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튬 시장의 변동성(자료: USGS, EV Volumes, 코리아PDS,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전기차 시장 성장에 힘입어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니켈 등의 금속의 수요도 고성장을 지속해 왔으나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배터리 금속의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리튬과 니켈 가격이 급락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배터리 금속 가격이 더 하락할 경우 신규 프로젝트들의 경제성 악화 및 공급 증가가 어렵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리튬은 이차전지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다.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리튬의 원료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이 사용되고 있는데, 탄산리튬은 스마트폰, 노트북, 전동공구용 등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배터리 제작에 사용된다.

수산화리튬은 에너지밀도를 높여주는 니켈과 합성이 쉬어 높은 밀도와 용량을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면서 그 사용량이 증대하고 있다. 이에 단기간 내 리튬 생산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리튬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었다.

NH투자증권 리서치 본부에서 발표한 '배터리 금속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국 전기차 수요 급증으로 인해 리튬 가격은 급등했다가 2019년 보조금 삭감으로 전기차 성장률 둔화 및 공급 증가로 폭락한 적 있다. 그러다 2021년 중국의 전기차 수요 급증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리튬 공급 차질 우려 등으로 2차로 급등했다.

▲ 전기차 수요 증가로 리튬 생산 증가 지속(자료: USGS,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전망)

하지만 지난해 배터리 금속 가격 급등에 따른 기존 업체의 증설과 신규 업체의 진입 등으로 공급 과잉과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및 높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면서 니켈, 리튬 등의 배터리 핵심 소재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수요 증가 둔화 및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에 따른 공급 우려 완화로 또 다시 리튬 가격이 급락했는데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수산화리튬의 중국 내수가격은 톤당 42,343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7% 하락했다. 수산화리튬의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1월 kg당 454.5RMB에서 이달 17일 131.5RMB로 71.1% 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리튬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리튬 시장이 아직 미성숙 하기 때문으로 이 같은 현상은 향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리튬 가격의 방향성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달려 있으나 현재 가격은 거품이 상당 부분 빠진 수준이다. 가수요가 사라지면서 중국 리튬 산업 내 전반적으로 낮은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해 리튬 천연 공급원인 레피도라이트 같은 고비용 생산자들의 생산 감소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알버말(Albemarle)은 리튬가격이 중장기적으로 kg 당 20달러 이상 유지돼야 신규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 전기차 판매 전망(左)과 리튬 수요 전망(右)(자료: EV Volumes,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글로벌 리튬 생산량은 지난 2012~2022년 10년 동안 약 4배 연평균 14% 증가했다. 이러한 높은 성장 배경에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인해 이차전지의 수요 또한 확대 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 생산량은 연평균 55% 증가했으며, 이차전지 수요 비중은 2012년 22%에서 2022년 80%로 상승했다. 올해 리튬 생산량은 전년대비 40% 증가해 100만톤LCE(탄산리튬 환산 단위)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어 리튬 수요의 증가세 역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침투율 상승에 의한 리튬 수요 증가 추세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EV Volumes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시장 침투율은 45%로, 4,600만대 판매가 예상되며, 이를 감안하면 2030년 예상 리튬 수요는 2023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한 330만톤LCE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차전지의 또 다른 핵심 금속인 니켈은 전성과 연성이 탁월하고 대부분의 환경에서 내식성을 가질 뿐만이 아니라 고온 및 저운 강도 또한 우수한 특성을 지녀 스테인레스스틸(STS)에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배터리의 원료, 건축자재, 의료기기 등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이차전지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 이차전지용 니켈 수요 급증(자료:Nornickel,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용 니켈 수요가 금속 기준 2025년 84만 1000톤, 2030년 237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장 규모로 보면, 2025년 185억 1100만 달러, 2030년 710억 8800만 달러로 커진다는 의미다.

니켈의 종류는 순도에 따라 Class 1 니켈(순도 99.8% 이상)과 Class 2 니켈순도 99.8% 이하)로 구분되는데, 고순도 니켈인 Class 1 니켈이 배터리 생산에 적합하며, 짧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가 요구되면서 니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 급증(자료:USGS,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Class 1 니켈은 전체 니켈 생산량의 35%를 밑돌 정도로 생산량이 적은데, 전기차용 니켈 수요 증가로 인도네시아의 니켈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니켈 생산량은 과거 2016~2022년 6년간 연평균 7.9%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41.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비중은 10%에서 48%로 급등했다. 이차전지용 니켈 수요 비중은 2018년 6%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2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니켈은 최근 배터리 부문의 수요가 계속해서 탄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이후 니켈 공급이 수요를 훨씬 앞지르며 재고가 증가했다. 여전히 증가하는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량과 세계 주요 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니켈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2023년 LME(런던금속거래소) 니켈 선물가격은 LME 재고가 역사적 최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중 내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LME(런던금속거래소) CASH 기준 올해 1월 니켈 가격은 톤당 28,240 달러에서 11월 13일 기준 17,000 달러로 약 40% 감소했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공급 증가가 니켈 가격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니켈은 저품위 니켈로 이차전지용 니켈 생산 시 비용은 고품위 니켈 사용 시보다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저품위 니켈의 경제성을 훼손시켜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저품위 니켈로 이차전지용 니켈 생산 시 탄소배출량도 많고 생산과정 중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어 공급증가에 리스크로 작용하며 니켈 가격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전기차 성장에 따른 니켈 수요 증가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조사 기관 BNEF는 탄소중립 기조 아래 2040년까지 이차전지용 니켈수요가 20200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위협적이나 고성능을 요하는 부문에서 니켈은 대체 불가능 하며, 전기차 뿐만이 아니라 니켈은 항공기에도 필요하고 항공기용 이차전지는 가격보다는 성능이 우선이고 교체 주기가 짧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전기차 버금가는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