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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2-16 00: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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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미 FTA 추가협상-엄격하게 말하면 ‘재협상’이라고 표현함이 타당하다-타결 내용이 공표됐다.
한미 FTA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에 기대어 너무 안일하게 협상하는 것은 피하길 기대하였다. 그러나 우려와 같이 마치 강요당하듯이 미국의 요구안을 대폭 수용한 내용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돼지고기와 의약품의 적용 일정에서 양보를 받아 형식적인 균형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미 FTA는 이미 2007년 6월 합의서에 양국이 서명하였고 양국 의회의 비준을 통하여 시행되는 것만 남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비준 통과를 조건으로 한 미국의 쇠고기 수입 규제완화 요구를 이명박 정부가 들어줌으로서 커다란 국민적 저항을 불러온 쓰라린 경험을 하였다. 거기에 부당한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를 들어주었다면 당연히 이번 재협상은 우리 정부가 우위를 점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더욱이 이 정부는 ‘설득력 없는 추가 협상이 국민적 저항을 부른다’라는, 명분상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우위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행해진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한미 FTA 추가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한미 작전권 이양 기한 연장에 대한 미국 정부의 동의에 대하여, 그리고 G20 정상회담 서울 개최에 대한 오바마의 지원에 외교적 관례에 비추어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절제되지 않는 감사의 뜻을 공공연히 표하였다. 더 나아가 한미 FTA 협상 중임에도 다름 아닌 최고 결정 층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도요타 사태와 같은 경우를 당할 수 있음’을 공표하여 협상 테이블상에서 우리 스스로의 발목으로 묶는 우를 범하였다.

거기다 연평도 사태의 절박한 안보환경과 한미군사 합동 작전 등의 도움을 받는 특수한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함으로써 이번 협상이 미리 카드를 모두 보여주고 시작하는, 단지 ‘얼마나 양보를 하느냐’가 관건인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협상의 기본은 당연히 상호주의에 기반을 둬야 하고 합의한 결과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미 상호 간에 독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상응한 주고받음’을 통하여 각자 불만이 있음에도 양국이 협정문에 사인까지 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 기본을 끓임 없이 깨뜨렸던 것이다. 향후에도 똑 같은 행태를 범하지 않는 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 이번과 같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들어 주었으니 야당에서 주장하듯 ’일방적인 퍼주기식 협상‘이니 ’굴욕적인 협상‘이니 ’안보를 돈으로 샀다‘라는 등의 평가를 듣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할 것이다.

협상의 기술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를 보였다. 2007년 합의된 내용 역시 우리 측에서는 자동차 부문의 보전으로 균형을 맞추었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이번 협상은 그 자동차 부문에 대하여 대폭 양보를 함으로써 명분도 실리도 보두 잃은 내용일 수밖에 없었으며, 협상 중임에도 상기한 바와 같이 우리의 최고 결정 층이 우리의 협상 카드를 사전에 읽을 수 있도록 노출시키고, 재협상이 없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도 사전 또는 사후 국민에게 양해도 없는 등 일국의 정부가 한 것치고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더 나아가 상호 간에 작위적인 균형을 꿰어 맞추고는 추가로 ‘세이프 가드(Safe Guard)’의 독소조항을 반영하고서도 그 심각성을 외면한채 안일한 해석을 내놓는 정부의 행태는 커다란 문제라 할 것이다.

우리가 유일하게 얻었다는 자동차 부문의 이점을 일거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에 상응한 미국 품목에 대한 담보 또는 보험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실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경제가 걸린 협상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서도 우리에게 반면교사로 삼을 내용이 많다. 일방이 요구한다 하여 재협상에 응하면서 협상 카드는 사전에 드러내 보이고, 구성원들의 공감이 없는 ‘통 큰’ 양보를 하면서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는 독소조항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는 안일한 판단 등 정부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실책들은 두고 두고 곱씹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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