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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07-12 0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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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중심 조립산업’인 우리 제조업

우리나라 산업은 1960년대에 경공업에 이어 70년대 이후 제조업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조립 위주의 산업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 LG 등이 1970년대 초 라디오 생산을 시작으로 제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현대도 자동차와 조선 산업에 투자하며 조립 산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에는 조립에 필요한 부품이나 기술이 있을 경우 해외로부터 도입해 오면 그만이었다.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해야 했기에 필요한 부품은 외국에서 신속히 수입해 오는 것이 유리했다.

해외로부터의 기술도입 중 문제가 생길 경우 실무자가 책임지지 않아도 됐지만 성공할 경우 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반면, 국내에서 개발을 시도하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문책과 함께 많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던 당시 분위기가 강하게 작용한 탓이었다.

특히 내부경쟁이 치열했던 기업문화 속에서 책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경향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며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IMF 이전까지는 이런 방식에 문제점이 없었다. 우리나가 기술자들의 근면성과 눈썰미, 손재주 등을 통해 대부분의 기술적 문제와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인건비도 경쟁국들과 비교해서 낮았으며 근무시간도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쟁국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IMF 이전까지는 제조분야에서 우리와 경쟁할 만한 국가가 없었으며 기술과 관련해서도 경쟁할 국가가 대만을 제외하고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그 당시 이미 원천 기술과 설계기술을 확보하고 제조기술은 제 3국에 위탁하는 형태의 산업구조를 확보해 둔 상태였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기술 선진국들과 기술경쟁을 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것이다.

IMF 이후 세계 시장의 글로벌화와 함께 우리나라 산업계 중 일부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이들 국가들 특히 일본과 독일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하나씩 문을 닫게 됐다. 더욱이 중국이라는 거대 제조업 국가의 등장은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추락시켰다.

IMF 이후에 살아남은 중소 제조 기업들도 생산성이나 생산능력만 갖추고 있을 뿐 중국과 경쟁할만한 원천기술이나 설계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반면 중국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과 선진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 선진 외국기술과 자본은 중국이 있음으로 우리에게 기술이전이나 부품공급을 꺼려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이로 인해 국내 중소 제조 기업은 해외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려해도 거의 성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 처해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국내 대기업들은 어떨까? 대기업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경영문제에 직면해 있다. 금융위기, 노사관리 등 중소기업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문화, 특히 하청업체 등 협력기업과의 협력 문화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대기업이 생존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중소기업과의 잘못된 관계다. 즉, 갑·을 관계가 대기업에게만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임금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 상관관계를 이해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부분이 동일분야의 대기업보다 임금이 낮은 편이다.

이런 이유는 대기업이 거의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수준에서 가격을 혹독하게 낮게 지불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충분한 인건비를 지불할 여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또한 기술력을 개발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을 통한 기술 및 부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대기업은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의 우리나라 산업계의 전망을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우는 동일분야에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임금수준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인력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우리보다 낮으며 중소기업도 우수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기술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을 생산기술 위주로만 생각해 온 경향이 있다.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관한 원천기술은 기술도입에 의존하고 우리는 기술도입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을까에 주력을 해온 상태다.

對中 경쟁력확보, 기술 선진국 도약 ‘기반’
대·중소기업 협력문화 재정비 필요
부품중심 제조업·공학교육으로 전환해야

주로 생산 속도를 높이고 이를 통한 생산량 증대와 함께 적은 인력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력해 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국내 산업계에서 설계기술에 관심을 갖고 기술개발을 하지 않게 된 큰 이유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산기술 만으로는 중국의 제조 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 또한 제품중심 생산방식은 부품중심 생산방식과 비교할 때 서비스 수준이 낮게 되며 요즘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동적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낮게 된다.

우리가 중국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을 현재의 제품중심 생산방식에서 부품중심 생산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표준화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제품중심생산에서는 표준화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화는 설계기술(엔지니어링) 향상과 크게 관련이 있으며 이것도 우리나라의 설계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부품중심의 산업구조를 갖추려면 부품 전문기업이 육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품전문기업에 우수한 인재가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는 이들 기업 스스로만의 노력으로 이루기 어려우며 정부와 글로벌 기업 그리고 부품소재 전문기업이 모두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품소재 전문기업에서 능력 있는 기술자들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모기업이 하청기업을 착취하는 수준의 관계는 버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엔지니어링과 원천기술 부족 ‘이중고’

앞에서 설명한 것같이 우리나라 산업계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설계(엔지니어링)기술 또한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예외적인 분야가 조선분야와 일부 자동차 산업 분야이며 다른 산업분야는 거의 같은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로서 63빌딩, 서해대교 등 대형 건설공사의 기본설계는 해외로부터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로부터 직접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거나 기술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기술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설계기술을 담당할 인력과 현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나 이런 인력 공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국내 산업계에서 IMF 이후 신규인력 채용을 줄이고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경력사원 채용이 줄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불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현장에서 일 할 사람이 없다고 근심어린 걱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실적인 설계의 문제와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를 통해 관련 기술을 쉽게 익히도록 교육해서 적정이상 수준의 설계인력을 배출해야 하며 산업계에서는 이를 기초로 세계적인 설계인력을 키워야할 것이다.

또한 이 필요성을 산업계의 책임자들, 특히 오너와 최고경영자들이 확실히 인식하고 산업체 내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며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형태의 협력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형태의 관계를 만들어 나야 할 것이다.

학계에서는 산업계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방향의 정립과 함께 교과목 조정과 교육내용 조정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쓸모 있는 공학교육으로 바꿔야

우리나라 산업계의 인력 수요가 현장문제 해결 능력과 설계기술 능력이 있는 기술자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의 공학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런 인력의 배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원인은 현재의 공학교육 시스템이 너무 이론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첫째 이유다. 둘째 이유는 현재 공대에서의 학과목 수가 너무 많아 학생들의 수업부담이 너무 크며 이로 인해 교과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따라가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4년 만에 공대를 졸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한 학기 수강과목이 6~7과목이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대의 경우 한 학기 수강과목이 6과목 이상이 되며 이런 형태의 수강을 통해 대부분 4년 만에 졸업하는 것을 정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계분야의 경우 한 학기에 3개의 역학 과목을 수강하는데, 이는 평생을 활용해야 하는 기본 역학과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과목을 다음과 같이 조정하는 것을 제안한다.

1~2학년에서는 설계에 필요한 기본과목의 시 수를 늘려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3~4학년에서는 실제 설계연습과 실제 제작연습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학교 졸업생을 지금보다 더 현장에서 선호할 것이라 기대된다.

예로서 한국기술교육대학과 한국산업기술대학의 경우 실험, 실습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거의 100%에 가까운 졸업생 취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세계적인 경제 상황으로 인해 특히 취업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가 교육방향을 빨리 수정해 산업현장에서 일 잘하는 기술자를 배출한다면 부품전문기업의 발전과 함께 기술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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