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늄 성형 및 가공과정을 개선,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저비용 생산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재료연구소(소장 조경목)는 구조재료연구본부 염종택 박사(사진)팀이 ‘온간성형 기법’을 이용해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제조비용과 생산시간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과제로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은 이번 기술개발은 재료연과 창원의 스테인리스강 볼트 및 너트류 생산업체 (주)신진(대표 곽종숙)이 2년에 걸쳐 진행한 공동연구의 성과물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핵심인 온간성형기법은 내부 조직이 변하지 않는 온도(대개 상온, 0℃)에서 성형하는 ‘냉간성형’과 내부 조직이 변하는 온도(타이타늄 기준 900~1,000℃)에서 성형하는 ‘열간성형’의 중간영역인 400~600℃에서 소재를 성형하는 방식이다.
순 타이타늄의 경우 일부 부품성형 시 냉간단조 공법을 사용해 왔으나, Ti-6Al-4V 등 타이타늄합금은 일반적으로 성형성이 좋지 않아 냉간단조를 통한 볼트 생산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생산은 열간단조 후 기계가공의 생산과정을 거쳤지만 온간성형 기법을 적용하면 소재의 내부 조직은 변하지 않으면서도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했을 때 표면에 형성되는 산화물층이 열간성형에 비해 적어 성형이 한층 용이하다.
때문에 내부조직이 변하지 않는 특성상 많은 공정이 필요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냉간성형이나 높은 경도 때문에 가공장비 수명을 단축시키는 열간성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 과정 중 제품단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던 기계가공을 단축 및 생략,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재료연 측의 설명이다.
재료연은 제조비용에서 원소재 가격이 50%, 성형 및 기계가공에 따른 부담이 나머지를 차지하는 타이타늄합금 볼트에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기계가공이 필요 없어 개당 5,000원(M7기준)인 타이타늄합금 볼트 생산단가를 1,500원 정도 절감할 수 있으며 이를 계기로 타이타늄합금 볼트시장 활성화와 국산화에 의한 수입대체 효과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항공기와 차량, 선박 등 분야에서 친환경과 경량성이 강조되면서 철이나 스테인리스 볼트 등에 비해 비강도가 높은 타이타늄합금 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향후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염 박사팀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타이타늄합금 볼트 등 파스너(fastener)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국내시장은 이의 10% 정도인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원소재 수입 후 단순 가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염 박사는 “타이타늄합금은 높은 비강도와 우수한 파괴인성 및 부식저항성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원소재 가격이 비싸고 성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조비용이 상승해 항공우주, 에너지, 화학플랜트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그동안 가격을 이유로 시도되지 않았던 구조 및 기능재료 분야에서 철합금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기존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염 박사팀은 공동연구를 진행해온 (주)신진과 국내·외 특허를 최근 출원했으며 파일럿 플랜트 시설에서 타이타늄합금 볼트를 분당 20개씩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대량생산을 위한 상용화기술 및 설비 보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갈 경우 연간 2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