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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4-04 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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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경석, 고부가 세라믹 원료로 부활



■ 버려지던 돌덩이에서 원료로, 가치 재발견

광산에서 석탄을 캐는 과정에서 석탄에 돌이 많이 섞이면 버리게 되는데 이를 경석이라고 부른다. 크게 채광 시 발생되는 굴진경석과 선탄공정에서 발생되는 선탄경석이 있다. 기준열량 2,000kcal/kg 이하의 폐석과 함께 저열량석탄이 포함돼 있는 탓에 경제성을 이유로 관심받지 못하고 광산 근처에 쌓아두고 있는데 국내 경석자원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 초까지 폐광된 석탄광산에 약 2억톤이 적치되어있고, 현재 국내에서 가동중인 5개 탄광에서 연간 70만톤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석을 그대로 방치되면 인근 하천의 중금속 오염 및 적치사면 붕괴 등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광해복구사업을 통해 관리해야 하며 다른 곳에 버릴 수도 없어 관련 지역에서는 골칫거린데 특히 강원도엔 전체의 80%에 달하는 경석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석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성분을 살펴보면 SiO2(이산화규소), Al2O3(산화알루미늄) 등으로 이는 유리, 다공성 단열재, 시멘트, 주물사, 골재 등 세라믹산업에 필요한 핵심성분과 같다.

국내 경석자원의 경우 SiO2의 함유량이 85wt.%를 상회하고 있고 AI2O3 함유량은 9.0wt.% 이하로 SiO2품위가 높고 불순광물의 함유량이 적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편이어서 활용 가능성과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선탄공정에서 발생되는 경석자원에는 약 20% 정도 탄소성분이 포함돼 있어 소성 조건에 따라 다양한 형상의 세라믹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 환경·안전용 원료로 시장전망 밝아

경석 업사이클링을 통한 원료의 적용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분야로는 건축 내·외장재(ALC)와 다공성 세라믹, 환경 치유소재(제올라이트) 등이 있다.

건축 내외장재의 경우 불연 및 흡음성능 향상, 친환경 소재사용 등 품질등급 기준이 강화되고 있어 향후 수요확대가 전망되고 있다. 기능성 건자재시장은 2017년 3조6천억원에서 2025년 5조4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불연성을 가진 미네랄울(광물섬유), 글라스울(유리섬유) 등 무기단열재 수요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전세계 단열재 시장은 2011년 325억달러에서 2018년에는 567억달러로 연평균 8.3%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단열재 시장은 2013년 기준 약 2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9% 성장해 2017년 3조6천억원, 2025년에는 5조4천억원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르게 화재에 취약한 유기질계 단열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무기질계 단열재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 단열재 시장은 유기질 단열재 시장이 85%로 무기질 단열재 시장(15%)에 비해 압도적이나 정부의 단열재 품질등급 기준강화로 인해 불연성능, 흡음성능이 우수한 무기질 단열재의 채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에너지절감과 CO2 배출절감 및 포집용 핵심소재인 다공성 세라믹은 세계적인 환경보호 강화 분위기 속에 배기가스 필터, 기능성 흡탁제, 세라믹 멤브레인, 세라믹융합 단열재 등에 널리 적용되면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라믹기술원 연구보고서(2015년)에 따르면 세라믹분리막 시장은 연평균 13% 늘어나 2020년 24억달러로, 같은기간 세라믹단열재 시장은 연평균 26% 늘어나 12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공성 재료로서 석유화학촉매, 합성세제첨가제, 향균제, 가축사료첨가제, 건축자제, 정화제, 토양 및 피부보습제 등 환경치유용 소재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제올라이트는 주요 성분이 경석자원이 가지고 있는 SiO2와 Al2O3의 복합성분이기 때문에 적용 가능성이 높다. 제올라이트는 결정 형태에 따라 저렴한 것은 kg당 1천원에서 비싼 것은 1백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원료 공급처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가장 높은 가격대의 제올라이트 Y급의 경우 반도체 및 전자 제품 생산 공장의 식각 공정에서 발생되는 폐액 흡착과 자동차 배기가스 중 NOx 및 SOx 발생량 감축을 위한 SCR 촉매의 재료로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어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경석에서 나오는 원료는 경량골재, 세라믹 타일, 산업용 골재, 세라믹 소결체, 중금속 처리용재, 주강·주물사 재료, 융설 아스팔트용 소재, 제철·제강 고로 슬러그 형성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 세라믹산업 경쟁력 높이고 환경도 살리는 경석 활용

경석의 주요 성분인 SiO2, Al2O3는 세라믹의 주요 원료로 주로 호주, 베트남, 중국 등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국내 세라믹업계들의 소재 종속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정부 정책이나 기업들이 저렴하게 광물을 확보하는데만 관심을 가지고 광물을 원료 및 기초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원료소재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소홀히 한 탓에 국내 세라믹 원료산업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34%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내 세라믹업체들의 제품가격에서 범용세라믹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로 해외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SiO2 성분이 포함된 규사는 기능성 건축자재와 환경치유소재 원료로 활용되는데 전량 수입에 의존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규사 수입량은 약 100만톤으로 금액으로는 5,350만달러(한화 600억원)에 달한다.

기능성 건자재에 들어가는 원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원보유국의 수출제한 등에 따른 원료수급이 불안한 상태다. 중국은 석영, 모래의 수출을 전면금지했으며 태국은 75% 이상의 SiO2가 함유된 모래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에 지천에 널린 경석에서 이들 원료를 생산·판매하면 국내 세라믹업계의 가격경쟁력 향상은 물론 수입의존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또한 경석자원의 선별, 선광 과정에서 2차로 발생되는 부산물인 석탄과 골재용 원료 등도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석을 100% 쓸모있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석이 자원으로 활용되면 환경오염 문제와 광해 및 적치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가 효과도 발생한다. 경석은 대부분 유휴산림 계곡에 폐석을 적치한 후, 복토 및 식재로 처리되는데 경석에 포함된 Al2O3 성분으로 인해 인근 토양과 하천에 백화현상이 나타나고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과 산성도가 기준치를 훨씬 웃돌게 나타나는 등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석자원과 관련한 수질오염, 지반침하 등 광해방지를 위해 한해에 86억원(2014년)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등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사용한 예산만 총 2,125억원에 달한다.

현재 경석은 대한석탄공사 부지 또는 산림청에서 임대한 부지 내에 쌓여있는데 경석의 업사이클링으로 없앨 경우 부지관리 비용을 줄이고 다른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 광물 및 세라믹 원료로부터 제조된 세라믹 소재화 개요도.



단열재·유리 등 산업 원천소재, 국산화로 경쟁력↑

발목 잡는 환경규제 개선 및 정부 관심·지원 시급



▲ 경석자원으로 인한 국내 광해사례. 인공위성사진(右)을 통해 화살표 방향으로 지형변화가 일어나 마을에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

■ 韓 상용화 기술 확보 필요

경석을 원료화하기 위해선 우선 경석을 건식 분급·분류 기술을 활용해 석탄분과 암석분, 부산물로 분리하고 파쇄, 분쇄, 분급, 입자크기 조정, 분리, 혼합소성 등의 산업용 원료소재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세라믹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입도조정, 조성관리 등의 공정이 요구된다. 그간 국내에서는 경석자원을 산업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개발이 진행됐다. 대부분 연구실 수준의 기초·응용연구로 대표적으로 골재 및 제조된 콘크리트 연구, 경량골재 발포성분, 합성 제올라이트 제조 가능성 연구 등이 추진됐다.

상용화 수준의 연구개발 일환으로 경석을 활용한 점토벽돌, 유리제품 제작이 추진된 바 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세라믹원료 생산을 위한 기술검증 및 원천기술은 확보돼 있느니 만큼 파일럿 플랜트급 인프라를 구축해 상용화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데 초기 투자비용이 걸림돌이다. 또한 그간 우리 정부가 원료소재에 대한 관심과 인식부족으로 상용화에 필요한 인프라가 거의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전전력연구원에서는 석탄선별장치와 저등급석탄의 미분시스템, 저등급석탄의 개질방법 등 선광, 선별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이와 연계해 최근 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저급석탄 안에 존재하는 이물질을 제거해 단위 열량을 높이는 건식선탄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 상용화를 위한 기술 및 장치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광산에서 발생된 폐기물을 재활용 하고 환경에 무해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EPA를 중심으로 휴·폐광산 지역의 오염토양 복원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며 광무국(Bureau of Mines)에서는 유용광물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개발 및 지도를 시행 중이다. 호주에서는 41개소에 이르는 금속 광산에 대한 생산 활동부터 폐기물 처리부분까지의 정보를 관리하고, 각각의 광산 실정에 부합되는 관련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하여 그 결과를 관리 중이다. 해외에서 출원된 특허는 대부분 건조기술과 선탄기술을 통한 석탄자원의 고품위화 관련특허로 상당수의 특허들이 2010년 이후에 출원될 정도로 기술이 최근 더욱 각광받고 있다.

■ 경석 업사이클링에 적극적인 강원도

강원도는 과거 우리나라 산업화시기에 석탄, 텅스텐, 석회석 등 에너지·광물자원을 전방산업에 공급 또는 수출을 통해 ‘한강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후 채산성 및 가격경쟁력 약화로 하나둘 폐광되면서 제조업은 사라지고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갖게 됐다. 폐광으로 인한 광해발생 등 과거의 영광에 따른 상처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과거 단순 광물공급처에서 벗어나 소재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자 중장기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특히 도는 강원도에는 현재 태백 장성, 삼척 도계에서 석탄광산이 운영 중으로 국내 경석 발생 및 적치량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이를 원료화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세라믹기업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효과가 상당하다.

2005년부터 강릉을 중심으로 세라믹 신소재산업을 지역 주력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에 강릉과학산업단지에 세라믹기업, 연구기관, 지원기관 등이 입주해 세라믹 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강원도 세라믹 신소재산업의 매출은 2014년 기준 160개사에서 6,866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세라믹 신소재가 활용되는 자동차부품은 강원도 전체 수출액의 17%(2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한 강원도는 폐광지역의 재창조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조성을 비전으로 대체산업 발굴·육성을 위한 ‘2025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광물자원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폐광지역의 신성장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텅스텐, 석회석 등에 이어 경석의 원료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광해관리공단,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광물관련 공기업들이 원주에 본사를 이전 완료함에 따라 광물자원의 고부가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원료산업 발목잡는 규제해소 절실

플랜트만 있으면 쌓여 있는 경석에서 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는 현재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석자원은 광산폐기물로 지정돼 있어 지역 외로 유출이 힘들고 비용도 많이 발생해 사업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경석자원을 업사이클링 하려면 탄광에서 나오는 것을 적치하기전에 가져와 원료화하는 수 밖에 없다. 또한 광산폐기물은 광산보안법 규정에 광업권을 가진 기업에서 처리하게 되어 있는데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관심부족과 한정된 예산 등을 이유로 그냥 적치장으로 운반, 매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2억톤에 달하는 적치된 경석자원을 원료화하기 위해선 광산폐기물을 재활용이 가능한 광업부산물과 단순 폐기물을 구분하고 원료화가 가능한 광물은 무해한 광업부산물로 새로 정의하는 등 규제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폐광이나 광산을 가진 지자체와 관련 기업들이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또한 광산폐기물의 완벽한 재처리와 합리적인 재활용을 위해 상용화단계에서 별도법인 형태의 특수목적법인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관련 기술개발과 활용을 위해서도 반드시 선행돼야할 사항이다.

최근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 및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입장에서 과도한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광물자원 관련 규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경석의 경우 규제가 개선되면 재료구입이 거의 운반비 수준으로 낮은데다 고부가화가 가능해 ‘창조경제’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간 관심부족으로 경석이 폐기물 취급을 받아온 천덕꾸러기에서 세라믹 원료라는 보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이 요구되는 때이다.

▲ 경석자원 적치현황 및 활용가능성 예시.

▲ 경석자원 원료활용을 통한 기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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