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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4-03 15: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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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지능형 로봇 시대, 신중한 대비 필요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주변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해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 사람들이 오랫동안 꿈꿔오던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판단과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이다.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로봇 사용 경험의 축적은 지능형 로봇의 발전 가능성과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지능형 로봇들이 시도되고 있고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있다. 인공 지능을 이용한 로봇 분석시스템이 많은 연구자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신약개발 실험실과 비슷한 성과를 냈다고 보고된 애보트 연구소의 사례, 의심스런 자금 거래 발견에서 성과를 거둔 NASDAQ의 SONAR 시스템, 2003년에 화성 탐사에 투입돼 온갖 환경속에서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해 현재까지도 생존하며 영상정보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는 쌍둥이 로봇 등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지능형 로봇이 주로 정보 분석 등 정보 처리 지식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았다. 구글의 자연어 처리 시스템, 애플의 SIRI 등도 이 무렵에 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지나고 최근으로 올수록 자율 주행 자동차, 자율 비행 항공기 등 물리적, 육체적인 활동 분야에서의 성과도 늘고 있다. 특히 X-47B라는 대형 무인 항공기는 자동 비행 뿐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들만이 해낼 수 있는 항공모함에서의 이착륙도 스스로 해냈다. 휴머노이드형 재난 대응 로봇들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 시대가 되면 로봇 활동의 융통성과 효율성이 향상돼 인간의 편의성이 증대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인 로봇이 인간의 판단과 명령을 기다릴 수 없는 긴급한 상황과 통신이 단절된 상황 등에서도 자율적으로 임무를 달성할 수 있게 돼 원격 조정에 따른 위험성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업무 패턴이 정형화되기 쉬운 일들은 가까운 미래에 점차 지능형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의 지능이 높아지고 자율성이 확대되면 인간과 로봇의 종속적 관계에서 점차 수평적인 성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견해, 로봇의 자율성이 아주 높아져서 스스로 학습 진화하는 단계에 도달하면 인간이 통제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고 무인 자동차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기술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정작 자신은 별로 타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율 주행 자동차에 탈 경우 자율 주행 장치를 끌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60%나 됐다. 로봇에게 얼마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지능형 로봇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 발달할수록 자율성의 수준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지능형 로봇에 대해 높아진 관심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은 1990년대말부터 전문 서비스 로봇의 사용 경험을 축적해 왔다. 국방, 우주 항공, 탐사 분야 등에 전자 정보 수집, 분석용 S/W 로봇부터 행성 탐사용 로봇, 폭발물 제거용 지상 로봇, 해저 탐사용 로봇, 항공 감시용 무인 항공기(드론, Drone)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일선에 투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된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들은 현행 로봇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을 느꼈고, 그 대안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당시 발생한 핵심적인 문제는 로봇이 점점 발전하면서 사용자인 인간과 로봇 간의 정보 교환, 즉 정보를 인지하는 과정과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인터페이스 상에서 발생한 모순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로봇의 기능과 로봇이 제공하는 자료, 정보의 폭증에 인간이 압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인지, 판단, 대응 능력의 한계가 로봇 활용의 한계를 결정짓는 상황이 발생했고, 때로는 사용자 개개인간 능력 격차가 로봇 활용의 성과 차이로 이어지는 상황을 경험했다.

◇ 로봇이 만들어 내는 정보의 홍수

정보의 폭증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로는 ‘통신 대역폭 전쟁(Bandwidth Battle)’을 들 수 있다. 미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로봇 사용에 따른 정보량의 폭증을 경험했다. 인간과 로봇 간의 정보 교환과 명령, 지시 등이 왕래하는 1인당 주파수 대역폭의 사용량이 불과 10여 년 만에 무려 160배 이상 늘어났던 것이다.

미국의 드론 사용 경험도 또 다른 정보의 홍수를 잘 보여준다. 2009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에서 사용한 드론들은 24년 동안 봐야 할 영상 정보를 수집, 전송해왔다. 또한 당시 투입되기 시작한 신형 드론은 구 모델보다 열 배 이상의 비디오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2011년경에는 30배 이상(600년 이상의 분량)의 자료를 수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센서를 통한 자료 수집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상황 이해(Situational Understanding) 능력의 부족이었다. 넘치는 자료 속에서 적절한 정보를 추출하고 패턴을 분석한 후 과거 정보와 실시간 정보를 기반으로 적합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동 프로세싱 기술이 미진했기 때문이었다.

선진국들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적절한 정보 분석, 판단 능력을 갖춘 로봇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 지능형 로봇에 대한 관심 증가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인터페이스 개선이 시작됐다. 시각(화면 상의 문자 등)이나 청각(경고음 등) 인터페이스 외에 기기의 진동 등 촉각을 이용한 햅틱(Haptics) 방식, 혀와 턱의 움직임인 하위 발성(Subvocalization) 시스템, 몸에 로봇 조종 칩을 심는 방식, 뇌 인터페이스 등은 지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페이스의 발전만으로는 인간과 로봇 간의 인터페이스 상의 불평등 해소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능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로봇이 궁극적인 대안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많은 로봇들은 카메라, 레이더, 적외선, 마이크로폰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막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분석해서 그 결과에 지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로봇의 인지(Sensing), 판단(Processing), 상호 작용(Interoperability) 관련 기술들은 불완전하다. 심지어 다른 유형의 로봇 간, 또는 유인 시스템과 무인 시스템 간의 상호 작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지능형 로봇의 연구 개발 가속화

그래서 최근 로봇 연구 개발의 초점은 인간의 역할을 축소하고 로봇의 활용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지능형 로봇’에 맞춰져 있다.

지능형 로봇(Intelligent Robot)이란 인간의 통제,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 인지(Perception)하고 그에 대응해서 행동(Action)할 수 있는 로봇을 의미한다. 또한 지능형 로봇은 새로운 지식의 습득 능력, 인간이나 로봇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외부 상황의 변화에 대응할 능력과 더불어 일정한 수준의 자가 정비 능력까지 갖추기도 한다.

지능형 로봇은 로봇의 3대 패러다임인 감지(Sense), 사고(Think), 행동(Act) 각각의 요소에 자율성이 추가된 로봇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로봇들은 산업용 로봇이든 서비스 로봇이든 모두 지능형 로봇, 자율성을 지닌 로봇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 지능형 로봇 도입의 기대효과

지능형 로봇의 활용도는 기존의 로봇에 비해 훨씬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로봇 활용의 융통성 향상

작업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에 맞춰 융통성 있게 로봇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극한 로봇들은 전용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는 기존 로봇들과 달리 인간의 도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또한 단순 동작의 반복 된 재연에 불과한 기존 로봇들은 작업 여건이 바뀌면 사용이 불 가능해지는 반면, 지능형 로봇은 사용자, 사용 장소, 자연 환경 등 작업 여건의 변화에 맞춰 작업 방식마저도 변경할 수 있다.

○ 한 명이 다수의 로봇 활용도 가능

로봇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인간의 개입 수준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통제 능력에 구애 받지 않고 다수 의 로봇을 작업에 투입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조종에 필요한 인력과 제반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한 명이 여러 대의 로봇 을 통제하거나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 르면 인간이 두 대의 무인 항공기를 조종하면 수행 능력은 평균 50% 감소하며, 또 다른 NATO의 연구에서는 한 명의 운영자가 다수의 운송 기기를 통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란 결 론을 내린 바 있다.

○ 원격 조종에 따른 위험성 제거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통제,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 으므로 원격 조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지금처럼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경우, 로봇과 인간 간의 통신 링크가 끊어지면 로봇은 무용지물 이 된다. 극한 로봇은 재해 구난 활동을 할 수 없고 군사용 로봇 도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비행 중에 교신이 끊기면 민 가에 추락하는 등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일본 후쿠시 마 원전 사고 당시 로봇 활용에 제약을 받았던 사례, 이라크전 등에서의 드론 손실 등은 대부분 무선 통신 제약, 전파 교란 등 교신 두절에 의한 사고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반응, 작동의 신속성 향상

극한 로봇, 군사용 로봇 등 전문 서비스 로봇들은 긴급한 상황 변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이나 요양원 등에서 쓰일 개인 서비스 로봇도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로봇을 통제하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전달, 정보의 인식과 판단, 조작, 대응 행동 등 일련의 조종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긴박한 상황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율성을 갖춘 로봇은 급박한 여건 변화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 인간의 편의성 증대

전문 서비스 로봇뿐만 아니라 개인 서비스 로봇조차도 개인 사 용자들이 일일이 조종, 통제해야 한다면 그 동안에는 다른 일 을 할 수 없으므로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게 된다. 로봇이 자율 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 어서 로봇 본연의 사용 목적인 편의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 을 것이다.

폭발물 제거 로봇, 해저 탐사 로봇, 무인 항공기 등으로 다가온 지능형 로봇

특수 분야 뛰어넘어 점차 생활 속으로 침투…로봇과 인관의 관계 정립 필수



■ 지능형 로봇의 핵심, 자율성과 인공 지능

◇ 로봇 자율성의 다양한 수준


독립성을 내재한 로봇의 자율성은 인간이 로봇을 조종, 통제하는 아주 낮은 수준부터 로봇이 주변 여건에 스스로 적응할 능력을 가진 아주 높은 단계까지 다양화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로봇이 고도의 지능을 가질 필 요는 없다. 인간의 의도에 반하는 로봇의 자율성은 인간에게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는 기술적 제약뿐만 아니라 로봇의 용도나 투입 목 적, 사용자의 취향 등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근래 상업화가 추진되고 있는 무인 항공기의 조종 방식을 통해 로봇 전문가들이 구분한 자율성의 수준은 다음과 같다.

○ 인간 직할 방식 (Direct Human Operation): 지상의 조종사가 통제 (Control) 콘솔을 통해 무인 항공기의 이륙과 비행, 착륙의 전 과정을 통제, 조종

○ 인간 지원 방식 (Human-assisted Mode): 난이도가 높은 행동인 무 인 항공기의 이·착륙은 지상의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고 비행 상태 에서는 로봇이 스스로 운항

○ 인간 위임 방식 (Human Delegation Mode): 인간은 무인 항공기의 이·착륙 명령을 내리고 비행 지점 설정에만 개입

○ 인간 감독 방식 (Human-supervised Mode): 인간은 조종사 업무에 서 벗어나 비행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무인 항공기가 전송하는 정보 의 모니터링만 담당

○ 혼합 방식 (Mixed-initiative Mode): 인간은 무인 항공기에게 특정 수 행 임무, 보고 조건 지정 등의 주요 명령만 지시

○ 완전 자율 방식 (Fully Autonomous Mode): 무인 항공기가 보고 내 용, 비행 장소 등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학습 능력과 적응력을 갖춘 경우에는 무인 항공기가 직접 목표를 갱신하거나 변 경할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수준


◇ 자율성과 인공 지능

지능형 로봇은 기존 로봇과 달리 환경, 위치 등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응한 조작, 제어, 이동 등의 동작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능형 로봇의 최대 특징은 자율성이다. 로봇의 자율성은 로봇의 상대적인 독립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로봇의 자율성을 뒷받침하고 구현하는 핵심적인 기능이 바로 쏟아지는 정보를 해석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판단하는 인공 지능이다.

지능형 로봇의 중요성은 미국의 미래 전략에 서비스 로봇이 포함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2008년 NIC(국가정보위원회)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제출한 전략 보고서를 통해 인공 지능을 가진 서비스 로봇을 주요 파괴적 민간 기술(Disruptive Civil Technologies) 중 하나로 다뤘다. 동 보고서에서 NIC는 2020년경, 부분적으로 자율성을 가진 지능형 로봇들이 레저, 보안, 노약자 지원 등 민간 산업과 일선의 전투 임무 등 전문 서비스 분야에 대거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고, 2025년 무렵이면 완전 자율 로봇(Truly Intelligent Robots with a Much Greater Level of Autonomy)이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다양한 시각으로 본 인공 지능

컴퓨터 과학자인 일레인 리치(Elaine Rich) 텍사스대 교수는 인공 지능을 ‘현재 시점에서 사람이 더 잘 하는 일들을 컴퓨터가 하게 만드는 학문, 문제 영역에 대한 지식을 탐구해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봤다.

스탠포드 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소 총책임자를 지냈고 Google의 자율 주행 자동차로 잘 알려진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은 인공 지능을 ‘기계가 복잡한 무엇인가를 인지해서 합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한 로봇 공학자인 이노우에 히로치카 등은 ‘환경의 인식, 계획이나 판단, 행동의 실행 등에 관한 능력’을 로봇 공학에서의 지능이라 보고, 이러한 능력을 갖는 로봇을 ‘자율 이동 로봇’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들은 자율성이란 특성에 지능의 의미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전문 서비스 로봇의 권위자인 피터 W. 싱어는 지능이란 로봇의 독립성과 성숙도의 수준을 포괄하고 있는 개념이며, 정보를 처리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로봇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본다. 이외에도 일부 학자들은 지능이 인간처럼 탄소 기반인지 기계처럼 실리콘 기반인지 가릴 것 없이 ‘지능이면 그냥 지능’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 인공 지능은 특이점의 기반

구글(Google)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는 컴퓨터가 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컴퓨터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인공 지능 위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구글이 인수한 인공 지능 개발업체 딥 마인드(Deep Mind)가 음성 인식 기술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구글의 로봇 개발 방향은 음성 인식 등 사람과의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가진 지능형 로봇일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능형 로봇의 핵심 기능인 인공 지능은 미래학의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간 지능보다 뛰어난 존재에 의해 인류 역사의 구조를 단절시킬 수 있는 사건, 특이점이 발생할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특이점을 뒷받침할 세 가지 혁명으로 유전학(Genetics), 나노 기술(Nanotechnology), 로봇 공학(Robotics)을 꼽았고, 이 중에서 로봇을 가잠 심원한 혁명으로 간주했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강력한 인공 지능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필수적인 물리적 실체를 로봇 공학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한때 인간의 지능으로만 처리할 수 있었던 기능들을 인간 수준 혹은 그 이상 낫게 수행할 수 있는 좁은 인공 지능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강력한 인공 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았다.

■ 지능형 로봇의 현주소

◇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공 지능은 정보 분석 등에 집중


2000년대 초반까지는 초보적인 수준의 인공 지능이 주로 정보 분석 등 지식 노동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의학 분야에서는 인공 지능이 주로 질환 진단 작업 등에 사용됐는데, 연구자 6명에 인공 지능 기법을 적용한 로봇 시스템과 정보 분석 시스템을 갖춘 실험실이 연구자 200명으로 이루어진 구식 신약 개발 실험실과 비슷한 성적을 냈던 애보트 연구소 사례가 있다. 또 웨일스 대학에서는 로봇 과학자들이 설계한 바이오실험 모델이 인간 과학자들의 실험 모델보다 3배 이상 비용 효율적이었다고 알려진다. NASDAQ의 SONAR 시스템은 지능적 정보 추출과 금융 거래 분석 등을 통해 의심스런 자금 거래 발견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로봇이 적극적으로 도입됐던 국방, 우주 항공 분야에서는 인공 지능의 성능이 입증됐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인공 지능 분석 로봇이 911 사태를 사전에 경고했던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는가 하면, 1999년 미국의 소행성 탐사용 무인 우주선 Deep Space 1은 인공 지능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추론해서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 자기 이해 능력과 자체 문제 해결 능력을 활용해서 조정 스위치가 부서진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했던 것이다.

2003년에는 물리적인 노동을 수반한 지능형 로봇인 Spirit, Opportunity라는 쌍둥이 로봇이 화성 탐사에 투입됐다. 태양광 전지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이 로봇들은 원래 약 92일의 예상 수명으로 설계됐는데, 구덩이에 빠져도 며칠에 걸쳐 스스로 탈출하고 화성의 겨울 기간에는 동면에 들어가는 등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해 생존했다. 그 결과 Opportunity는 예상 수명의 40배를 넘긴 2014년 현재까지도 꾸준히 영상 정보를 작성해서 지구로 전송하는 등 독자적인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는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인공 지능 로봇의 발전 영역은 주로 정보 처리 분야에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의 자연어 처리 시스템, 애플(Apple)의 SIRI 등은 이 무렵에 등장해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 화성 탐사 로봇 Opportunity.

◇ 2010년 이후 인공 지능은 물리적 노동 분야로 영역 확장

지능형 로봇들이 육체노동이 포함된 전문 서비스 영역으로 본격 진출한 것은 2010년 이후였는데, 두드러지는 성과는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달성됐다.

땅에서는 DARPA Grand/Urban Challenge를 계기로 발전에 가속도가 붙은 자율 주행 자동차(Autonomous Car)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율성(Autonomy)을 가진 첫번째 자동차라는 의미의 번호판 ‘AU 001’을 정식 등록한 구글의 자율 주행 자동차(Toyota 프리우스)는 인간의 조종을 거의 받지 않고도 50만 km 이상의 주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알려진다. 이에 뒤질세라 Daimler, BMW 등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 주행 기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2020년 이전에 부분적인 자율 주행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Google의 자율 주행 자동차.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욱 괄목할 만한 성과는 하늘에서 나타났다. 2013년 Northrop Grumman의 X-47B라는 대형 무인 항공기가 자율 비행뿐만 아니라 고도의 훈련을 통과한 인간 조종사들만 해낼 수 있는 항공모함에서의 이륙과 착륙까지 스스로 해낸 것이다. 항공모함 착륙은 활주로가 짧은데다 활주로인 항공모함 자체가 파도에 움직이기 때문에 베테랑 조종사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중 급유 시험까지 통과하면 최초의 완전한 자율 비행 항공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X-47B의 자율 착륙.

또 2013년부터는 DARPA Robotics Challenge를 계기로 휴머노이드형의 재난 대응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재난 대응 로봇은 고도의 기동성과 손재주를 가지고 인간의 도구를 사용하는 육체적 노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인간의 조종이 끊기더라도 스스로 열악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자율성도 보유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원래 연구 개발이 집중됐던 정보, 지식 분야에서는 2010년 무렵부터 기사 작성 로봇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Watson이란 인공 지능 로봇이 인간과 지식을 겨루기 시작했다. Watson은 미국의 인기 있는 TV 퀴즈쇼 Jeopardy에서 인간을 꺾고 우승했다. 2013년에는 의료 보조용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돼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가 외부 개발자에 공개될 예정이므로 조만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재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덧 일상에 들어온 로봇은 기사 작성 로봇이다. 지난 2014년 3월 17일 LA에서 발생한 지진 뉴스를 LA Times에서 가장 먼저 작성, 배포한 기자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Narrative Science라는 회사가 최초로 만든 기사 작성 로봇은 2010년부터 스포츠 기사 작성에 사용됐고, 지금은 기업 실적 보고서 등으로 점차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13년에는 주요 일간지인 LA Times도 기사 작성 로봇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사 작성 로봇은 사실 위주의 결론 전달형 속보나 정형화된 보고서 작성 등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분석 중심의 기사, 보고서 작성 역할은 아직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파급 효과는 커서 최근에는 국내 언론계에서도 기사 작성 로봇의 유용성과 도입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한 지능형 로봇(인공 지능)은 여전히 패턴 인식 능력에서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어서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에는 인공 지능 자체가 새롭게 디자인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인간이 다른 데이터를 입력하고 학습시키지 않으면 그 능력d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구글 자동차든 재난 대응 로봇이든 낯선 환경에 투입되면 바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인간이 사전에 관련된 지리, 교통 등 환경 정보를 체계적으로 입력, 교육시키고 있다.

지능형 로봇의 자율성,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진화, 인간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은?



■ 지능형 로봇이 몰고 올 변화

◇ 자율성이 재편할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


로봇의 자율성이란 인간이 로봇에 대한 통제권을 가졌는지 여부를 넘어 로봇이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많은 로봇 공학자들은 인간과 로봇 간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한다.

어떤 로봇 공학자들은 로봇이 인간, 환경과의 상호 작용을 충분히 반영해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로봇의 지능은 고립된 개체 자체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자연, 사회, 정보 등의 환경, 세계와의 관계에 대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 인간과 로봇이 동반자로 진화할 가능성

그래서 줄곧 고수돼 온, 인간이 명령하고 로봇이 수행하는 종속적 관계에서 수평적인 성격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은 자율성이 부여된 지능형 로봇의 통제자가 아니라 로봇이 고장 났을 때에 해결 능력을 제공하는 감독자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부여된 로봇과 인간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협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례는 최근 유명해진 구글 자율 주행 자동차의 원형인 스탠리(Stanley)이다. 스탠리의 특징은 인간 운전자의 반응 기록뿐만 아니라 로봇 차량 자신이 경험한 것을 학습 알고리듬에 입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운전 감독자인 인간과 로봇인 스탠리는 프로그래머와 기계(컴퓨터)의 관계를 넘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 인공 지능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

로봇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오래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육체적 영역에서 인간이 당분간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외지만, 대부분의 육체적인 일들은 고도로 발달한 정신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레스토랑의 점원, 하수도 배관공, 간호사란 직업을 들었는데, 이런 직업들의 공통적 특징인 매우 복잡한 패턴 인식, 수시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주변 인물들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인공 지능은 아직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결론은 1965년 NASA의 조사에서도 도출됐다고 한다. NASA는 보고서에서 “인간은 가장 저렴한 비용, 비선형 구조, 그리고 적은 무게(약 67.5kg)로 거의 모든 것을 수행해 내는 컴퓨터 시스템과 같다. 그리고 특별한 교육 없이도 대량 생산될 수 있다”라는 견해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물론 육체적 영역 외에도 전략 수립, 비즈니스 아이디어 창안, 작곡, 소설 작성 등 순수한 지식 노동이나 창의성이 절대적인 업무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육체적 노동이든 지식 노동이든 업무 패턴이 정형화되기 쉬운 작업은 점차 지능형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내/비서 업무, 은행 출납, 계산대의 판매원 직종의 상당한 비중은 이미 콜센터의 자동 안내 시스템, 은행의 자동화기기, 티켓 자동 판매 시스템 등으로 대체됐다. 앞으로는 언론 기자의 직업도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 언론들이 양산하는 단순한 사실 중심의 정형화된 전개 구조를 가진 스포츠, 자연 재해 관련 기사들은 기사 작성 전문 로봇에게 맡겨도 충분할 것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분석 기사 등 직관과 창의성이 필수적인 업무는 여전히 인간 기자의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 자율성의 수준에 대한 고민

◇ 커지는 로봇의 자율성 vs. 인간의 낮은 신뢰


인간이 지능형 로봇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최근 실시된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조사 결과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보쉬(Bosch)가 자율 주행 기능에 대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유럽 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자율 주행이 기술적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기술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자율 주행 기능을 운전자가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60%에 달했다. 즉 완전한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자율 주행 기능에 대한 소비자 반응 (단위 : %).

세계 10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시스코(Cisco)의 조사에서도 유럽 등 일부 선진국 소비자들이 자율 주행 자동차를 신뢰하는 수준은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을 자율 주행 자동차에 태울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40% 미만의 낮은 신뢰도를 보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여전히 인간이 지능형 로봇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는 의식, 즉 자율성을 완벽하게 신뢰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 각국 소비자의 자율 주행 자동차 탑승 의향 (단위 : %).

또한 최근 아마존(Amazon) 등이 추진하는 무인 항공기 배송 서비스에 대한 논란들, 예를 들어 추락, 충돌 등 안전사고에 대한 기술적 이슈나 법적, 제도적 이슈들도 지능형 로봇에 대한 신뢰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로봇이 수행하는 작업의 중요한 단계에는 인간의 개입,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로봇의 자율성은 인간 개개인뿐만 아니라 인간 사회의 안전과 질서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필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은 힘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지능형 로봇이 정보의 조작, 의도된 사건, 사고를 만드는 상황은 사회의 안정성에 크나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언론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일련의 오도된 기사들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감정, 희생정신이 없는 지능형 로봇(인공 지능)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재난 대응 작업을 회피한 결과가 거대한 재앙으로 이어진다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군사용 로봇이 스스로 테러를 일으킨다면? 이런 관점에서 일부 로봇 공학자들은 로봇이 아주 자율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가 된다면 사람들은 로봇에 대해 혐오감을 가질 것이란 가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 향후 중요한 이슈는 자율성의 수준

일부 공학자들은 인간에 대한 위험성을 제거한 우호적인 지능의 개발을 주장한다. 인간보다 영리한 로봇이 사람에게 위협이 될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로봇의 뇌 안에 살인 욕망을 스스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넣자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면, 로봇의 천성을 착하게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른바 우호적 인공 지능(FAI, Friendly 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것이다. 2001년 미국의 인공 지능 전문가인 엘리에젤 유도코프스키(Eliezer Yudkowsky)가 제안한 우호 이론에 따르면 인류를 로봇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인공 지능 기계가 인간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논란의 근원에는 지능형 로봇의 자율성과 이를 구현하는 인공 지능에 대한 불확실한 신뢰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이 독자적으로 내린 의사 결정을 인간은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로봇에게 얼마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 하는 점은 지능형 로봇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로봇이 얼마나 많은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지는 당분간 인간의 의사 결정에 달린 문제이다. 그러나 로봇의 자율성이 아주 높아져서 스스로 학습, 진화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면, 사용자였던 인간 단독으로 결정, 진행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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