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희귀가스인 제논(Xenon)의 수요 증대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제논은 고효율램프, 의료, 우주항공산업, 반도체 등 산업에 없어서 안되는 소재이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자칫 ‘헬륨 파동’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산업가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리터당 5~6달러를 기록하던 제논가격이 하반기부터 줄곧 상승하더니 최근엔 20~25달러로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요업체에서는 이보다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러한 수급불안은 유럽에서의 불활성 가스를 사용한 할로겐램프 사용 법제화와 마취용 등 의료 분야에서의 사용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제논 수요의 절반 이상은 고효율램프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유럽으로 물량이 몰리다 보니 국내로 공급되는 제논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수입 제논 가격과 물량변화 추이에서 알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kg당 1,000달러를 오르내리던 제논 수입가격이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1,700달러로 상승하더니 올해 1분기 평균 2,500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제논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들여온 제논의 경우 올 1분기 평균 가격은 kg당 2,6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배 가까이 상승했다. 2위 수입국인 프랑스에서 수입한 제논의 올 1분기 평균가격은 2,000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순도 차이에 따라 가격 상승폭이 차이가 나지만 단기간에 가격이 급상승한 것이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입물량은 현저히 줄었다. 올 1분기 우리나라 제논 수입량은 1,110kg으로 전년동기대비 33%나 감소했다. 지난 5년간 1분기 제논 평균 수입량은 1,248kg인데 이에 미치지도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제논의 공급이 크게 늘 가능성은 없다는 점이다. 지구 대기의 약 1100만분의 1(0.0087ppm)에 불과한 제논은 공기분리장치(ASU)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생산되는데 약 15만N㎥/h 규모의 ASU플랜트에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 러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ASU를 가동하는 에어리퀴드, 프렉스에어, 린데 등 액메이커들만이 생산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제논 물량확보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논 부족 현상이 수개월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워낙 고가라 무조건 사들이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