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RI가 개발한 투명 촉각센서가 휘어짐을 통해 압력을 인식하는 그래프(왼쪽)와 90%의 투명도를 보여주기 위해 연구원이 센서를 들고 있다..

휘거나 말아도 되는 얇고 투명한 촉각센서가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흥남)는 휘어지고 힘의 세기 측정이 가능한 투명한 촉각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센서는 두께가 머리카락보다 가는 50㎛수준으로 유연성이 좋아 아무데나 쉽게 붙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누르면 얼마만큼의 힘이 작용했는지도 알 수 있어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도가 바뀔 예정이다.

이 촉각 센서는 투명한 필름 내에 적외선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고, 필름 외부에서 접촉이 가해지면 빛이 지나가는 경로가 바뀌는 원리다.

투명한 비닐의 표면이 아닌 두께 방향으로 빛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닐이 휘더라도 빛이 내부에서 굴절하고 외부로 새나가지 않는다. 비닐 밖에서 힘을 가할 경우 지나던 빛이 경로를 바꿔 직진하기 때문에 변화를 비닐의 끝에서 측정할 수 있다.

개발된 촉각센서는 접촉부위인 비닐에 전기적 요소가 전혀 없어 센서를 구부리거나 비틀더라도 신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정부위를 누를 경우에만 반응하되 볼펜심 수준의 반지름 1.5mm 막대에 감긴 상태에서도 정상 동작하며, 심지어 물속에서도 이상 없이 반응한다. 여러 점을 동시에 눌러도 누르는 위치와 힘의 세기를 동시에 측정하는 멀티터치 인식도 가능하다.

또한 센서가 얇은 비닐처럼 유연한 덕분에 딱딱하거나 무른 곳 어디에도 부착해 동작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부드러운 곡면에도 쉽게 부착될 수 있으며 피부에 직접 부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개발된 센서는 90%의 광투과도를 가지므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기의 터치스크린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향후 로봇 등에 부착할 경우 ‘인공피부’와 같은 센서로서 활용도 가능해 웨어러블 기기 적용이 기대된다. ETRI 연구진은 이 기술을 로봇에 적용하면 표면의 특성을 느끼면서 섬세한 힘 조절이 가능한 로봇 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힘 인식을 통해 쌍기역(ㄲ) 입력시 힘의 세기로 선택이 가능하고, 붓으로 그리듯 필체 인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임에 적용할 경우 실제와 같이 브레이크를 밟는 장면이나 가속기를 밟을 때 세기조절이 가능하고, 두드리는 세기에 따라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는 악기 연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본 기술과 관련해 3건의 우수국제학술지 논문도 발표했으며, 지난달, 관련분야 최고 권위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어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에 게재 됐으며, 오는 7월호 표지논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소재개발, 설계, 구현, 시험검증의 전 과정을 ETRI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연구사업과 ETRI 창의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경기욱 연구책임자인 투명소자 및 UX 창의연구센터장은 “본 연구는 전자공학, 기계공학, 광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융합함으로써 이룰 수 있었던 새로운 연구성과다” 라고 말했다.

ETRI 창의연구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손승원 창의미래연구소장은 “융합형 ICT 창의연구 확대해 미래 신산업 시대를 대비한 선도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TRI는 본 기술을 디스플레이관련 업체나 필름형 압력센서 관련 업체 등에 기술이전 한다는 계획이며, 산업체와 협력을 통해 향후 2년내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