2026~2027년 이후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고분자계는 Bollore (’11), Factorial(’23)에서 EV용으로 적용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 전지업체는 주로 황화물계 전고체전지 개발 및 상업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순수 고분자계보다 산화물-고분자계를 이용한 하이브리드계 반고체전지는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먼저 상용화될 예정이다.
전고체 전지는 2027~2028년부터 양산되며, 2030년 이후 황화물계가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기존 생산라인 활용과 기술적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고체 배터리의 생산으로 ‘20년대 중기까지 하이브리드, 폴리머계가 강세지만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우수한 전지 특성을 바탕으로 제조 비용 저감 및 제조생산 기술 개발로 ’30년 이후 확대돼 2035년에 약 40% 점유율이 전망된다.
이어진 ‘전기차 시장의 캐즘 극복 방안’ 발표에서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 본부장은 “배터리도 반도체 산업과 같이 사이클 산업으로, 내년 하반기 쯤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반 내연기관차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한 대, 많게는 두 대씩 가지고 있는 보급률이 상당이 높은 제품인데 반해 전기차는 현재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다 고급 제품으로 간주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사이클로 여겨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캐즘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근거로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비 축소를 들었다. “반도체든 일반 테크 기업이든 투자가 최저점에 왔을 때가 사이클이 다시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다. 그만큼 공급을 줄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SK온은 지난해 11조5000억원의 투자비를 지출했고, 올해는 7조5000억원을 집행한다. SK온 투자가 내년부터는 2조원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투자비를 크게 늘려 나가지 않을 걸로 이해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한 추세인 만큼, 내년 하반기 부터는 캐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캐즘 극복과 전기차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원가 하락,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 배터리 성능 향상, 보조금 정책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로, 기술개발 등을 통해 배터리의 가격을 낮추면 전기차 가격 또한 하락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배터리의 성능 향상으로 주행시간, 충전시간, 안전성 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로 전기차에 대한 안전성과 친밀감을 높여 전기차 수요가 확대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전기차 보조금이나 연료 정책 등을 통해 전기차의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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