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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10-11 1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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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의 교차점 ‘독일’을 걷다


타국에서 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이번에 9일 남짓 독일을 방문한 입장에서 글을 남기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그나마 독일 뮌헨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슈투트가르트, 하이델베르크, 본, 쾰른, 에센, 뤼데스하임 등 이곳저곳을 함축적으로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전통을 존중하고 여유롭게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이었다.

이에 독일에서 느낀 소소한 점을 중심으로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기타 산업에 대한 설명은 본지 196호 197호 참조)

공간적으로 봤을 때 독일이란 나라는 한국과 7시간의 시차가 나고 비행기로 12시간이나 걸리는 매우 먼 나라다.

그만큼 역사적으로도 직접적으로 활발한 교류가 별로 없었지만 독일은 우리가 닮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을 무려 두 번이나 일으키고 패배하면서 말그대로 초토화된 국토에서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고 통일에 성공하며 지금은 유럽을 대표하는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6·25전쟁으로 같은 시련을 겪었지만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독일이 기적을 일으킨데는 유럽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과 외국의 전략적 원조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조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는데 있다.

때문에 독일 제조업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신소재경제신문의 독일 린데·메써 방문 및 에센 용접전시회 참관(9월10일~18일)은 나에게 큰 기대감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유럽을 처음 방문한다는 점도 설렘을 주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참관단과 함께 독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눈을 뜨고 감은 것이 몇 차례이던가.

12시간 가까이 비행기라는 공간에 갇혀서 이동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뮌헨공항에 도착하고 준비된 전용버스에 오른 후 독일이란 나라를 찬찬히 살펴봤다.

조금 지나서 뭔가 이질감을 느낀 것은 우리나라와 같이 어디서나 보이는 산과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일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교회가 가장 높고 주택은 5층 이하라고 한다. 주택은 100~200년이 지나도 철거하지 않고 고쳐서 사용한다. 다시 짓는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한 눈에 들어온 것은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다. 독일 대학에서 유학 중인 가이드 말에 의하면 독일 국민은 의료와 교육이 전액 무료다. 또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있고 소득세가 높기 때문에 자동차를 사거나 할 때를 빼고는 돈을 많이 모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덜 돈을 벌어도 여유있게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은 분명히 부러운 점이다.

모든 교육이 공짜지만 모두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장 유무가 직장을 구하고 살아가는데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각자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임용이나 대기업 취업을 위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기피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우리나라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업이 곧 사회적 서열이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필요없는 스펙 쌓기와 과다한 경쟁으로 사회적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이는 젊은 3포(결혼, 취업, 출산) 세대를 양산하며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유로운 삶·자연중시 문화 인상적

조금 불편해도 행복한 삶 부러움


이러한 우울한 생각을 접어두고 관광객의 입장에서 사람구경도 해본다.

독일 사람들은 대체로 하얀피부에 금발을 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인도, 아랍, 터키계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동양인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 중국과 일본사람이 많고 한국사람은 적은 편이라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곳곳에서 중국식과 일본식 식당이 있었다.

사람들은 밖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리에서 맥주나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 카페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독일 어느 곳에 가더라도 광장이 있고 옆에 성당·교회와 시청사 등이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이 곧 번화가이다.

광장에는 주말에 과일과 채소를 파는 시장이 들어서기도 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행사도 열린다. 또한 백발이 성성한 커플들이 결혼 후 행진하는 모습도 여기선 낯선 풍경이 아니다.

독일은 자연을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는데도 열심히인 것처럼 보였다. 유명한 관광지에 관광객을 배려해 차량통행을 늘리면 좋으련만 오히려 공해와 정체가 생긴다고 차도를 줄여버린다고 한다. 하이델베르크성에서는 정확한 고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너진 성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다. 드넓은 라인강을 건너는 다리는 몇 개 되지 않아 곳에 따라 강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선 3시간동안 차를 몰든가 여객선을 타야한다.

기술과 자본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이러한 불편하게 사는 걸까.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독일국민들은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이유를 깨달은 건 로렐라이 언덕과 뤼데스하임의 니더발트 언덕에 오르고 나서였다.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다리가 없는 라인강은 탁트이는 멋진 모습을 선사하고 있었다.

강과 어울린 고풍스런 주택과 수많은 고성(古城)은 자연과 동화된 모습이다.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그만큼 잃는 것도 있는 것이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을까. 흙길은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됐고 집은 5층, 15층, 25층으로 높아져갔지만 우리의 행복은 그에 비례했을까.

독일 여행을 통해 TV에서나 보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다양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것 또한 아주 귀중한 경험이다. 특히 유럽에서 한 개 국가를 이렇게 오래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독일에 다시 방문한다면 조금 불편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뮌헨 시가지 모습. 도시 전체가 고풍스럽다..

▲ 일정을 함께한 참관단들과 다양한 맥주를 마시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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