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보다 한국을 주목하는 명품 업계들
크리스챤 디올이 지난 6월20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디올정신’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다.
디오르 뿐만 아니라 샤넬은 지난 4월에 DDP에서 크루즈컬렉션(S/S컬렉션과 A/W사이에 열리는 컬렉션)이 열었으며, 프라다는 2009년에 경희궁 옆에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를 열었고 이듬해에 디오르가 크루즈쇼와 ‘헤리티지’전시회를 열었다. 2011년에는 새빛섬 개장일에 펜디가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명품브랜드들의 컬렉션 개최와 디올의 아시아 최대 매장 오픈은 한국이 명품소비국으로 위치가 높아지면서 패션업계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난3월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국 명품시장은 103억달러(약11조3,000억원)으로 8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미국 명품 시장 규모는 733억달러(약 80조3,200억원)였으며 2위는 일본(204억달러), 3위는 이탈리아(182억달러)였다. 프랑스(173억달러)와 중국(169억달러)이 각각 4,5위에 올랐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반부패정책 추진으로 인해 남성시계, 의류의 일부 매출은 크게 감소하는 추세로 작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해외 명품 소비율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으며 과거 2010년 중국 명품시장이 25%의 폭발적인 증가와 신흥부자세력이 성장률은 향후 중국 명품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면을 보자면 한국이 거대명품소비국이기 때문에 유수의 패션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진출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명품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출은 소비에 따른 시장 부피증가 보다는 한국을 전진기지로 삼고 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바람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견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디올 진출뿐만 아니라 다른 명품 브랜드 역시 문화가 모이고 있는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며 K-POP으로 시작된 한류가 화장품에이어 패션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대 시장인 중국 진출에 앞서 전진기지로써 한국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명품패션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관계자 역시“사실 명품브랜드에 대한 소비 자체는 중국이 월등히 뛰어나 한국과 중국의 시장성 비교는 무리가 있다”며 “명품브랜드 관계자들은 매출이 잘나오는 중국 시장도 중요하지만, 먼저 문화가 모이는 곳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패션업계에서는 이미 일본의 기모노, 중국의 치파오의 이용한 컬렉션은 몇 번이나 개최되어 이미지 소비가 많았지만 한국은 이미지 소비가 적어 신비한 느낌으로 느끼게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러한 신선한 이미지와 아시아 전역에서 불고 있는 한류에 대한 바람을 타고, 과거에 집중했던 중국과 일본의 소비층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 흐름에 맞는 패션업계 발전 있어야
해외 패션업계가 한국시장을 주목하고 있고, 이는 국내 섬유·의류 기업들도 이 흐름을 타고 글로벌 브랜드로의 성장 기회가 왔다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속에서 한국 브랜드의 위치는 저조하다.
어려운 섬유의류 업계의 사정도 있지만, 아직까지 상징성이 있는 브랜드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디올이 DDP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은 70년 역사의 ‘디올정신’을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디올을 창시한 크리스챤 디올은 허리는 잘록하게 강조하고, 골반은 부각 시키면서, 가슴라인은 살리는 여성신체를 극대로 살려내는 ‘뉴룩’으로 패션업계에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으며, 그 정신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초기 여성의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디올의 정신은 그 뒤로 부임했던 이브 생 로랑, 마크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갈리아노, 라프 시몬스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게 재 탄생하면서 이어지게 됐다.
이번에 열린 디오르 전시회에 참관객 다수가 1940년대부터 2010년까지의 컬렉션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어떤 것이 과거의 옷이고 어떤 것이 최신의 옷인지 구분해내지 못할 정도로, 디올의 정신은 전해지고 있었다.
유수의 패션 업계들이 K-POP으로 시작해 패션뷰티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의 힘에 주목해서 한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나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고 여겨지던 섬유산업에 또다른 성장의 기회로, 패션산업은 흐름에 편승해 글로벌 브랜드로 한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일관된 ‘정신’을 이어받은 한국만의 브랜드 부족은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