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탄소국경세에 대한 국내 검증 체계와 신기술 및 제품의 국제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제2차 탄소중립 산업전환 민·관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부, 대한상의, 중기중앙회, 국가기술표준원, 포스코경영연구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제철 등 주요 업종별 기업 및 협회, 출연기관 등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민·관 전문가가 함께 글로벌 탄소중립 관련 규제 동향을 공유하고,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확대 및 수출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탄소국경세(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배출 규제가 약하고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수출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로 EU와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별도로 부과한다. 2023년부터 3년동안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는 실제로 부과할 계획이다.

EU 내에서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을 수입하는 업자는 사전에 연간 수입량에 해당하는 양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certificate)’를 구매해야 한다. 인증서 1개는 탄소 1톤에 해당하며, 품목별 탄소량은 생산 과정에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으로 계산한다. 

예를들어 한국산 철강 1톤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2톤일 경우, 이를 수입하는 EU 내 수입업자는 철강 1톤당 인증서 2개가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와 미국이 톤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시 한국의 EU 수출은 0.5%(약 32억 달러, 한화 3조6608억원), 미국 수출은 0.6%(약 39억 달러, 한화 4조4616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정부는 탄소국경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통상 규범에 부합해야 하고,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날 국가기술표준원 임희정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녹색분류체계에도 국제 표준 적용을 예상하며, 스마트폰, 전기차배터리 등 선도 제품군과 수소 연료전지 등 탄소중립 신기술에 대해 선도적으로 국제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허재용 수석연구원은 EU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 산정, 검증 체계 등에 대한 국제 기준이 부재한 상황으로, 한-EU간 수출제품 원단위 산정·검증체계를 마련하고 각국에 맞는 탄소규제 정책 이행을 위해 다자(WTO, OECD 등) 및 양자(EU)협상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최남호 산업부 산업정책관은 “탄소중립의 국제무역 규범화에 따라 탄소장벽은 확대될 전망이다. 탄소장벽 대응을 위해 제품 탄소배출 기초데이터(LCI DB) 확보, 기업 맞춤형 탄소배출량 산정 컨설팅, 저탄소 공정설계 플랫폼 개발 등 각종 지원사업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세미나에서 논의된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의 수출경쟁력 확보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민·관 소통체계를 상시화해 업계 애로 및 건의사항을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