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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24 15:06:26
  • 수정 2020-04-24 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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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체계에 반드시 부식방지기술을 더하자



▲ 이성민 한국부식방식학회 회장

근현대사를 통틀어 COVID-19가 우리사회에 던져준 충격은 실로 크다. 아직 진행형이라 의미와 해석은 저마다 다양하고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의료, 방역체계와 국민의식을 포함한 보건안전문화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최근 매우 긍정적이며, 일부에서는 우리의 시스템을 채택하고도 있다. 우리나라는 실로 뜻하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였으며, 소위 한강의 경제기적이후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의 저력에 대해서 놀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1인당 국가총생산 GNP 3만불 시대를 넘겨 OECD가입이후 오랜 기간만에 비로소 선진국진입의 문턱을 넘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다시 후퇴하지 않는 안정적인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소득 성장 이면에 반드시 갖춰야 할 내적모습이 있다. 그것은 높은 안전의식과 체계적 안전문화 수준이다. 이는 의료 방역과 같은 보건부문뿐 아니라 재해안전이 포함되며, 이러한 재해방지기술중에 꼭 필요한 부분이 바로 부식방지기술이다.


병원균바이러스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랜 주제였다면 부식문제는 인류가 철을 문명의 중심소재로 사용한 역사중 불과 100년 정도 연구되어 온 분야이다.


미국 파이낸설타임즈 2016올해의 책에 선정된 RUST의 저자에 의하면, 부식현상을 현대문명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소리없이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붉은 재앙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전파속도가 느리고 감지가 늦다보니 잠재적이고 치명적인 위험에 비하여 잘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4월24일은 UN비정부단체인 세계부식기구(WCO, World Corrosion Organization)가 2010년에 정한 세계부식의날(Corrosion Awareness Day)이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증대되는 생산설비 및 사회간접시설물에서 부식(腐蝕, 녹) 파손사고가 일어나면 인명피해는 물론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재난이 되기도 한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카바이드(추후 다우케미컬이 인수) 공장에서 일어난 이소시안화메틸 가스누출사고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전형의 사례이다.


사고당시 2,800여명의 희생자를 포함 지금까지 무려 2만 명 이상 사망하였고, 12만여 명이 실명, 호흡곤란 및 소화장애를 겪고 있다. 지금도 주민들은 토양과 지하수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고, 누적규모 약98억 달러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경제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식사고를 억제할 수 있도록 전문가육성 및 기술보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자 한 것이 세계부식의날을 제정하게 된 이유다.


부식사고는 규모에 상관없이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도 빈번히 발생한다. 비교적 최근 국외사례로 지난해 6월 2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너지 정유공장에서 배관내 유증기 유출 폭발사고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이후에만 청주 반도체업체와 구미 화학제품 생산업체의 불산 누출사고 등이 있었고, 울산공단, 일산백석역, 서울목동과 안산고잔동에서 지하매설 열수관 파열사고가 이어졌다.


특히 인명사고를 수반한 일산 열수관 파열사고는 사회적 이슈가 크게 된 바 있다.


전문가 육성·기술보급 사회적 인식 높여야

인력육성·정책 적극 모색 선도 리더십 요구


그런데 일반 대중들은 이러한 재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사고의 근원적 내재요인인 설비의 파손원인, 즉 부식현상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최근의 땅꺼짐 사고도 좋은 예이다. 이 현상은 자연지각운동에 의해 비롯된 것보다는 부식으로 인한 상수도관 파열 등의 원인으로 누출된 유수에 의해 토사가 쓸려나가 도로나 지표면 아래 형성된 빈공간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해당 지자체나 관련기관에서는 주로 토목구조적인 대증적 대책에 힘쓰기 보다는, 부식발생의 원인 규명이나 부식방지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다 더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대형사고발생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하인리히의 법칙에서 예견하듯 산업화사회가 고도화되어 시설물들이 압도적으로 늘게 되면 대형사고의 잠재성에 노출된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역사가 40∼50년이 되어가며 사고가 빈번한 편이고, 다소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도 높다.


더욱이 최근 4차산업의 발전으로 정보의 초대용량 트래픽과 함께 다양한 설비, 구조물 및 이동체 등 핵심 시설들이 물리적/사이버 공간적으로 함께 묶이는 초연결 특성으로 인해 지난해 KT지하통신구화재와 같이 대규모의 재해가 연쇄적으로 발생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안전사고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지하매설물에 대한 지리적 정보구축, 사고에 대한 투명성 보고체계나 통계자료의 공개 등이 잘 실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WCO가 주창하는 부식기술인지라는 관점에서, 특히 정책당국에서는 안전분야 정책이나 전문위원회 등의 구성 포트폴리오에서 이 분야에 결핍 부분이 있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바와 같이 국내산업설비 등을 대상으로 부식조사, 대기나 토양환경에 대한 부식성지도 작성 등 국책사업으로서 정부의 주기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국내 기간산업들에 필요한 부식방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안전한 산업생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고나 재해발생시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수립과정에서 부식전문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내산업계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인력이 설비의 부식관리를 하는 경우가 현주소인데, 이를 과감히 타파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육성, 확보하고 이들로 하여금 부식문제를 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부식방지기술은 원리상 자동차, 에너지, 반도체, 배터리, 정유 및 화학공정, 조선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간산업에서 기본적으로 활용된다. 그 효과는 에너지 및 자원절약, 환경오염방지, 비용절감 그리고 설비수명 연장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여한다.


한마디로 산업사회의 발전과 사회의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필수불가결의 기반기술이다. 의료, 법률과 같은 전문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이미 이 분야에서 잘 준비된 미국의 NACE(부식기술자협회)에서는 여러해 전부터 끊임없이 국내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탐색을 다각도로 벌이고 있다.


어쩌면 주저하다가 우리나라에서 부식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할 즈음이면 저변이 약한 우리는 국내현장을 외국기술에 모두 내어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안전기반 체계로 이행되는 진정한 선진국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부식방지 수요산업을 외국기술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도,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부식기술에 대한 인력육성과 정책을 적극 모색하는 선도리더십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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