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조공장이자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를 내재화하는 이른바 ‘홍색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코트라(KOTRA) 베이징 무역관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中 기업활동에 대한 영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는 기업 투자 위축 및 전반적인 공급망 위기, 소비위축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 등을 겪고 있다.
중국 경기상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의 경우 2월 제조업 PMI는 35.7, 서비스업 PMI는 30미만으로 폭락했다. 이는 모두 역대 최저치이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또한 최근 1분기 중국 GDP 성장률을 5%대로 예상하는 기관이 많으며, 5% 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였으며 코로나19 이전 1분기 전망치도 6% 내외였다.
이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 필수재를 제외한 기업과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지역 간 인구 이동도 제한한데 따른 것으로 이러한 조치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기업의 생산, 수요, 고용상황은 물론이고 심지어 그간 축축해온 글로벌 공급 역량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2월 초 중국의 대외 부품조달 지연으로 해외공장 가동 중단, 최근 부품공급 부족과 인원복귀 지연으로 중국 내 조업회복 부진 등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부품공급이 지연되면서 한국 현대차, 일본 닛산차, 닌텐도 등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또한 중국내 산둥 궈쉬엔(國軒)배터리는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조업회복률이 50%에 그치고 있고, 저장 쟈싱 다마진 섬유공장 중 95%가 원료 부족으로 가동 중단됐다.
이로 인해 중국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진출 전략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화공, 운송설비 등의 對한국, 對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아 해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악화될 경우 중국내 산업체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對한국 화공제품 수입의존도는 44%에 달한다.
중국은 그간 한국에서 수입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반도체 굴기, 석유화학 수직계열화 등을 적극 추진해 왔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제조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은 2018년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독자기술 개발이 더욱 절실해졌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기업은 중국이 수입 중간재 대신 자국 제품을 사용하는 ‘홍색공급망(red supply chain)’ 구축을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로 중국경제가 장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낮으나 중국정부가 단기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장개방과 인프라 투자 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외자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대비 2.3% 소폭 증가한 1,381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중 제조업 투자 비중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외자유치가 2분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과 금융시장 개방 등 개혁개방을 심화하고 있어 외자기업의 서비스업, 4차 산업 관련 투자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가구·인테리어, 섬유의류 등 노동집약형 산업은 민영 중소기업이 많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난 등 경영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를 계기로 노동집약형 산업은 동남아로의 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