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최근 산불 후 극한 강우에 의한 산사태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골든타임 확보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 이평구)은 지질재해연구본부 김민석 박사 연구팀이 극한 강우 뒤 산사태 발생 2시간 반 이내에 위험도를 파악하고, 산사태 후 토석류 재해를 예측해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대형 산불 후 일어날 수 있는 산사태와 토석류의 위험성을 예측함으로써 적절한 재난 대응 기반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온이 1℃ 상승하면 북반구 고지대의 강수량은 평균 15% 증가할 수 있어 산사태, 토양 침식, 홍수 등의 자연재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4%가 산지로 이뤄져 있고 최근 기온 상승과 급격한 강수량 변화로 산사태와 토석류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의 식생이 사라지고 토양 안정성이 약화돼, 인위적 복원·복구가 필요하다. 이런 영향으로 강우가 발생하면 산사태와 토석류 등의 재해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그동안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연구됐지만 사전 예측된 기상 상황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물리적 기반 모형을 전국에 적용하는데 한계점이 존재해 직접적인 강우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기상청의 초단기 예보 자료인 국지예보모델(LDAPS)을 기반으로 1차원부터 3차원까지 연동되는 물리기반 산사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대형 산불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사태와 토석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2023년에 발생한 예천 산사태 지역과 경주 불국사 인근 토암산에서 발생한 산사태에 적용한 결과, 예측 정확도가 약 85% 이상에 달했다.
특히 산사태 후 발생할 수 있는 토석류 전이 위험 지역을 예측하는 2차원 토석류 모델을 개발하고, 산림지역 토양 특성, 유목, 암석 등의 이동까지 반영해 위험반경해석 정확성을 90% 이상으로 향상시켜, 실제 재난 대응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김민석 박사는 “산사태 위험도 예측 기술 개발은 대형 산불 후 여름철 극단적인 강우에 따른 산사태-토석류 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고 밝히며,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인 산사태 대응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해 세계적인 수준의 산사태 재난 대응 기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지역에서의 산사태-토석류 위험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9월 네이처(Nature)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와 11월 ‘CATENA’에 게재돼 기술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