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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3 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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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정보의 메카 만들 터



■ KISTI 원장으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바뀐점은

매주 원장실을 개방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대전 본원에서 2시간, 서울 분원에서 1시간씩 개방하고 일주일 전 개방 일정을 공지하면 연구원들이 신청 순서에 맞게 찾아와 면담을 한다. 면담 내용은 아주 다양해서 인생고민부터 업무제안까지 유용한 얘기를 나눈다.

육아 문제, 작업 시 시간 안배 문제나 비정규직 직원들도 와서 일을 어떻게 해야지 느는가, 주변과 트러블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등등 조직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더불어 회식 문화가 바뀌었다. 회의 후 술자리로 이어지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회식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회의 후 술을 원하는 사람끼리 2차를 가거나 일이 필요한 사람은 일하고, 퇴근 후 시간이 자유로워지니 커뮤니케이션이 부드러워진 점이 있다.

■ 소위 ‘관피아’가 사라지고, KISTI에서 17년 간 몸담은 내부인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KISTI에서 가장 바꾸고 싶었던 것은

연구사업쪽으로 보자면 KISTI는 3개 조직이 합쳐져서 만들어졌고, 14년이 흘렀음에도 기존 조직간 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융합을 통해 어떤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분명히 눈에 보이는데도 잘 안됐던 점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조직개편을 크게 했다. 조직을 임무지향적인 혹은 목적지향적인 것으로 국가 아젠다를 바꿨다. 주변에서는 위험하지 않느냐며 우려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 굉장한 저항을 예상했는데, 저항보다 환영하는 측이 많아서, 옳은 일을 했구나 생각한다.

둘째는 3개기관이 통합됐으니 외부적으로 하는 대외행사가 많았다. 그만큼 조직 내부를 위해 뭔가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조직원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 방향은 조직원들이 스스로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하고, 가족에게도 정말 좋은 곳에 우리 부모님이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길 원한다.

앞으로 매월 개최하던 체육대회를 조직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행사를 전환하려고 한다. 이 행사는 자녀 교육에 신경쓰기 어려운 직원들을 위해서 외부의 유명한 입시강사를 섭외해 개최하는 세미나, 날씨 좋은 5월에는 가족과 함께 공원에서 치킨 먹고 영화도 보고, 벚꽃 공원 산책을 가고, 연말에는 다같이 봉사활동도 나가고, 직원들간 스킨십까지 늘려가면서 정말 좋은 회사라는 인식을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도전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싶다. 이번 전체 세부과제 책임자는 지정하는 대신 공모로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지정하기 전에 본인과 주변인들이 이미 알고 있을 정도로 뻔했다. 연구원은 굳은 조직이 돼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젊은 과학자는 열정이 있을 것이고, 연륜이 있는 과학자는 경험에서 오는 지혜와 통찰력이 있어서 매 과제의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사람, 여건은 모두 다르다.

그들의 능력과 야심이 드러나지 않고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고, 이번 공모에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5:1의 경쟁률을 목격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도 성숙하고, 야심찬 계획을 제시하기도 해 외부 3인과 부원장과 함께 내부심사를 맡았는데, 오신 분들이 KISTI에 인재가 많다는 평가를 해줘 앞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 공모형 책임자 선발은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다.

공모선발이라는 것이 경쟁으로 비춰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조직은 위태해 질 수 있다. 사실 이 자리에 오기 까지 개인적으로 영향을 미친 몇가지 사건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실제로 내가 직위공모를 통해 센터장이 된 것이다.

나는 조직에서 마이너리티였고, 공모도 형식적인 절차였을지 모르는데, 나는 그것을 기회로 받아들여 진지하게 임했고, 주변의 만류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출사표를 던져 강자를 꺾었다. 공모를 통하지 못했다면 내 자리는 실장직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멘토링에 나가면 이 얘기를 꼭 전한다. ‘정당하게 쟁취했으면 끝까지 지키라’고. 아직은 남성 우위 문화가 만연한 사회이기 때문에 여학교에 나가서 반드시 해주는 얘기다.

센터장을 통해서 역량을 인정받고, 연구원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리더쉽을 발휘했기 때문에 수순을 밟아 원장자리에 오게됐고, 공모제는 도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연구원에서는 기득권이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고 연구원이 연구에서 손을 놓는 순간 생명은 끝난 것이다. 다른 기관에서도 이런 공모제를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

■ 향후 집중하고 싶은 KISTI의프로젝트는

KISTI의 미션은 아주 명확하다. 과학기술에 인프라를 접목한 것인데, 연구를 하기 위해서 누구나 필요하지만 각자 가지고 있지 않고, 국가에서 해줘야 하는 것을 KISTI에서 한다. 그 중 하나는 하드웨어 인프라로 슈퍼컴퓨터와 초고속 네트워크로 이뤄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연구자들과 기업에게 제공을 해줘야 한다.

또 하나는 소프트 인프라로 이는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정보를 연구자들이 어떻게 편하고 쉽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것들만 접근하게 해줄 수 있나 하는 것이 과제다.

정부가 출연연에 요구하는 것은 각 기관이 고유 역할을 하되, 노인, 복지, 삶의 질 문제 등,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안과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창조경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출연연마다 맡은 임무는 같지만 기관의 특성상 하는 일은 달라진다.

KISTI는 국민행복을 위해서 재난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ISTI는 지난 몇 년간 대용량 정보를 다뤄왔기 때문에 디지털 사이언스 기반 정보분석이 가능하다. 많은 재난 종류 중에서 태풍을 더 일찍 자세히 예측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기술력은 48시간 이내에 태풍 예측이 어렵고 예보 범위도 10Km, 100Km로 제한돼 있다. KISTI는 슈퍼 컴퓨터로 sns 정보들, 해양에서 들어오는 정보들, 공군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것이 가능한지 댐의 수문을 열어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과학기술 측정장비가 발달하면서 전자현미경으로 세포의 외향을 볼 수 있는데 그쳤는데, 지금은 세포 핵의 분자까지 볼 수 있어 한번 관찰로 얻어지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졌다.

연구자들이 본인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대처방법을 몰라 필요한 정보까지 도달하는데 시간 소요가 많다.



가족 참여 행사 개최, 주 3시간 원장실 개방

공모형 책임자 선발제 도입, 기업 컨설팅 확대



일례로 해양연, 극지연과 함께 위성영상을 처리하는 합동연구를 할 때, 나사에서 촬영한 위성영상의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전처리에 한달이 걸렸다. KISTI가 하루도 안걸리게 해줬고, 이 정보 분석방법을 네이처의 표지논문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관계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사실 처음 파트너를 잡을 때 사람들은 변화를 반기지 않아 KISTI의 협조를 달가워하지 않아했지만, 성공사례가 생기고 나서는 환영받고 있다. 이후 해양연과 녹조관련 연구를 했고, 핵융합 쪽에서 플라즈마 관련 데이터 처리를 같이 했다. 이런 성공사례를 통해서 신뢰를 쌓고 많은 의뢰를 받아서 기술이전도 하고, 인력도 키워 KISTI의 파이(역량)를 키워나가겠다.

작년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을 만들었다. 이 전공 학생은 훈련을 받은 뒤 해양연구원과 진행하는 KISTI의 테라, 헥타급 데이터 처리를 경험해 보고, 일이 맞았다면 향후 해양연구원에 취직이 연계될 것이다.

■ 정부기관외에 기업에서 유용하게 슈퍼컴퓨터를 사용한 예는.

먼저 슈퍼컴퓨터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에 한 대 있는 유일한 컴퓨터고 운영에 전기요금만 한달 10억이 들 정도로 유지비가 많이 든다. 4호기도 예약이 꽉차서 5호기 가동을 준비 중이며 기본 원리가 하나의 일을 백만단위로 나눠서 동시에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병렬 컴퓨터다 보니, 시간은 백만배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연산능력을 가진 고급기기는 사용하라고 그냥 방치만 해서는 사용자들이 쓸 수 없다. 고급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다룰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강화 시킬 계획이다.

19억 매출을 내던 한 녹즙기 회사는 슈퍼컴퓨터를 통해서 착즙률을 높이는 브래이드 날의 면적, 디자인, 배치 구조 등을 컨설팅 받아 세계적인 기업이 됐고, 매출은 1,000억이 넘었다. 직접 설계하는 시간과 재료 등의 시행착오를 줄였을 뿐만 아니라 슈퍼컴퓨터를 통해 최적화한 디자인이라는 후광효과도 한몫 했으리라 본다. 이 외에도, 단순한 시장조사부터 기업분석을 통한 역량과 현재 세계에서 필요한 유망사업들을 매치시키는 종류의 커설팅도 진행한다. 케이맥의 경우 반도체 회사였는데, 보유한 기술의 80%가 바이오 진단쪽과 일치해 코스닥에 상장 돼 있다.

산학연 협의체인 아스티(ASTI)라는 조직을 운영 중인데 이런 인프라를 넓힐 계획이다. 국가 출연연이 일일이 상대하기에는 중소기업 수는 굉장히 많고, KISTI가 1년에 맡아 처리해 줄 수 있는 기업은 5개 안팎이다. 매년 KISTI에서는 미래유망기술 10선을 발표하지만,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기업 할 수 있는 유망한 것은 무엇인가이다. 회사가 어떤 역량이 있고, 이 트렌드에 어떻게 끼어들 수 있느냐를 알기 위해서는 기업분석과 기술분석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연구개발 서비스업을 개발할 것이다. KISTI의 파이가 커지면 혜택받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나라가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ISTI가 보유한 정보력과 정보 분석력을 전국 대리점급 컨설팅 업체에 노하우를 넘겨 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 경험을 모아서 또다시 데이터는 축절될 것이고, 해가 갈수록 효율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서 KISTI는 분석 기술을 더 발전 시키고,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식으로 발전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혜택받는 중소기업들이 10개, 100개가 되면 성장이 더 빨라 질 수 밖에 없다.

■ 미래기술 백서와 미리안의 DB를 유용하게 본다. 해외 인프라 구성은 어떻게 하나

미리안 시작을 한 것이 바로 나다.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를 통해서 2000년도 처음 시작해서 지금은 러시아,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 있는 해당 나라 말에 능통하고, 해당 전문지식을 전공했으며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특파원으로 모집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인인데 현지에 있거나 그나라의 언어를 잘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파원이 세계 200명 가량 확보해서 논문이나 신문을 읽다가 우리나라에 알려야하는 내용을 옮기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문맥이 막힘없이 읽히는가, 출처는 어딘가 등등을 기준으로 특파원을 평가하고 있다. 유수의 나라에서 발표되는 전문지 혹은 논문 소식이 게재된지 3일안에 한국어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혜택이다.

■ 마지막으로 한말씀.

외부에서 연구원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자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서 연구원들을 한량으로 매도한다던지, 과제를 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참기힘든 모멸감을 주며 비난한다던지 여러 일들이 많은데, 외적인 바람에서 기관장이 막아줄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가 않더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이는 직원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상명하달 식의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직원입장에서 공감하고 올바른 대처법을 찾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취임사에서 준비된 멘트를 그대로 읽지 않고, 원장 후보에 준비했던 PPT를 직원들 앞에서 발표했다. 3년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이루려고 하는 것을, 조직의 방향성을 알리고 왜 이렇게 가야 하는지, 나올 결과가 무엇인지 등을 알렸다. 이로써 직원들과 나는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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