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주)가 첨단섬유소재인 ‘아라미드’를 둘러싸고 듀폰과 지난 6년간 진행한 민·형사상 소송을 3억6,000만달러(한화 약 3,890억원)라는 거액의 합의금으로 마무리하게 됐지만 미국시장과 아라미드 사업의 불확실성 해소로 향후 아라미드섬유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주)에 따르면 지난 1일 미 듀폰사와 미 버지니아주 동부지법에서 진행해온 영업비밀 관련 민사 소송과 미 검찰 및 법무부 형사과가 제기한 형사 소송을 모두 끝내기로 합의했다.
합의금은 민사합의금 2억7,500만달러와 형사합의금 8,500만달러등 총 3억6,000만달러라고 전해진다. 이는 회사 매출액의 7%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지난 2011년 11월22일에 열린 1심 최종판결에서 정해진 9억1,990억달러(약 1조원) 배상판결 보다는 훨씬 줄어든 액수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 역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79년 윤한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팀과 공동으로 아라미드 섬유개발 연구를 시작해 1984년 아라미드 섬유 펄프를 만드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듀폰은 그보다 앞선 1965년 아라미드 섬유를 세계 최초로 판매했으며 1973년 ‘케블라’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어서 일본 화학회사인 ‘테이진’이 ‘트와론’이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다.
듀폰은 코오롱의 아라미드 시장 진출 견제를 위해 듀폰에 아라미드 섬유재료를 공급하는 ‘악소’사와 첫 소송을 냈는데, 국제 특허소송은 1991년 코오롱의 승리로 판결났다.
그후 코오롱은 외환위기를 거쳐 2001년 아라미드 사업을 시작해 2003년 시제품 생산에 성공,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라미드 섬유인 ‘헤라크론’을 출시했다.
■소송과정
듀폰은 지난 2009년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아라미드 영업비밀을 빼냈다며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지방 법원에 손해배상 및 해당 영업비밀 사용 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내용은 듀폰의 ‘케블라’섬유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던 마이클미첼 이라는 직원이 해고를 당한후 기밀문서를 포함한 듀폰의 모든 문서를 회사에 반납하지 않은채 1년후 코오롱 인더스트리에 컨설턴트로 일하게 되면서 기밀 문서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그후 듀폰은 FBI에 이를 제보해 미국법원은 혐의를 인정, 2010년 미첼에게 18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이에 대해 2011년 11월22일 열린 1심에서 코오롱이 듀폰에 9억1,990만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때의 판결은 어느정도 예상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담당 판사는 임용전 듀폰의 법률대행을 맡은 적이 있으며 배심원단 역시 듀폰의 아라미즈 생산 공장이 있는 리치몬드 지역 주민들로 배심원단이 꾸려져있었다.
이에 코오롱은 듀폰이 코오롱의 미국시장 진출 방해를 위한 구매자들에게 아라미드 물량의 80~100%를 듀폰에서만 구입하게 하는 조건을 부과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열린 항소심에서 1심이 코오롱의 주장과 증거가 제대로 검토 되지 않은채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에 미 법원은 재심명령을 내렸다.
■ 3억6,000만달러 합의금 5년 분납 예정…코오롱, 아라미드섬유 미 시장 진출 확대
업계 관계자들은 3억6,000만 달러의 합의금에 대해서는 5년간 분납을 통해 재정적인 부담이 없을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소송 관련 배상금 규모와 지급 일정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연간 약 400억원의 변호사 비용 절감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세계 아라미드 시장은 듀폰과 테이진의 독점 형태였다. 2011년 기준으로 전세계 아라미드 섬유 생산량은 듀폰이 28,000톤으로 일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테이진은 25,000톤으로 2위,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간 5,000톤의 아라미드 섬유를 생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 종결로 인해 아라미드 섬유를 장악하고 있던 듀폰의 견제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또한 소송기간 동안 미국에서 아라미드 관련 제품 영업이 불가했던 코오롱에게는 이번 합의는 2조원의 규모가 추정되는 아라미드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내의 재도약의 밑거름이 되어 향후 코오롱의 공격적인 사업 계획이 예상된다.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헤라크론과 관련한 민 형사 분쟁을 해결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의 합의로 양측 간 소송이 원만하고 상호 만족스러운 끝맺음을 하게 돼 코오롱은 이제 자유롭게 아라미드 사업의 성장과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2014년 매출은 5조3,376억원으로 전년보다 1.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88억으로 전년보다 27% 감소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