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1-07-06 13:07:59
기사수정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소재·부품에 더해 장비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이다. 우리 제조업 태동 시기 가공을 위주로 발전하다 보니 고가의 외산 장비에 의존하면서 공정도 맘대로 바꾸기 힘들어 갈수록 빨라지는 제조업 트렌드에 발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산 장비 제조기업들은 수요기업의 외면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영세화됐고 내수 시장과 대기업만 바라보다가 도태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세라믹 공정장비 전문기업 ㈜삼양세라텍은 이러한 국산장비 제조기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전념한 결과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열간가압소결로(Hot Press)·진공소결로·가스가압소결로(GPS)·냉간등방압성형기(CIP) 등을 설치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아가 미국, 일본, 터키 등에 장비를 수출하면서 대한민국 장비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삼양세라텍 설립자이면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주경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환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첨단산업을 우리가 선점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장비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국익을 이유로 핵심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경우도 많고 갈수록 빨라지는 제조 트렌드와 스마트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그만큼 빠른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부·장 독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장비 수요기업과 제조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주경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비산업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소재 상용화 필수 공정장비 국산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르네상스 뒷받침 할 것”



삼양세라텍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세라믹은 우리가 사용하는 첨단제품과 미래 신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소재다. 스마트폰 부품 80%, 센서류 70%, 연료전지 90% 이상이 세라믹과 연관돼 있다.

그러나 주요 소재부품용 첨단세라믹원료소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데 일본과의 무역 역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특히 반도체 공정 소·부·장에도 많은 첨단세라믹이 쓰이고 있으나 대부분 일본 등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공정장비도 마찬가지다.


무기재료를 전공하고 연구해오면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한다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해 지난 2000년 7월 ㈜모노세라피아를 설립하고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각오로 장비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


이후 2001년 친환경 내화·단열소재로 활용이 가능한 섬유강화 세라믹복합체를, 2003년엔 사파이어 단결정 및 다결정 실리콘 성장에 필요한 HEM(Heat Exchange Method)을 각각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4년에는 소재부품 제조장비 국산화 및 신속한 A/S를 위해 기계사업부를 신설했으며 국내 산학연과의 협력을 통해 Hot Press·진공소결로·GPS·CIP 등을 국산화했다.


국방 관련 소재와 장비를 제작하던 것이 인연이 돼 지난 2011년 화생방 방호, 탄약, 위장 및 신호관리 전문기업 삼양화학공업(주)에 인수돼 지금의 삼양세라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방탄복, 방탄 세라믹스, 제올라이트, 조명탄 등 사업을 하고 있는 삼양화학공업 관계사들과의 시너지를 통해 회사는 한단계 성장하게 됐다. 회사 매출은 2008년 20억원에서 2012년 70억, 2021년 150억원으로 늘고 있고 현재 총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양세라텍의 주력 제품을 소개해달라


고기능 세라믹 또는 금속분말 원료를 성형, 소성 등 공정을 거쳐 소재화하기 위해선 초고온·초고압·극저진공 장비가 필수다. 특히 반도체, 분말야금, 항공우주, 국방 등에서는 이러한 공정 수준과 장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삼양세라텍은 공정을 선도하기 위한 제품개발을 추진해 왔다.


삼양세라텍의 주요 장비사업 분야는 크게 △진공소결/탈지로 △핫 프레스 △GPS △CIP/WIP(냉간/온간 등방압 성형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진공소결로는 진공 또는 불활성가스 분위기에서 원료를 1,000~2,500℃ 까지 가열해 압축성형한 세라믹, 금속분말을 소결하기 위한 장비다. 우리는 고온 소결과 베이킹, 다양한 조건에서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 설계·제작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시험설비를 구축해 공정개선을 원하는 고객에게 소결 서비스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핫 프레스는 소결이 어려운 세라믹 등 재료를 진공 또는 불활성가스 분위기에서 일축방향으로 최대 300톤의 압력으로 눌러 고온(100~2,500℃)으로 가열해 접합하는 장비다. 소결 첨가제가 필요 없고 상온 소결에 비해 온도가 낮고 소결 시간도 짧아 고품질 소결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양세라텍의 핫 프레스는 소결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형 깨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형과 재료를 냉각 후에 분리하는 방식이 아닌 고온에서 적절한 시점에 분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장비는 현재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소재을 생산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올해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GPS는 2,000℃ 이상 초고온에서 최대 200Bar의 가스압을 가해 소결을 촉진시켜 고품질의 소결체를 생산하는 장비로, 주로 고온에서 열분해가 일어나는 질화규소 소결에 사용된다. 이 장비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삼양세라텍은 지난 2006년 국내 세라믹공구 선두 업체인 舊 쌍용머티리얼(現 유니온머티리얼)에 양산설비를 납품한데 이어 삼성전자의 형광체 양산장비로 납품하였었고, 현재는 전기차용 기판제 제조 필수 장비로 널리 공급하고 있다.


CIP는 유연한 몰드에 세라믹·금속분말이나 성형체를 넣고 압력용기 내부에 장입해 유체(물·기름)를 이용해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압력을 가해 치밀화시키는 장비다. 밀도 분포가 균일한 고밀도의 성형체를 탈지 과정없이 소결할 수 있으며 소결 후 치수 변화가 적고 다양한 형상 구현이 가능해 후가공을 최소화 할 수 있다.


WIP는 적층된 성형시트를 진공포장해 압력용기에 넣은 후 내부바인더의 녹는점과 가까운 온도에서 유체를 이용해 균일하게 압력을 가해 치밀화시키는 장비다. 적층압력이 고르게 분산되고 수축이 정확히 제어되기 때문에 MLCC, 하이브리드 칩 등 부품을 적층하는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삼양세라텍은 CIP/WIP 장비 등의 핵심인 내압 vessel 제조를 위해 필수적인 Wire-Winding 기술을 자체확보해 상용화했다. 또한 모든 장비는 자동 운전과 자동제어가 가능하며 고객이 편리하게 사용관리할 수 있도록 원거리 제어, 공정조건 데이터 제공, 모니터링 등을 제공한다. 특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장비는 Interlocking이 이중으로 돼 있고 무인으로 운전할 수 있다.


핫 프레스·진공소결로·가스가압소결로 등 국내 최다 납품, 초고압·고진공·대형 장비 개발

장비 개발·운영 노하우 하루아침에 축적 못해, 수요기업 협력해야 소·부·장 독립 가능


▲ 주경 삼양세라텍 대표가 제작이 한창인 초대형 CIP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라믹 소재부품 개발 트렌드와 이에 대응하고 있는 삼양세라텍의 기술력은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로 거론되는 IOT,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센서와 탄소중립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배터리, 태양광 등에는 공통적으로 세라믹이 많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세계 세라믹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데, 시장조사전문기관에 따르면 세계 세라믹시장 규모는 2015년 3,193억달러에서 2025년 6,767억달러로 연평균 7.8% 성장하고, 이중 첨단세라믹 시장은 3,825억달러로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첨단세라믹 시장의 성장과 함께 보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서 고성능·고기능을 요구함에 따라 장비 역시 초고압·고진공·대형화 등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졌다.


삼양세라텍은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설계 데이터베이스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산업 수요에 맞춰 고객 공정에 최적화 된 장비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형 SiC(탄화규소), AlN(질화알미늄), B4C(보론카바이드), TiB2(타이타늄 이붕화물) 등 비산화물 세라믹스 제품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초대형 핫 프레스가 있다. 이 제품은 2,300℃에 달하는 초고온에서 공정이 가능하며 국내 소재부품기업과 전남테크노파크에 공급됐다. 또한 국내 소재부품기업이 반도체 히터 및 정전척을 양산하는데 필요한 온도 편차가 거의 없는 4축 핫 프레스를 개발해 외산장비를 제치고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이밖에도 외국에서도 제작하지 못하는 80℃에서 5천기압을 발생 유지하는 국내 최대 크기의 WIP를 제작해 반도체 부품 생산라인에 공급했다.


소·부·장 독립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소·부·장 독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좋은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좋은 장비가 필수적이며 이를 운용하는 기술도 축적돼야 한다. 고기 맛집에 비유하자면 고기(소재)를 구워 고객들에게 판매하려면 불판(장비)을 잘 선택해야하고 불판에서 어떠한 불 세기와 온도로 구워야 좋은지 종업원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20여년간 장비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 중 하나는 국산은 외산보다 싼 대신 품질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약하다는 선입견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수요기업들이 외면하면서 국산 장비업체는 범용 위주의 중저가 장비시장에서 경쟁해야 했고 자연히 수익성도 떨어져 인력양성은 물론이고 기술개발과 같은 재투자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정부나 협회·단체들이 장비 수요기업과 제조기업을 연계하는 기술개발과제를 활발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장비 경쟁력 강화는 절대로 하루아침에 실현될 수 없다. 장비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이를 운영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은 오랜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항공, 국방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장비의 경우 세계 각국이 국익을 빌미로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산 장비기업을 양성하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첨단사업을 시작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국내 거의 대부분의 장비 제조기업이 중소기업임을 감안하면 장비를 장기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꼭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가 공정·장비 협력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수요기업 참여와 함께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전문가들이 도와준다면 첨단소재 개발을 위한 장비개발시간 단축과 창의적인 장비를 개발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장비 수요기업과 제조기업 간 파트너십 정립도 필요하다. 제조기업이 영세하고 경쟁도 치열하다보니 제조기업은 수요기업에 종속돼 다른 기업과 거래를 못하거나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정개선은 더욱 어려워지고 수요기업도 유연 공정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제조 경쟁력이 뒤쳐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때문에 장비 수요기업과 제조기업은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대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삼양세라텍은 국내 유명 반도체 장비 소재부품기업과 협력을 통해 외산보다 우수한 장비를 개발·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양사가 공정개선에 필요한 기술과 개선점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고민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러한 성공은 국산 장비 기업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며 소통과 협력 문화가 정착된다면 국가 제조 경쟁력 강화는 물론 첨단산업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소부장 독립도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삼양세라텍 공장에서 핫 프레스를 제작하고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4557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프로토텍 11
서울항공화물 260
이엠엘 260
린데PLC
im3d
엔플러스 솔루션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