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0-07-19 01:31:48
기사수정

정부는 지난달 13일 외부 환경변화에 의한 지나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을 자기자본 대비 250% 밑으로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즉, 선물환 거래 규모를 자기자본의 250% 이내로 묶어둠으로써, 거래 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증자를 통해 자기 자본을 확대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환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장기적 투자 자금의 규모를 늘려 외환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국내 은행의 단기 부채 상환 물동량을 줄여 외환 시장과 유동성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규제책의 목적이다.

국외의 조그마한 요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과잉반응을 보였던 외환시장에서 변동폭 확대의 주범인 단기 자금 유동성을 상당량 줄이고, 장기적으로 머무는 외환 물량을 늘림으로써 외부적 충격에 대한 과민성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정책인 것이다.

비록 여러 전문가 들이 그 실효성과 부작용을 제기하고 있으나 단기 외환의 유동성 변화에 의한 국내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을 크게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외환시장 불안이 국내 경제에 미쳐온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던 정부가 종래 자세를 벗어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처의지와 행동을 들고 나왔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간헐적으로 불거지는 각종 금융위기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정부의 모습을 허탈하게 지켜봐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 자본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자 국제 자본계정과 시장정책에 있어 ‘자유화’의 견고한 기조를 지켜왔다.

물론 이러한 자세는 나름대로 필요하고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그 과정과 가치판단 요소를 제외하고 결과론적으로만 평가한다면, 재작년 터져나온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를 우리의 경제가 무난히 극복함으로써 외형상 성공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국가위기를 담보하고 얻은 성과라면,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동안 이로 인해 국민과 기업이 감수했던 충격과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무릅쓰고 정책을 고수했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이고, 정책판단의 경중을 전혀 생각지 못한 참으로 무모하고 어리석은 자세라 할 것이다.

당연히 외환 시장에서도 적절한 보호 정책을 위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며 국제적인 저항을 벗어나는 효율적인 수단과 방법은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외환규제책은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금융시장은 국제적으로 ‘현금 자동지급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 거래가 자유화돼 있는 반면에 시장 규모는 대단히 작다. 소위 ‘큰 손’과 단기적 투기 자금, 국내 금융기관이 단기 차입금을 급격히 상환할 경우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국제적인 사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조그마한 변수에도 우왕좌왕하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방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우리의 원화가치는 불행하게도 이러한 과잉 반응 시장의 메커니즘에 맡겨져 있었다. 결국 이렇게 변동 폭이 크고, 불안정하며 예측이 어려운 환율시장에 우리의 금융시장과 기업 그리고 가계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가계가 이렇게 불가측한 환율 하에서 안정적인 경영과 합리적인 소비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가 어렵다. 국내 총생산대비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국민경제구조를 가진 우리 기업과 가계는 이렇게 취약하고 지나치게 불안정한 환율 구조 위에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1997년 IMF 위기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남부 유럽의 유로존 위기 상황에서 비싼 대가를 치렀음에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문제였다.

외환 시장을 자유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치게 풀어 놓았던 부작용에 의한 경제의 취약성은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한국경제보고서에서도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취약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점에서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가 늦었지만 이러한 규제책을 취한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우리의 외환 자유화 정책이 국가적으로 대단히 많은 희생과 비용을 지불하게 했음을 인정하는 또 다른 증거인 것이다.

아무리 자본자유화라지만 국가의 안위를 무시하고 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최우선의 가치가 국가의 위기 방지와 국민에 대한 보호이며 이것은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다. 이는 정책 판단의 우선순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판단기준이다.

이번 규제책은 제약된 선택 요소에서 큰 충격 없이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만 이 수준에서 더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시장에서 고립될 정도의 규제에 의한 보호주의를 취해서는 안 되겠지만, 더욱 빠르고 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동원돼야 할 것이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439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마크포지드 9월
프로토텍 11
디지털제조 컨퍼런스 260
이엠엘 260
서울항공화물 260
엔플러스솔루션스 2023
하나에이엠티 직사
린데PLC
아이엠쓰리디 202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