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 놀라운 접착력을 발휘하며 접착력 조절이 가능한 소재가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 화학과 김기문 교수·박사과정 안영주씨 팀이 김교수가 자체 개발한 화합물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인공결합쌍의 강한 결합력을 이용한 새로운 접착물질 초분자 벨크로(Velcro, 찍찍이)를 개발했다.

자연계에서 가장 강한 결합쌍으로 알려진 아비딘-바이오틴의 결합력과 동등한 것으로 알려진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을 이용한 이 벨크로는 그 독특한 원리 뿐 아니라 물속에서 2kg까지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접착력을 갖는다. 실제 벨크로에 비교 시 14배에 달하는 접착력을 보여줘 전 세계가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화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3월호 뒷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의 접착제들은 생체에 유해한 물질을 기반으로 하며 물속에서는 접착력이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생체 속, 혹은 해양 등 대부분이 물로 이뤄진 환경에서도 우수한 접착성능을 보이는 접착제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최근에는 홍합 등을 이용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성과들은 접착이 반복될수록 결합력이 약해지거나, 외부 자극을 통해 접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는 없었다.

김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화학적 결합력을 벨크로에 응용했다.

물속에서 쿠커비투릴로 이루어진 표면과 페로센으로 이루어진 표면을 손으로 누르면 벨크로처럼 붙는다. 이때, 페로센이 갈고리와 같은 역할을, 쿠커비투릴이 걸림고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결합은 물리적으로 갈고리에 걸리는 벨크로와는 달리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쌍극자간의 결합력 등 화학적인 결합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벨크로는 물속에선 약 2kg, 대기 중에선 4kg까지 견딜 수 있다.

이 같은 결합력은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벨크로의 14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 이 초분자 벨크로는 실제 벨크로처럼 반복해 접착할 수 있으며, 전기적 산화에 따라 페로센과 쿠커비투릴과의 결합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 스위치를 만들어 자유자재로 벨크로를 붙였다 뗐다할 수 있다.

이 벨크로는 수술용 봉합제(의료용 접착제), 또는 수중용 밴드나 치과치료는 물론 선박 수리, 수중로봇 등 의료부터 첨단 IT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아봅시다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은 포항공대 화학과 김기문 교수가 이끄는 지능초분자연구단이 세계 최초로 합성한 물질로 둥글고 넓게 퍼진 호박과 모양이 비슷해서 쿠커비투릴란 이름이 붙여졌다.

위아래가 뚫려있는 거대고리 화합물로 속이 텅빈 나무술통처럼 생겼다. 즉 분자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통이다. 쿠커비투릴의 빈 공간에는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담을 수 있으며, 위와 아래쪽에는 카르보닐기가 있어 유기 암모늄 이온이나 알칼리 금속 이온을 강하게 붙잡을 수 있다.

쿠커비투릴 동족체는 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국제특허를 획득한 상태며 김교수 연구단은 12가지의 쿠커비투릴 관련 핵심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한 상태다. 여기에는 크기가 다른 쿠커비투릴 동족체 제조에 관한 특허가 포함돼 있어 쿠커비투릴에 관한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페로센은 2개의 시클로펜타디엔 고리사이에 1개의 철 원자가 끼어 특수한 형태로 공유결합을 형성한 샌드위치 모양의 구조를 하고 있는 화합물이다. 매우 안정된 화합물이며 분해하는 일 없이 승화한다. 화학적으로도 안정되고 방향족성이 있으며 벤젠 고리와 마찬가지로 구전자 치환으로 각종 치환체를 생성한다.

시클로펜타디엔은　고리 내에 공역 이중결합이 있는 오원환 탄화수소 C₅H₆로 나프타 등의 고온 열분해에 의한 에틸렌 제조시의 부산물로 얻어지는 C5 유분 중에 함유된다.

▲ 쿠커비투릴(cucurbituril) 모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