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지역에 오랫동안 방치돼 온 석탄경석이 폐기물 규제 완화로 산업 자원으로 활용될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이를 순환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실태조사와 산업 지원, 법·제도 정비를 포괄하는 종합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13일 태백시청에서 ‘석탄경석을 활용한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심포지엄’을 열고, 석탄경석의 산업화 전략과 활용 가능성을 집중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6월 규제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식적인 논의의 장으로, 학계·연구기관·기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석탄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석탄경석은 오랫동안 폐기물로 분류돼 활용에 제약이 있었으나, 최근 제도 개선으로 산업 원료로 재탄생할 기회를 맞았다. 현재 국내에는 약 2억 톤의 석탄경석이 매장돼 있으며, 이는 유리·단열재·시멘트 등 세라믹 산업 원료와 유사한 화학적 조성을 지녀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다공성 건축 자재, 제철·제강 공정의 슬래그 원료, 제올라이트 기반 환경 복원 소재는 물론, 수소 추출·기능성 활성탄소·흑연 등 에너지 및 탄소 소재로의 활용도 기대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석탄경석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과 연계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송태협 박사는 “석탄경석의 산업적 활용가치가 확대되고 있어 건설용 골재·단열재 등 시범 활용은 일부 진행 중이나 체계적 공급과 인증은 여전히 미흡하다”며 “보관·운반·처리·공급 단계에서 친환경적이고 디지털화된 관리 체계를 구축해 비용 경쟁력과 녹색 인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 이원학 박사는 ‘석탄경석을 활용한 산업화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경석 적치지 정리, 선별·가공 플랜트 구축, 기업 맞춤형 제품 개발,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제도·재정 지원 등 전주기적 과제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폐기물 처리 비용 절감, 환경 개선, 국가 광해 방지 비용 절감 등 다층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태백 산업 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를 통한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김병곤 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좌장을 맡고 △김왕현 강원테크노파크 원료산업팀장 △성철경 동서엔지니어링 전무 △구재삭 클린페엔지니어링 대표 △민경소 에이씨엠텍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석탄경석의 기술적 활용 가능성과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강원TP 김왕현 팀장은 “경석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대량 소비형과 고부가가치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지역 내 기존 기업과 외부 유치 기업을 아우르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대량으로 경석을 소진하는 한편, 반도체 장비 부품처럼 소량이지만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산업을 육성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마련해야한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부족, 공장 부지 확보 난항, 운송 비용 부담 등을 주요 현실적 한계로 지적했다. 아울러 석탄경석을 ‘순환 골재’로 볼지 ‘광물 자원’으로 볼지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모호해 산업화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순환 골재로 인정될 경우 의무 구매율이 적용돼 활용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왕현 팀장은 “경석은 적용 제품군이 다양해 어느 기준이 더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렵고, 기업마다 순환 골재 인증 절차의 복잡성을 우려하는 동시에 의무 구매율 혜택을 원하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전도 제시됐다. 구재삭 대표는 “경석에 포함된 무연탄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다”며 대규모 투자 유치 가능성을 강조했다. 또한 기업들은 “사업 추진은 속도전”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로드맵을 앞당겨 실제 사업화 단계로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창환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장은 “석탄경석 산업화는 폐광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기회”라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석탄경석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미래 산업 자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한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 정책 지원, 산업 인프라 구축이 삼위일체로 병행될 때 폐광지역의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와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