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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1-09 18: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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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태 재료연구소 경량금속연구단 단장.

■타이타늄이 왜 각광 받는가

타이타늄(Titanium)이라는 원소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신(巨神) 종족인 타이탄(Titans)에서 유래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이타닉호(1912년 침몰)나 타이탄 트럭도 여기서 유래했는데, 당시에는 소재가 개발되지 않아서 이 배에는 타이타늄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

이처럼 타이타늄의 사용 역사는 짧다. 산업용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제련기술이 산업화된 1950년 이후의 일이다. 타이타늄의 발전을 이끈 것은 미·소 냉전이었다. 원자탄을 실어 나르기 위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초음속 전투기, 인공위성 등 경쟁적인 군축경쟁으로 인해 국가주도로 타이타늄이 개발되고 또한 사용이 늘어난 것이다. 냉전이 끝나고 러시아가 타이타늄을 방출하면서 타이타늄은 본격적으로 민수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세계 강국이 타이타늄을 경쟁적으로 사용한 데는 강철의 2배에 달하는 강도를 가지면서도 무게가 절반 수준인데다 합금은 알루미늄보다 2배나 강하고 극저온은 물론 600℃의 고온에도 경쟁소재에 비하여 비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주로 항공기 엔진과 동체 등 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데 우리의 나로호 연료탱크에도 타이타늄이 적용됐다.

또한 내부식성이 커 선박 부품, 잠수함, 화학약품 용기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며 인체 친화적이어서 인공 뼈나 임플란트와 같은 생체소재로 최근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타이타늄은 지구에서 9번째로 풍부한 원소이지만 추출하기 힘든 대표적인 희소금속이다. 산소와 결합력이 강해 추출이 힘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도 많이 사용된다. 또한 철강생산의 연속공정이 아닌 간헐적 처리방법인 배치(batch) 공정으로 생산해야 하며 마그네슘을 환원재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타이타늄은 앞으로 해양관련 산업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연 3~5% 지속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소재시장은 약 4,000~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타이타늄의 국내 사용 현황은

타이타늄은 분말, 잉곳, 합금 등의 형태로 아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타이타늄 생산과정을 보면 금홍석(루타일)과 타이타늄철석(일메나이트)과 같은 원광석은 황산법과 염산법 등을 통해 미세한 이산화타이타늄(TiO₂) 분말을 생산한다. 이들 분말은 주로 도료, 플라스틱, 제지 등의 산업에 사용된다. 흔히 말하는 백색가전의 하얀색을 내는 물질이 바로 이 TiO₂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15만 톤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TiO₂를 마그네슘과 반응시키는 제련방법(Kroll Process)을 사용하면 스펀지 형상의 타이타늄을 얻을 수 있다. 이 스펀지는 자체 또는 페로티탄으로 제조돼 제강 시 탈산제로 사용되거나 용해를 통해 잉곳으로 만들어 진다. 국내에는 이러한 제련·용해 시설이 없다.

타이타늄 스펀지의 경우 해마다 약 4,000톤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 지난해 재료연구소와 (주)옥산IMT가 함께 1톤 규모의 스펀지 시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잉곳의 경우 국내에서 포스코가 압연판재를 제조하기 위해 대부분 수입하고 있으며 약 4천톤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초기에는 일본에서 잉고트를 수입하여 압연재를 생산하였으나 최근엔 카자흐스탄의 UKTMP와 합작을 통한 해외생산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잉곳 이후 나머지 공정은 철강생산과 유사하다.

항공, 방산, 해양, 생필품 등에 적용되는 타이타늄 부품 가공은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조선,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이 침체를 겪으며 선박 열교환기나 태양광용 실리콘 제조설비 부품 등으로 사용되는 타이타늄 부품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어 업계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 항공산업과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타이타늄 합금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잉곳, 판재, 튜브 등 형태로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타이타늄의 양은 2만1,368톤 규모이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타이타늄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다.

▲ 국내 타이타늄 흐름도 (2007년 한국무역통계 및 추정자료: 이용태 박사).

■최근 국내 타이타늄 튜브시장이 급성장했다

타이타늄 튜브는 파이프의 일종으로서 소재의 우수한 내부식성을 이용해 담수용 증발기, 원자력·화력 발전소용 복수기 및 열교환기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대형 해수담수화용 설비(MSF)를 수주하면서 타이타늄 관재 수요가 1,000톤에서 지난해 1만톤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기존에 타이타늄 튜브를 생산하던 풍산발리녹스, 신한금속, 세아제강 등이 생산을 확대하고 신규로 케이이앤피, SNP, 이스트밸리TI 등 5개 업체가 진입하며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처럼 튜브생산이 늘어났지만 타이타늄 관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적정한 가격에 제때에 공급받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이번 해외수주가 향후 지속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어 자칫 타이타늄 튜브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타이타늄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점은

국내 타이타늄 가공기술과 합금화 기술은 정부 R&D를 통해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본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추출·환원·제련공정이다.

타 소재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소재산업은 밸류체인 상위부분이 약하다. 산업 자체 규모가 작다보니 정부나 기업에서 투자를 망설이는 것이다. 밸류체인이 연결되지 못하니깐 산업이 순환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비싼 타이타늄을 재활용하지 못해 수송비주고 일본에 보내야하는 실정이다. 연구 기피현상도 피할 수 없어 국내 타이타늄 연구자는 100~130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산업 위주 R&D 지원에서 벗어나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R&D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국내 타티타늄 수입(左) 수출 추이(단위:톤).

■끝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카이스트 학생이던 시절 우연히 지도교수님이 제시해 주신 논문을 쓰다가 타이타늄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타이타늄은 미개척분야가 많고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에 널리 적용될 것이기에 매력적인 연구 분야다.

타이타늄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우리 주력산업의 세계 경쟁력 향상은 물론 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우리 제조업은 가공 솜씨가 좋아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지 않다.

소재산업 육성은 멀리 봐야한다. 빨리 성과 내기에 급급한 연구 풍토를 바꾸고 소재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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