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한국의 산업별 對러시아 수입 및 고의존 품목수 (단위: 백만 달러, %, 개, 자료:관세청)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주요국들과 러시아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된 가운데 우리나라 수입의존도가 높은 희귀가스와 고무 등에 대한 공급망을 면밀히 점검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전망과 영향’을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는 러-우 전쟁으로 인해 물가상승, 식량위기, 부품 및 원자재 공급망 혼란과 재편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 전쟁’ 방향과 우리의 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국 공급망에 대한 영향’을 주제발표하며 국내 경제는 분쟁 당사국들과의 무역 감소를 통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금융, 군사, 에너지 수출 금지에 집중하고 있고, 러시아의 對 한국 수출의 경우 규제품목 비중이 0.6%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의 교역은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희귀가스 수입 동향을, 러시아와의 교역은 고무 등 일부 소재부품과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상승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온, 제논(크세논), 크립톤 등 희귀가스는 반도체 미세화 공정으로 인해 식각 공정 등에 적용이 확대되며 반도체 핵심소재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철강단지는 린데, 에어리퀴드 등 주요 희귀가스 생산기업 공장이 위치해 있는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많은 양의 희귀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크립톤 총 수입액 중 우크라이나 비중이 30.7%, 러시아 비중이 17.5%에 달하고 제논도 우크라이나 비중이 17.8%, 러시아 비중이 31.3%를 차지하는 등 거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하고 있다.

김바우 전문연구원은 “크립톤과 제논은 3년 연속 수입단가가 급증하는 등 초과수요가 지속되고 있으며 전쟁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수급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한국 수출의 1.5%, 수입의 2.8%를 차지하고 있고 주로 원유 및 백금 등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무(HS 400231)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점유율이 높은 동시에 한국의 對러시아 수입의존도가 높아 관련 기업들의 공급망 안정성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러시아는 세계 원유수출의 12%, 천연가스 수출의 7%를 차지하고 있어 국제가격 급등 시 한국경제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이날 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자동차 판매 및 생산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7%, 25.4%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미국, 서유럽에 판매되고 있어 서방 국가들의 제재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 Arctic LNG 2 개발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선수금이나 잔금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주요 조선사가 대규모로 수주한 극지용 LNG 운반선, LNG-FSU(부유식저장설비), 선체 블록 및 기자재 등의 프로젝트에서 차질이 발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를 유예하고 금융상품의 만기 연장, 조선사의 유동성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유럽의 대러시아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수입을 대체하기 위한 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