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둘째 주 국제유가는 미·러 정상회담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그로 인한 석유 공급 차질 가능성 감소, 주요 기관들의 석유 물량 과잉 전망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PISC)가 발표한 ‘8월 2주 주간 국제유가 동향’에 따르면, 대서양 유종인 브렌트유 평균 가격은 전주대비 배럴당 1.05달러 하락한 66.2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4달러 떨어져 63.31달러를 나타냈으며, 중동 유종인 두바이유와 오만유도 각각 1.96달러, 1.99달러 하락해 각각 67.97달러, 67.96달러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유가 변동 요인을 살펴보면, 지정학 부문에서는 8월 15일 열린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며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담 자체는 장 마감 이후 진행됐지만, 러-우 전쟁 종전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수일 전부터 국제 유가에 선반영됐다.
앞서 미국은 지난 7월 29일 러시아에 열흘 내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논의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알려진 뒤 실제 제재는 실행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인도를 대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분에 대해 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으나, 정작 당사국인 러시아나 러시아 원유의 주요 수입국인 중국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뚜렷한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했으나 회담 직후 미국이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에도 유가 하락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역시 미국의 신중한 행보가 단기적으로 유가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석유 수급 부문에서는 주요 전망 기관들이 세계 석유 시장의 초과 공급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8월 12일 발표한 최신 전망에서 2025년과 2026년의 공급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세계 석유 공급 전망은 기존 하루 1억 460만 배럴에서 1억 540만 배럴로 80만 배럴 늘어났고, 2026년은 1억 570만 배럴에서 1억 640만 배럴로 70만 배럴 확대됐다.
수요 전망도 다소 상향 조정되었지만, 2025년에는 하루 20만 배럴, 2026년에는 하루 30만 배럴 증가하는 수준에 불과해, 공급이 크게 늘어난 폭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EIA는 2025년 Brent 연평균 가격을 7월 전망보다 1.67달러 낮은 배럴 당 67.22달러, 2026년은 7.05달러 낮은 51.43달러로 수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 보고서 역시 공급 과잉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폭(전년대비)은 하루 68만 배럴로, 7월 전망보다 2만 배럴 하향 조정됐다. 반면 공급 증가폭은 250만 배럴로, 종전 대비 40만 배럴 상향 조정됐다.
2026년에도 공급 증가폭은 하루 190만 배럴, 수요 증가폭은 70만 배럴을 기록하며 공급 과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두 기관 모두 OPEC+의 증산 가속화가 공급 물량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단기적으로 세계 석유 시장은 초과 공급에 따른 가격 하방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금융 부문에서는 시장 내 9월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유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8월 14일 미국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 악화를 언급하며, 9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대폭 인하(빅컷, 50bp)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5월과 6월의 미국 고용 증가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아졌음을 지적하면서, 수정된 지표가 사전에 알려졌다면 연준이 이미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으로 시장 내 금리 인하 기대가 한층 강화되며, 유가 하락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효과를 냈다.
아울러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월 11일 중국과의 기존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추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점도 유가 하락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관세 유예 연장으로 무역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에서는 공급망 안정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