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연구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조성 최우선”
■3대 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세라믹 분야 연구개발, 기업지원, 정책지원, 산업진흥 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세라믹기술원의 제3대 원장에 취임하게 돼 영광이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전임 김민 원장이 임기 말에도 불구하고 본원을 진주로 옮기고 정착시킨 중요한 업무를 잘 마무리해주셔서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 마련에만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세라믹기술원장에 취임한 것은 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이다. 그간 국가의 은혜를 입어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계획했던 연구가 거의 정리되면서 마지막으로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보다 나은 연구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요즘 연구자들은 연구 예산부족과 경쟁심화로 인해 정부과제를 수주하여 연구비를 확보하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특히 세라믹은 금속이나 화학 등 타 소재와 비교했을 때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세라믹 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그만큼 지원금도 적다.
이에 앞으로 3년간 임기 내에는 세라믹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는 기술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한국세라믹연합회, 한국파인세라믹스협회, 강원테크노파크 신소재사업단, 전남테크노파크 세라믹산업종합지원센터 등 유관기관과 여러 산업체들, 그리고 대학들의 협력을 요청 드리는 바이다.
■현재 기술원의 연구환경은 어떠한가
세라믹기술원은 2000년 정부출연기관화, 2009년 독립기관화, 2015년 진주 이전 등을 거치면서 타 기관보다 빠르고 숨가쁘게 성장해 왔다.
기업의 제품 상용화 지원을 위한 이천 세라믹소재 Test-Bed, 기업들의 소재부품을 시험·분석하는 부천 세라믹소재기술지원센터, 유리섬유, SiC섬유 등 세라믹섬유산업육성을 위한 세라믹섬유실용화센터, 바이오 세라믹소재 생산 및 기업지원을 위한 오송 ‘융합바이오세라믹소재센터’ 등이 설립 또는 운영된 것은 근 3년내에 이뤄진 것이다.
또한 진주 본원 설립으로 공간적으로도 넓어지면서 연구 환경은 훌륭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자기 연구를 통해 전문을 높이기 힘든 상황인데 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예산부족이다.
세라믹기술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서 정부출연금 비중이 총 수입액의 50% 미만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수주 등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기관 살림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금액은 전체 지원예산의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기술원이 연구기능을 갖춘 것은 채 10년밖에 되지 않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흡사 아이를 황량한 벌판에 내놓고 달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
연구자의 전문성 강화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지원과 연계된다. 세라믹산업 구조가 영세한 중소기업들 위주로 돼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이 이어질 수 있도록 차별화되고 강화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성 높이는데 중점, 소통·신뢰·협력문화 확산할 것
‘연구개발은 미래 위한 투자’ 인식전환, 지원 늘려야
■어떠한 기술원이 되길 바라는지
소재 관련 연구기관은 유럽 최대 응용과학기술 연구기관인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처럼 되어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전체 예산의 30%만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전 세계 기업에서 수탁 받은 연구과제 수입으로 운영하면서 기업수탁 실적에 따라 예산도 증감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국가적 소재연구가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재 관련 기초연구는 예산의 80% 이상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담당하며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버금가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응용과 기초연구를 모두 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 한대로 세라믹기술원의 연구기능이 아직 약하기 때문에 기업지원에 힘을 기울이기 보다는 연구원들의 전문성을 더욱 키우는 체력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원은 230명에 달하는 세라믹 전문 인력이 모여있기 때문에 충분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연구원들 간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연구원에게 자신의 일을 맡기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원들이 협력을 통해 연구기획을 강화한다면 보다 나은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믿는다.
이의 일환으로 이르면 올해 안으로 세라믹기술원 구성원들이 만족할 수 있고 연구를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할 예정이다. 갑작스런 개혁이 아닌 점진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외에도 ‘국민행복 정부 3.0’ 정책에 따라 다양한 사업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정부3.0의 가치인 개방, 소통, 공유, 협력에 부합되는 세라믹 현장인력양성과 유관기관 협업을 통한 기술이전 및 정책자금 지원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중점과제들을 확대 추진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육성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에 대한 정부 및 대국민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30년 넘게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경험을 비춰보면 연구의 본질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연구소와 학교에서 하는 일은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장래에 꼭 도움이 되는 것임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의 형식적인 연구를 위한 연구, 모럴헤저드에 의한 연구비 유용, 임금피크제 논란 등으로 예전보다 연구자를 대우해주고 인정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 정부의 연구지원이 점차 짧아지고 성과를 우선시 하는 분위기도 연구자들의 위상 하락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깊이 있는 연구 없인 의미 있는 일을 하기 힘들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세라믹 소재부품의 중요성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린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릇에서부터 스마트폰, 이차전지 같은 첨단제품에 이르기까지 세라믹은 보이지 않는 곳에 다방면에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세라믹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질 것이고 특히 신소재는 거의 대부분 세라믹과 융복합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햅틱 기술(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세라믹소재부품으로 구현해 낸 것처럼 세라믹은 기능과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수출제품 위주로 산업을 육성하다 보니 소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사과나무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그간 사과(제품)를 어떻게 잘 팔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지 나무(소재)와 뿌리(연구)의 역할을 등한시했다. 뿌리 없는 나무는 없고 나무 없이 과실이 열매 맺기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산학연관 관계자들에게 소재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세라믹 사업화와 기술개발 시 난관에 봉착했을 때 우리 기술원 연구자들과 함께 극복하시길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