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한·중·일 제조기업의 내년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은 원가·비용 절감으로 우선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감세 및 보조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최근 3국 매출액 1,000대 제조기업 303개사를 대상으로 ‘美 관세 정책 등에 관한 한·중·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의 품목별·상호 관세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내년도 매출액은 평균 4~7%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30일 밝혔다.
내년 매출 감소 예상치는 한국 기업 평균 -4%, 중국 기업 평균 -6.7%, 일본 기업 평균 -7.2%였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반도체·전자 △자동차·자동차부품 △기계 및 산업장비 △철강 및 금속제품 등 주력 수출업종에서 5~10% 이상 매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한국은 기계 및 산업장비가 –12.2%, 중국은 철강 및 금속제품이 -11.7%, 일본은 반도체·전자제품 -10.4%로 각각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나타났다. 3국 평균에서는 철강 및 금속제품이 가장 큰 하락폭(-10.3%)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에 대응한 투자계획의 조정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한국 기업은 투자계획 변경 없음(74.3%)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일본 기업 또한 61.4%가 변경 없음이라 답했다. 한편 중국 기업은 변경 없음(38.6%) 다음으로 투자 확대(28.7%) 응답 비중이 높았다.
한경협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관세 압박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배경으로 대규모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전략기술 자립화 정책 지원, 위안화 약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이 국내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한·중·일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보다는 원가·비용 절감을 우선 대응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서(해당사항 모두 선택), 한국 기업 46%, 중국 기업 61%, 일본 기업 41%가 ‘원가 및 비용 절감’을 꼽아 세 나라 모두 해당 항목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미국 현지 생산·투자 확대’ 응답은 한국 기업 11%, 중국 기업 17%, 일본 기업 21%로 일본 기업들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지역무역협정(RCEP, CPTPP, 한·중·일 FTA 등)이 미국 관세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지를 묻는 질문에, 중국 기업들은 동의 정도가 75.2점(100점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 기업은 동의(38.6점)가 비동의(12.9점)보다 약 3배 높았지만, 일본 기업은 비동의(22.8점)가 동의(20.8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로 인한 대외여건 및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대응하기 위해 한·중·일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우선순위는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정부에 △세금 감면(韓 58%, 日 41%) △재정 또는 보조금 지원(韓 58%, 日 39%) △관세 감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韓 46%, 日 58%) 등을 희망했다.
중국 기업은 한·일과 다르게 △신시장 개척 지원(60%)과 △관세 감축 외교 노력(58%) △국내 산업 투자(47%) 순으로 정부 역할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