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광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새해벽두부터 제품가격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요처의 입장도 살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이번달 300계 스테인리스 제품 출하가격을 톤당 20만원 인상했다. 또한 한국철강, 환영철강 등 중소 전기로 제강사들도 철근가격을 톤당 5만원 올렸다.

국내 LPG밸브, 볼밸브, 자동차밸브, 피팅 등 황동밸브업계도 제품 가격을 300원가량 올렸으며 아세틸렌제조업체인 경인화학산업과 SDG는 아세틸렌가격을 최고 25%까지 인상했다.

이 같은 다양한 원자재 가격의 일제 인상에 대해 업체들은 그동안 원료가격 변동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으나 최근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원가압박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테인리스 제조원가 중 70%를 차지하는 니켈가격은 LME기준으로 지난 12월 평균 톤당 2만4,054달러를 기록, 연초 대비 30%나 급등했다. 밸브 값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리가격도 같은 기간 23% 증가한 9,072달러/톤을, 중소기업들에 필수 원자재인 주석가격은 무려 47% 급등한 2만6,032달러/톤을 기록했다.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아세틸렌의 원료인 카바이드의 경우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카바이드 업체에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생산차질로 인해 가격이 폭등했다.

원자재 값 상승세는 올해도 유지될 전망이어서 가격 상승과 그로 인한 신경전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 12월24일 91.58달러/배럴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싱가포르 휘발유, 경유, 나프타 제품 가격도 급등하며 소비자 물가 상승도 전망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코리아PDS에 따르면 올해 비철금속가격은 장기적인 ‘제로금리’ 상황 및 미국의 양적 완화정책으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리, 주석은 공급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수급에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조달청은 지난 하반기 수입수요의 4일분에 해당하는 구리 5,000톤과 주석 200톤을 미리 확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원자재가 상승분을 맘편히 제품가에 반영할 수 없는 공급업체, 특히 대기업을 수요처로 둔 경우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형국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나 실제 수요처의 눈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원가절감을 중요시하는 대기업에게 납품단가 인상요구는 요원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가 내세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과 지난 12월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등이 있었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

사회 분위기상 전처럼 ‘뻣대는’ 경우는 줄었을지 몰라도 실무단계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대기업 고객사에 정면으로 대응할 중소 공급업체는 상상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포스코가 철강시장 회복 및 원료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요기반 안정을 위해 1분기 철강가격을 동결시킨 조치에 주목할 만하다.

단기적 이해를 주고 받는 관계를 떠나 국내 산업생태계를 함께 가꿔가는 동반자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정립되려면 키를 쥐고 있는 대기업부터 고통분담과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