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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2-07 14: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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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희소금속을 포함한 금속 자원의 공급 차질을 우려한 국가 간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가채연수(자원의 확인 매장량을 연간 생산량으로 나눈 지표)로 본 자원의 희소성과 특정 국가의 생산 집중도 고려 시 상당수의 금속 자원에서 공급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자원보유국의 정책 불안정성이 자원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생산집중도가 높은 금속이 잠재적인 공급불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희토류 이외에도 크롬, 안티모니 등의 희소금속도 공급불안정성이 높은 자원이다.

앞으로 중국 이외 지역의 희토류 생산이 확대되겠지만 중국 발 공급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금속 자원의 공급제한은 그린 제품을 비롯한 첨단 제조업의 생산과 신흥국의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에도 잠재적인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금속자원 공급난의 확산 시 소재기술의 경쟁력이 약하고 자원 보유가 빈약한 우리나라의 경우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가열될 금속자원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원밀도가 낮은 광구의 개발 및 생산 비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자원 관련 기술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잠재력이 있는 해저 금속자원을 효과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친환경 자원개발 기술도 중요해질 것이다.

또 폐기물의 안정적 수집체제를 구축해 금속 자원을 리사이클 할 수 있는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 금속 자원의 희소성이 첨단 소재·부품의 조달 난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희소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 제조업의 기반기술도 강화해 가야 한다.

■금속 자원 확보 경쟁 확대의 의미

최근 희소금속(Rare Metal)의 일종인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 원소기호 21, 39와 57~71)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사이의 마찰에서 나타났듯이 금속 자원의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국가 간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희토류는 그린카, 휴대폰, 반도체, LCD, 의료기기, 원자로 등에 쓰이는 17개의 원소를 말한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희토류의 매장량은 세계의 연간생산량의 798배로, 700년을 넘는 가채연수를 가지고 있어 석유의 40년 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세계 생산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수년 전부터 전략물자로서 통제를 강화하고 수출물량 줄이기에 나서 공급차질이 우려된다.

만약, 중국이 계속 희토류 수출량을 삭감해 공급차질이 발생 시 우리 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희토류뿐만 아니라 그린카용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 특수철강재에 쓰이는 티타늄, 망간, 촉매에 쓰이는 팔라듐 등의 백금계열의 금속, LCD에 쓰이는 인듐, 휴대폰에 사용되는 탄탈 등의 희소금속에 대해서도 자원 확보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리튬의 경우 가채연수가 500년을 넘어 생산량에 비해 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편이지만 향후 전기자동차의 보급과 함께 희소해질 가능성이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유럽, 중국이 유력 자원보유국인 볼리비아 광산에 대한 개발권 확보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 희소금속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린 산업의 발전에 따라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며, 이에 따른 자원자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고, 각국이 차세대 그린 산업에서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자원을 무기로 활용 또는 선점하려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인위적인 공급차질의 위험이 있다.

이러한 희소 자원뿐만 아니라 매장량이 풍부한 것으로 인식되던 구리, 아연 등의 베이스 메탈(Base Metal)도 수요 급증과 함께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구리의 경우 가채연수가 30년, 주석은 20년, 아연은 18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성장으로 이들 베이스 메탈의 수요가 급증하고 베이스 메탈의 가격도 상승 추세다.

희소금속이나 베이스 메탈 산업 자체 규모에는 한계가 있으나 이들 자원의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관련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기계, 의료, 군수, 각종 인프라 산업 등 많은 산업의 생산이 위축되고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때문에 주요국은 전략적 관리가 필요한 금속 자원을 지정하면서 자원 확보전에 매진하고 있다.

■ 상당수 금속 자원에 공급 불안 가능성 잠복

신흥국의 고성장에 따른 베이스 메탈의 소비 급증, 그린 산업 발전으로 인한 희소금속 의존도 확대, 자원 보유국의 공급 통제, 대규모 자원 기업의 고가격 정책 등으로 다수의 금속 자원에서 공급불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007년, 이러한 공급 차질 발생 우려가 있는 금속을 ‘Critical Mineral’로 지정했다. 그 품목은 베이스 메탈로는 구리, 희소금속으로서는 망간, 갈륨, 인듐, 니오븀(Niobium), 탄탈(Tantalum), 리튬, 티타늄, 바나듐(Vanadium), 백금계열 금속, 희토류 등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최근 경제성장세의 정체와 함께 베이스 메탈의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코발트, 네오듐, 디스프로슘, 리튬 등 31개를 희소금속으로 지정하고 니켈, 크롬, 텅스텐, 몰리브덴, 코발트, 망간, 바나듐 등의 7개를 전략비축 물자로 관리중이다.

EU는 지난 2008년에 전략물자를 지정한 데 이어 올해 6월에 ‘Critical raw materials for the EU’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희소금속을 중심으로 41개 자원의 중요성이 지적됐으며, 그 중에 자원 대체 및 리사이클 가능성, 자원보유국의 불안정성 등을 고려해 14개(17개 희토류를 1개로 계산)를 고위험 자원으로 분류했다. 안티모니, 베릴륨(Beryllium), 코발트, 게르마늄, 텅스텐, 마그네슘, 그라파이트, 형석(螢石) 등이 지정됐다.

<그림 1>에서와 같이 가채연수로 본 자원의 희소성과 1~3위 생산국의 집중도를 비교해 금속자원의 공급 불안 정도를 가늠할 수가 있다. 이를 보면 구리, 아연 등의 베이스 메탈의 경우도 가채연수에 여유가 없는 실정이지만, 생산국이 상대적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에너지와 달리 리사이클도 가능하다. 중장기로 볼 경우 자원고갈 문제가 서서히 대두할 수는 있으나 단기적인 공급차질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리의 경우, 향후 생산량 확대를 담당할 지역이 정치적 불안정성이 큰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및 잠비아, 수송 인프라가 미진한 몽고, 외국자본에 대한 강경책이 나오기 쉬운 중남미 등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급의 동 광산 개발프로젝트는 극도의 정치혼란을 보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의 관련 인프라 부족에 따른 생산 및 수송 차질, 자원 관련 세율 인상, 국유화 등이 구리 가격의 상승세를 부추길 요인이 된다. 더욱이 이러한 공급 불안감 때문에 투기적 자금이 구리 시장에 유입되는 경향도 있으며, 이것이 가격의 급등락 리스크로 작용한다.

철광석의 경우 구리에 비해 자원 매장량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나 호주 BHP 등 독점적인 자원 메이저의 지배력이 커 수요 확대기에 가격이 급등하기 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구리나 철광석 등의 베이스 메탈은 대량의 자원을 활용하는 데다 대체기술의 개발도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희소금속의 경우 가채연수가 짧으면서 생산 집중도가 높은 품목이 공급차질 리스크가 크다. EU가 지정한 안티모니가 이에 해당되는데 가채연수가 11년이면서 중국의 생산 집중도가 90%를 넘고 있다.

가채연수 15년으로 남아공 등 상위생산국의 집중도가 74%에 달하는 크롬도 공급불안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보이며, 가채연수 16년으로 생산 집중도가 98%인 스트론튬(Strontium)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크롬은 스테인리스 등 각종 금속의 부식을 억제하는 합금 재료로 사용되며, 스트론튬은 고온초전도 재료, 브라운관 유리용 첨가제, 자석 재료 등에 사용된다.

그리고 자체 수요를 우선해 자원의 보전과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중국이 1위 생산국이면서 생산 집중도가 높은 품목도 잠재적인 공급불안 자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는 비스무스(Bismuth), 갈륨, 바나듐(Vanadium) 그리고 희토류 등이 있다.

비스무스는 납을 대신한 새로운 땜납 재료로 첨가되거나 의약품, 총알, 낚시 도구 등에 사용되며, 갈륨은 LED, 파워 칩 등에 사용된다. 바나듐은 고층빌딩 등의 고강도 철강재, 자동차용 부품, 각종 공구, 항공기용 합금(티타늄과 혼합), 원자로 등에 사용되고 있는 중요한 재료이다.

■ 중국 발 희토류 공급 불안 장기화 가능성

자원공급의 불안정성은 소재기업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유리 기판의 연마제 등에 쓰이는 세륨의 가격은 올해 1~6월 kg당 10달러 수준이었지만 중국의 수출규제 강화로 급상승해 지난 8월에는 40달러, 中·日 마찰의 여파가 확산된 10월에는 55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中정부가 지난 7월, 올해 하반기 희토류 수출 허가 물량을 크게 줄여 올해 연간 수출이 4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륨을 가공해서 연마제를 생산하고 있는 쇼와덴코 등의 일본기업은 11월의 출하 물량부터 공급가격을 4배 인상했으며, 코닝, 아사히유리 등의 유리 제조업체를 거쳐서 LCD나 HDD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에게도 비용 상승여파가 크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국이며, 각종 첨단 소재를 우리나라 등에 공급하고 있어 희토류 파동으로 1차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면 그 부담을 한국 등의 조립업체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하고 있으나 세륨을 활용한 연마제의 경우 쇼와덴코 등 일본계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비용 전가가 용이하다.

이와 같은 가격 상승보다 더 큰 문제는 희토류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소재, 조립 등을 포함한 공급사슬이 차단되고 관련분야를 포함해 엄청난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쇼와덴코는 중국에서 7~12월에 조달할 수 있는 세륨 물량이 1~6월의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기업은 수년 전부터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 희토류 재고를 늘려 왔기 때문에 희토류의 공급 차질이 광범위한 산업의 생산 차질로 당장 이어지지는 않을 테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감소세 지속 시, 내년 이후 악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쇼와덴코의 경우도 내년 초까지의 재고는 확보된 상황이지만 그 이후에 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한다.

세륨 이외의 기타 희토류의 가격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용 모터의 핵심재료 중 하나인 디스프로슘의 경우 작년 말 kg당 100~200달러 수준에서 지난 8월에는 300~4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해 10월 이후에는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전기자동차를 전략적으로 육성 및 보급하겠다는 방침 하에 중국기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외국계 자본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세계의 97%지만 매장량은 36% 정도이기에 다른 지역의 희토류 자원개발이 활기를 띨 경우 중장기적으로 희토류의 공급불안 문제는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사실, 1990년대에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 생산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최대 생산국이었던 미국이 생산 재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의 Mountain Pass 광산이나 호주의 광산 등이 생산 재개를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이번 희토류 마찰로 일본이 베트남, 몽고,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희토류 자원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이 일본에게 첨단 소재가공기술 보유기업의 중국 투자나 기술이전을 요구하면서 희토류 자원을 교섭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2년 정도 밖에 안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일본기업이 재고를 활용하고 소재 사용량 절약, 리사이클, 일본 이외 지역으로의 핵심소재 수출량 감축 등의 방법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삭감에 대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이외의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미국의 Mountain Pass 광산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모터에 쓰이는 영구자석 재료인 디스프로슘이 많지 않고 미국 내의 기타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수년 이상 소요된다.

생산재개가 예정되고 있는 호주의 Mount Weld의 경우 리만쇼크 이후 광산 오너의 자금 사정 악화로 중국비철금속광업사(CNMC: China Nonferrous Metal Mining Co.)가 51.6%의 지분을 확보해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도요타통상과 일본정부가 개발 추진 중인 베트남 희토류 광산의 경우 100만대 전후의 그린카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디스프로슘을 함유하고 있고 2012년부터 생산을 개시하지만 중국 발 희토류 공급 불안이 1~2년 사이에 끝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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