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수준을 유지해 온 산업용 수소(H₂) 가격이 남부지역에 이어 중부지역에서도 내달부터 8~15% 가량 인상될 전망이다.

수소업계에 따르면 이번 가격인상 움직임에는 최근 신규수요 급증과 수소공급에 필요한 각종 장비가격 인상, 원료가스 공급부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수소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여 컴프레서 등 시설 확충이 이뤄져야 예정된 수요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자칫 시설 확충이 차질을 빚을 경우 수소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간 수소의 주된 수요산업은 국내 반도체·광통신 분야 등을 들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폴리실리콘 제조업과 LED산업에서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수소 수요가 10년 전에 비해 무려 3배가량 늘어났다.

OCI가 단독 생산하던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은 올 들어 한국실리콘, KCC가 잇달아 뛰어들면서 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생산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선발주자인 OCI가 올해 말까지 1만톤 규모의 증설을 추진 중이며 한국실리콘도 3,200톤으로 시작한 폴리실리콘 생산을 내년 4,8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6,000톤 규모로 양산에 들어간 KCC도 향후 1만8,000톤 이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LED 시장 역시 LED TV 수요 급증 등의 영향으로 올해 3조7,500억원, 2015년에는 5배 증가한 15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가 전망되고 있어 수소 등 산업가스 수요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대성산업가스는 최근 1조1,529억원 투입된 LG이노텍 파주공장 LED생산라인에 LED BLU와 조명용 LED 패키지 양산에 필요한 수소, 질소 등 각종 산업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장비가격과 유류비의 상승도 수소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소 공급사 관계자는 “수소 실린더 가격은 물론 카트리지 가격도 줄줄이 인상됨에 따라 투자금액 회수 부담으로 신규투자가 쉽지 않다”며 “많은 물량이 아니면 공급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타 산업용가스와 달리 수소가스는 액화하기 어려워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율 절반 이상어서 유류비 상승은 수소공급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수소 유통방식은 파이프라인이 56%, 카트리지가 44%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향후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원료가스 공급부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수소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수소의 생산과 공급은 대부분 석유화학회사들이 나프타(납사)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을 수소전문 유통업체가 정제, 기체상으로 충전해 유통시키는 방식을 취해왔다.

그런데 국내 정유사들의 중질유분해시설사업 및 탈황공정 확대로 인해 이들 기업의 수소 사용이 늘어난 데다 벙커C유, 프로판 등 연료가격이 크게 오르자 수소를 대체연료로 사용하기까지 하고 있어 기존의 수소 공급업체들로서는 물량확보가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특히 경기 침체로 미뤄졌던 아시아 및 중동 지역의 에틸렌설비 증설에 따른 에틸렌가격 하락이 나프타분해시설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간 ‘부산물’인 수소를 수소업체에 싸게 넘겨온 원료공급사들이 수소를 ‘제품’으로 인식, 제값 받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수소업체들은 신규시장에 대해선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수소의 공급부족의 여파로 수소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모적인 과당경쟁은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