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대항해시대가 우주를 배경으로 다시 막이 오른 가운데 우주항공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적층제조(3D프린팅) 기술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 스마트제조엔지니어링사업단과 국립창원대 첨단방산소재부품연구실(센터)가 주최하고 3D프린팅연구조합 주관으로 ‘제3회 스마트제조 적층제조기술 공유 심포지움’이 24일 9시부터 창원 그랜드 머큐어 호텔 2층(그랜드 볼륨)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지역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 적층제조기술을 활용한 우주·항공·방산 부품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고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산학연관 관계자 170명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박종규 국립창원대 연구산학부총장, 이조원 3D프린팅연구조합 이사장. 박용갑 산업응용공유연구소 소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우주항공청 개청에 따른 비전 및 목표와 산업정책 방향(최원석 우주항공청 사무관) △적층제조(AM) 기반의 항공부품 제작 및 수리기법 개발 사례(이홍철 공군항공기술연구소 소장) △우주항공용 금속 적층제조 기술의 동향과 국내외 기술개발 전망(강민철 3D프린팅연구조합 상임이사) △대형 항공부품 적층제조 기술 연구개발(김우종 대건테크 본부장) △AM 공정의 항공기 적용을 위한 시험 평가(손진일 테스코 대표) 등이 주제발표됐다.
과거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사업이 민간으로 이전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우주여행 비용이 20년전엔 인당 2천만달러(275억원)에 달했으나 이젠 20만달러(2.3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민간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전 지구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 저궤도 소형위성을 2020년대 중반까지 1만2,000개 쏘아 올린다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중대형 발사체에 이어 소형발사체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적층제조는 부품 제조단가 절감 및 제작기간 단축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찍부터 우주항공산업에 적용됐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에 세계 항공우주 및 방산 적용 적층제조 시장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강민철 3D프린팅연구조합 이사는 “2020년 기준으로 항공우주 및 방산 적층제조 시장은 전체 적층제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으며 시장규모는 2021년 4.9억달러에서 2027년 13.3억달러로 연평균 성장률은 21.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금속 적층제조 장비도 기존에는 공공기관에 구축이 활발했으나 2022년부터는 대기업과 군 등에서 주도하고 있다. 또한 정밀도가 우수한 PBF 방식 금속 적층제조 장비 구축이 대다수였지만 기능성, 양산성, 대형화 요구에 따라 DED, 바인더 젯(BJ), WAAM(와이어아크적층제조) 방식 장비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강민철 이사는 “국내 우주항공 분야 적층제조 부품은 적용 소재에 대한 인증 및 신뢰성 조사가 미진해 미사일, 안테나 등에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소재 개발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금속 분말 국산화와 함께 차세대 항공 분야와 적층제조를 결합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적층제조는 방산 분야에도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전투기의 경우 구입부터 퇴역까지 총 비용의 60~80%를 정비, 수리 등 유지관리가 차지한다. 또한 항공기·장비 수리용 부품의 경우 10점 이하 소량 생산이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단종 부품도 많아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적층제조가 효율적이다.
공군에서는 현재 비금속 3D프린터 6대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부터 전투기 난냉계통 부품 등 282종에 달하는 1만여개 부품을 적층제조로 제작했다. 또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업을 통해 지난 2018년부터 힌지브라켓, 연소기 하우징 등 금속 3D프린팅 제작기술을 개발해왔다.
이홍철 공군항공기술연구소 소장은 “적층제조는 ICT 유연생산체계의 핵심 기술로 항공기 운영유지에 매우 적합한 기술로 확인돼 부품개발 전담 부서가 신설됐다”며 “산학연 협력을 통한 항공부품 국산화와 수리기법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군은 소요 기술을 발굴하고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등 민간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항공 및 방산에 필요한 정밀한 금속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대형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 금속 3D프린터 국산화 기업 대건테크는 800mm³에 달하는 대형 금속 부품 생산이 가능한 국내 최대 크기의 금속 3D프린터 ‘M800’을 개발했다.
‘M800’는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국산화에 성공한 장비로 500W 또는 1kW 레이저 4개를 장착할 수 있어 빠른 부품 생산이 가능하며 외산 장비대비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대건테크는 글로벌 시장에 장비 판매와 함께 전방동체, 엔진 연소기 노즐, 엔진 부품 등 10종의 비행체 부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우종 대건테크 부장은 대형 장비의 완성도와 양산성을 높이기 위해 흡배기 시스템 개선, 레이저 겹침 영역 처리 기술, 자동 분말 공급, 분말 재공급 자동 시빙 시스템, 챔버 교체 및 챔버 이동 장치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장비 국산화를 통해 보안문제 해결, 3일내 A/S 해결, 분말 선택 자유성 향상, 우수한 가격경쟁력, 공정 기술 무상 지원 등의 장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종규 창원대 부총장은 축사를 통해 “방산, 원자력 등 지역 주력산업에 적층제조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산학연관이 함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조원 3D프린팅연구조합 이사장은 “제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적층제조 기술을 선도해야하지만 중국 등 후발국에게도 밀리고 있어 위기를 겪고 있다”며 “조합은 앞으로도 스마트제조 적층제조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