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도입과 정부의 불공정한 석유유통시장 개입에 반발한 전국 주유소사업자들이 과도한 규제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사)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유소사업자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석유유통시장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와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개입 중단을 요구했다.
이번 궐기대회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암덩어리’, ‘쳐부셔야할 원수’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 하루 1개씩 폐업하고 있는 주유소업계에 대해 현행 월간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거래상황기록부를 주간단위로 보고토록 규제를 강화하자 주유소사업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다.
협회에 따르면 정유사의 공급거래 정산이 월단위로 이뤄지고, 거래업체와의 정산 청구나 세무기장 등 거의 모든 업무가 월간단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상황기록부 보고주기를 주간단위로 강화하게 되면, 사업자의 부담만 가중돼 무더기로 과태료가 부과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보고주기 단축을 통해 물량의 흐름을 분석해서 가짜석유 이상 징후를 파악한다는 것은 주유소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으로, 통계·계량학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협회는 주장했다.
협회는 또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선 일본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노상검사제 확대나 사후환급제 등 여러 대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일본의 경우 노상검사를 거부할 경우 징역형을 내릴 정도로 강력한 단속수단을 활용해 유사경유 판매나 사용을 적극 차단하고 있다.
협회는 이와 같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업계의 의견은 무시한 채 오로지 석유수급보고전산화시스템 도입을 위한 규제만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협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간 거리제한 철폐와 가격자율화 등 석유산업 규제완화가 추진되면서 1991년 대비 영업주유소수는 1만2,687개로 4배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월평균 판매량은 1,973드럼에서 1,058드럼으로 절반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가격자율화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영업이익률은 1995년 2.12%에서 0.43%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유소업계는 과도한 규제완화에 대해 반대하며, 가격고시제와 주유소 총량제 등 일정부분의 규제를 건의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이유로 이를 묵살해 오다,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대형마트주유소, 알뜰주유소 등 반 시장 정책을 남발하며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모순적인 행정을 보였다고 협회는 밝혔다.
이에 대해 협회는 정부가 석유수급보고 전산화시스템을 도입해 시장개입을 더욱 확고히 하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한국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은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에 역행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산업부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며 “오늘의 궐기대회가 끝이 아닌 시작으로,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가 철회될 때까지 집단 파업을 비롯해 더욱 강도 높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를 마친 후 주유소협회 김문식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강창일 위원장을 면담하고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 철회와 불공정한 석유유통시장 개입의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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