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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4-27 18: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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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상당히 강한 어조로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또한 그에 앞서 티머시 재무장관을 급히 중국에 급파하는 등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해 그 어느 때 보다 명확하고 강경한 의사를 표현했다. 특히 이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 상원을 필두로 한 미국 경제계 전반의 흐름을 대변한 것이어서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명확한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은 예상과 달리 후진타오 주석이 더 강력한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위안화 문제에 대해 미국민과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중국의 시장 지향적인 환율제도 이행을 촉구했으나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시스템은 외부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강한 위안화가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표면상으로는 오바마가 미국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표시한 것에 머문 반면에 후진타오 주석이 오히려 위안화 인상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의 입장을 확인시킨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안화 절상에 관한 진전된 합의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기대와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안화의 절상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 두 나라의 정상회담에서 연출된 장면보다 오히려 티머시 미 재무장관의 8일 급거 방중에 더 큰 의미를 두어 미국과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체면과 명분을 살려주고 미국은 실리를 찾는 형식을 빌린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대외적인 요청과 압력을 제외하더라고 중국의 내부적인 환경은 분명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즉, 중국경제는 제조업 경기가 활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이 풍부해진 데 힘입어 1분기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이 11.9%로 계획과 예측을 훨씬 웃도는 실적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급속한 수출 회복과 더불어 과열과 거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미리 이러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큰 폭의 금리인상은 물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위안화의 급속한 절상의 요구가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위안화의 급격한 인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중국의 내부 사정만으로는 충분히 성숙한 상황임에도 중국의 정치 체제와 지도자들에게 국내의 고용불안, 수출 채산성 악화 그리고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관념이 지나치게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설사 인상하더라도 정책 결정에 있어 국내 제조업이 수용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충분한 시간과 대단히 보수적인 인상률을 보이게 될 것이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미국 역시 중국 위안화의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염려할 상황이어서 큰 폭의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입장도 못 된다.

최근 눈에 띄는 현상으로 미국의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이 미국 국채보유 물량을 4개월 연속 줄이고 있다. 아직 소규모에 지나지 않으나 중국이 본격적으로 그 물량을 줄인다면 미국이 요구하는 위안화의 인상과 달러의 약화같은 효과를 보이게 되는 데 이는 결국 미국 내 이자율 상승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게 돼 경제 회복에 대한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미국 달러가 가지고 있는 국제 기축 통화로서의 권위와 영향력의 급격한 쇠태를 가져올 수 있다.

달러 가치의 불안은 결국 국제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과 국제 소비 시장의 급격한 변화, 외환 시장의 급격한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어느 누구도 그 같은 그림은 원치 않을 것이다.

중국 역시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데 따른 사고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어 미국과 중국 상호 간에는 인상을 하더라도 점진적인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소폭 수준에 머물 것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결국 이들 국가의 갈등은 정작 당사국과 관계가 없는 한국을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의 경제 우등생들의 통화 절상을 가져오게 된다. 더욱이 미국의 실업률과 제조업의 실적호조로 미국 달러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국가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다.

정작 압력을 주고자 하는 중국에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국 통화만 절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주변국들은 이러한 불공정한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어느 정도 독자적이고 초연할 수 있는 강력한 외환 체질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간 협력을 포함한 특단의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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