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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02 12: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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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본 수출규제부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급망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산 불화수소를 못 구해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를 수입하지 못해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섰다. 이에 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및 국산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을 제정할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
소·부·장 경쟁력 강화는 뿌리기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뿌리기술은 소재를 가공해 부품과 제품을 만드는 산업원천기술로서 우리가 세계 7위 수출국으로 도약하는데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높인 뿌리기술의 공로가 컸다.
뿌리기술은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과 주력산업 고도화라는 산업적 요구에 발맞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다양한 소재를 부품화하는데 필요한 신기술, 제조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 도입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중소·중견 뿌리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 및 실용화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4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형상제조연구부문(주조·금형·소성가공) △부품기능연구부문(용접·접합·표면처리) △공정지능연구부문(열처리·디지털제조공정) △융합소재공정연구부문(융합공정소재·희소금속) 등 4대 연구부문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한국희소금속센터 등 2개 국가위임부서를 합쳐 뿌리기술연구소를 개편했다. 본지는 김택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장의 인터뷰를 통해 뿌리기술의 발전 방향과 뿌리기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세계 선도형 뿌리기술 개발, 지역·기업과 함께 성장할 것”



■ 뿌리기술연구소 개편의 의미는


뿌리산업은 완제품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만들고 상호 연결해주는 핵심공정산업으로 다른 말로 생산기반기술이라 불린다. 과거에는 기업의 역량이 부족했고,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연구소도 주로 애로기술지원, 경쟁기술개발 등을 지원했다.


그러나 그간 우리 제조업 역량이 크게 향상됐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입한 시점에서, 혁신기술인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을 선제적으로 산업에 접목시키는 선도형 뿌리기술 연구개발에 매진해 이를 지자체와 기업에 지원함으로써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뿌리기술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


이번에 각 부문을 융합해 4대 부문으로 통합한 것은 입지에 따른 분야별 분리 상황을 극복하고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포석이다. 뿌리기술연구소는 생기원에서 가장 큰 조직이지만, 뿌리분야별 위치가 인근 도시로 분산돼 있어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6대 뿌리분야 중 금형 분야는 경기 부천에, 열·표면 처리 분야는 경기 시흥에, 주조 성형은 인천에, 국가뿌리진흥센터는 서울에 각각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부문이 사람도, 정부 지원도 따로 이뤄졌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부문 통합을 감행했다. 주조, 금형, 성형은 형상제조 연구부문으로, 용접 접합과 표면 처리는 부품기능 연구부문으로 각각 합쳤다. 열처리와 디지털제조는 공정지능 연구부문으로, 융합공정소재와 희소금속 분야는 융합소재 공정 연구부문으로 각각 합쳐졌다. 국가뿌리센터와 뿌리연구소의 융합으로 각각의 국가뿌리정책을 선도하고 산업기술을 균형적으로 선도할 수 있게 됐다.


뿌리기술연구소는 현재 399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이중 연구인력만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이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됨으로써 우리 뿌리기업의 기술 확장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산업간 융복합이 날로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자유롭고 도전적인 연구·지원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 상호 현안을 공유하고 산업 선도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예정이다.


■ 뿌리기술연구소는 지자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천 송도에 위치한 뿌리기술연구소는 인천이나 수도권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소재와 공정 연구개발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각 지역본부가 많이 생겨 각각의 지역을 위임했다. 이로 인해 연구소는 인천 등 수도권에 더 집중할 이유가 생겼다. 특히 수도권은 전국 뿌리 분야 공장 70%가 밀집해 있고 인천시는 1만여개 제조업체중 31%가 뿌리기업이다.


그런데 인천 남동공단도 최근 공장이 많이 줄고 있어 고민이 깊다. 예전에는 7개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4천개로 줄었다. 2천개까지 줄어든다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개개의 공장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전략을 실행중이다. 연구소는 남동공단을 비롯해 인천, 시흥, 부천지역 산업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해 왔다. 연구 예산의 약 50%를 지자체 기업 및 기관들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중소·중견기업 지원건수(2,179건) 중 32%(679건)가 인천지역 기업이었다. 타지역 기업 지원건수는 연평균 3% 감소하는 반면 인천지역 기업 지원건수는 연평균 11%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인천지역 소재 기업 지원이 생기원 전체 기업지원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인천 소재 중소·중견기업 933개사를 ‘파트너기업’으로 선정해 애로기술 해결, 전문가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으로 집중 지원 중이다. 인하대와는 뿌리전문대학원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뿌리산업종합지원방안과 희소금속센터를 중심으로 소재실증화단지 구축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 외에 부천과 시흥에서도 지자체와 활발히 협력 중이다.


지역별 분리된 조직 통합, 융합시대 자유·도전적 연구·지원 토대 마련

포스트 코로나 대비 인천 공단 활력화 플랫폼 준비, 지자체 지원 강화


■ 뿌리기술연구소가 소부장 국가연구실로 지정됐다. 앞으로의 활동은


연구소내 국가위임부서인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 및 한러혁신센터가 지난 5월 소부장 국가연구실로 지정됐다.


이에 희소금속 고순도화·소재화 관련 국내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는 관련 정책지원 거점 역할 및 기술자립을 위한 기업지원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러시아, 우즈벡 등 원천기술·희소금속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 및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국제 표준화도 추진한다.


첨단산업의 고기능·고부가화의 필수 소재로서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소금속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앞으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모터내에는 전기에너지를 구동에너지로 바꾸는 영구자석이 들어가는데 희소금속의 일종인 희토류는 자성을 높여 컨버팅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희소금속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기차 등 수요확산으로 수급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중희토류의 경우 중국에만 매장돼 있는 등 소수 국가에 편재된 탓에 자원의 무기화 경향이 있으며 지난 2010년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발생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때문에 희소금속 확보 및 재활용과 소재화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에서 금이나 희소금속을 추출하기 위해선 200개 물질을 사용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폐기물이 더 발생하기 때문에 재활용산업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이다. 공정상 투입해야하는 물질을 소재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희소금속이 포함된 제품을 간단한 장비로 확인할 수 있는 국제표준이 개발된다면, 폐기물로 버려지던 희소금속이 재자원화돼 수급안정화는 물론 재활용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 포스트 코로나시대 제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뿌리기술연구소의 전략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3분기 내 80% 제조업체들이 경영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충격은 가볍게는 해외 영업활동 제한, 근로시간 감소에서부터 심각하게는 수요처 부재, 현금 유동성 경직, 생산 중단, 정리해고까지 제조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뿌리기술연구소는 ‘인천지역 공단 활력화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전략은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코로나 확진자 수를 억제한 비결인 ‘빠른 정보수집과 분석, 그리고 투명한 공개’ 전략과 상통한다. 시범적으로 인천 남동공단 입주기업의 인력, 장비, 기술, 제품에 대한 정보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 간 인력·장비 수요를 원스톱으로 연결해 생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이다. 현장 수준별 인공지능(AI) 교육을 시켜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제조업이 다시 활성화될 때 AI 중소기업을 환골탈태하도록 할 예정이다. 기존 제품 판로가 붕괴한 경우 우회 및 대체 시장 진출이 가능하도록 품질평가, 인증, 기술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구동할 계획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든 제조업체가 이 위기를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뿌리기술연구소가 구상하고 있는 공단 활력화 플랫폼은 생존에 실패한 기업에 대해서도 그들의 생산장비가 고철로 처분되지 않고 가장 적합한 공정을 찾아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가치를 평가해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실직 근로자 또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적 능력가치를 재평가해 제조산업 부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지역 주력산업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 ‘희망의 등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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