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01-13 23:41:56
기사수정

◆C₂H₂의 몰락, 왜?

용접용 소재로 각광받으며 지난 1980년대 초 연간 5,000톤 이상의 수요를 자랑하던 C₂H₂는 용접공정의 고기술·고효율화와 함께 노동집약적 산업인 금속가공 산업의 해외 이전이라는 장기적인 변화의 흐름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수요가 서서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CO₂, LPG 등 C₂H₂를 대체할 수 있는 용접용 가스가 등장, 이들 품목에 수요를 빼앗기게 되면서 매년 10%에 달하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단기적으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경기침체까지 겹쳐 C₂H₂ 시장은 ‘더 줄어들 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다.

C₂H₂의 열세는 LPG, CO₂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원가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바이드 가격이 상당한 부담이 되는데 게다가 지난 10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카바이드를 물과 함께 가열, 가스형태로 포집하는 아세틸렌 제조공정상 전기로 가동에 소요되는 전력사용료 역시 계속해서 그 부담이 커져왔다.

더구나 불안정한 물성 때문에 여타 산업가스와 달리 다공성 물질이 내장된 특수 고압용기에 아세톤, DMF 등 용제를 미리 주입해야 하는 유통상의 번거로움 역시 적지 않은 비용 요인으로 작용한다.

◆‘양강구도’ 형성에 하위업체 도태

어느 시장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덩치가 작은 쪽부터 도태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에서 열위에 있던 C₂H₂ 제조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기에는 지난 2006년 SK의 잉여물량을 들고 시장에 진출한 SDG(당시 SD글로빌) 영향도 컸다. 당시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나머지 회사를 압도하던 경인화학산업은 지금도 비슷한 점유율로 ‘업계 톱’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SDG가 업계 2위로 부상한 지금 상당수 하위랭커들이 그만큼 시장을 뺏기거나 C₂H₂사업을 접었다.

2006년 당시 경인화학산업을 제외한 대일가스, 신일가스, 대창가스, 협신가스, 평화가스, MS가스, 원진, 신창, 경북산소, 팩슨, 해동산업, 천일가스, 동해가스, 덕양에너젠 등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던 업계는 수요감소와 매출부진에 고심하던 일부 회사가 사업포기를 검토하는 와중에 돌출된 SDG의 등장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원진 등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파장이 일기도 했다.

현재 경인화학산업, SDG, 동해가스, 덕양에너젠, 팩슨, 해동산업, 평화산소 등이 포진해 있는 C₂H₂업계는 경인화학산업이 점유율 50~55%선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후발주자 SDG가 30~35%로 2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나머지 기업들이 10% 내외의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월 80~100톤을 생산, 연간 총 생산량은 1,000~1,200톤 수준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C₂H₂, 특화수요만 남았다

현재 국내 C₂H₂시장은 수요의 80~90% 가량을 용접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인 용접, 절단 부문은 LPG와 CO₂에 잠식당했지만 LPG보다 훨씬 가벼운 비중으로 확산성이 좋아 높은 안전성을 요구하는 지하철 등 밀폐공간, 군관련 시설을 중심의 용접용 수요는 적은 규모지만 탄탄한 편이다. 삼성그룹 같은 경우에도 내부 공사에는 C₂H₂용접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가열온도가 3,000℃에 달하는 C₂H₂의 특성상 절단면의 용해문제로 절단공정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높은 온도를 필요로하는 압접공정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내기 위한 필수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C₂H₂의 불완전연소로 생성되는 카본블랙이 전선 피복, 반도체 코팅 등에 사용되는 등 가열, 금속표면처리, 합성섬유, 합성고무, 염화비닐, 제약, 향료, 향수, 아세트산, 알콜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바닥’쳤지만 상승은 ‘글쎄’

업계 대표기업인 경인화학산업조차 지난 1990년대 중후반 150톤에 달하던 월간 생산량이 지금의 40톤 규모로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시장 축소를 보여온 C₂H₂시장은 최근 몇 년간 그 하락세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됏다.

4~5년 전 ‘연 700톤’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 C₂H₂시장이지만 최근 1,000톤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이미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빠질대로 빠져서 말 그대로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인 시장에 대해 ‘바닥치고 상승’의 패턴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가격경쟁력 문제 등 용접시장에서 갖는 한계는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기 수월치 않아보인다.

지난 1일을 기점으로 경인화학과 SDG가 제품가격을 최고 25% 인상했지만 이는 중국 정부 정책으로 카바이드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나타난 카바이드 가격 상승과 그동안 누적돼온 전기료 등 각종 원가요인의 상승이 겹친 데 따른 것이어서 시장 호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오히려 부대비용 부담의 지속적인 증가 등 악재가 점점 불어나는 형국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한국코인 부도로 국내생산이 중단된 이후 지속된 C₂H₂용기 수급불안은 수년전 해외공장 등록제 실시로 수입조차 중단되며 더욱 악화됐다.

더구나 이로 인해 노후용기 비중이 더욱 높아지면서 15년 이상 용기에 매년 부여되는 재검사에 소요되는 검사비를 비롯해 아세톤 주입, 밸브교체 등에 소요되는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2011년 시장은 어디로

이 같은 실정에서 C₂H₂관련 기업들은 용기 수입절차 간소화 및 국내 생산 유도, 특례적인 조치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무엇보다 수요감소라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고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며 보다 심도있는 접근을 주문했다.

현재 기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양강구도의 심화를 예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빠질 만큼 빠진 상황이라고 하지만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보면 결국 대마(大馬)만 살고 다 죽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C₂H₂시장에서의 ‘탑 랭커’의 독주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산업생태계의 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업계 수위의 기업들이 규제간소화 등 정책변화 유도, 신규 수요발굴 등 업계 전체의 숙제에 대해 앞장서서 적극적인 대응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군살이 빠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는 C₂H₂ 시장이 하향안정세에 접어든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장기적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₂H₂ 탑2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617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마크포지드 9월
프로토텍 11
디지털제조 컨퍼런스 260
로타렉스 260 한글
이엠엘 260
3D컨트롤즈 260
서울항공화물 260
엔플러스솔루션스 2023
엠쓰리파트너스 23
하나에이엠티 직사
린데PLC
스트라타시스 2022 280
생기원 3D프린팅 사각
아이엠쓰리디 2022
23 경진대회 사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