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등 신기술 도입으로 전쟁의 양상과 무기체계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첨단무기체계 구축과 국방시스템 현대화를 위해선 적층제조(3D프린팅) 특화연구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회장 원준희)와 대한기계학회 스마트적층제조연구회(회장 최해진)는 지난 9일 국방 컨벤션에서 ‘K-방산 국제 표준 인증제도 발전과 적층제조 기술 적용 방안 대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대토론회는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급변하는 무기체계 패러다임 속에서 방산 제품의 전주기적 품질 확보를 위한 국제표준 인증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핵심 기술인 적층제조 기술의 방위산업 적용 방안과 제도적 발전 방향을 심층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군 및 산학연 등 1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는 원준희 회장과 최해진 회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부승찬 국회의원, 유용원 국회의원의 축사와 함께 안규백 국방부장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배중면 대한기계학회 회장, David Rosen 미국재료시험학회 적층제조 설계표준위원장의 서면 축사가 이어졌다.
적층제조 기술은 기존 제조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복잡한 형상의 부품 제작, 부품 병합, 경량화, 맞춤형 생산 등이 가능해 공급망을 혁신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어 차세대 방위산업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함정, 지상무기체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아 관련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적층제조는 현재 기존 제조방식을 대체하는 수준의 부품 MRO에 집중돼 있어 향후 첨단무기체계에 적용을 확대시켜야 하는 상황이나 R&D 투자, 기술인력 확보, 품질인증 표준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삼연 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방산 무기체계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적층제조 품질인증 및 적용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적층제조를 단일 부품 생산이 아닌 공급사슬망 관점에서 작전 현장에서 부품 제조 및 조달이 가능한 분산 공장에 적용하면서 전술 및 무기체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의 경우 적층제조 전략을 수립해 품질인증을 위한 표준개발, 국방기관과 관련 기업 간 연계 협력, 적층제조 부품 발굴 등을 추진하면서 걸림돌을 해소하고 있고, 품질 인증을 위한 ASTM F42/ISO TC 261 등 핵심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다.
김삼연 교수는 국방시스템 현대화를 위해 적층제조 특화연구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화연구센터의 역할로는 △국방 적층제조 연구 통합 △적층제조 표준 국방분야 부합화 △표준화 및 인증 로드맵 구축 △국방 적층제조 기업 인증·평가 수행을 통한 혁신기업 발굴 △산학연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기존 적층제조 인프라 활용 △방산 적용을 위한 실증 및 R&D 등을 제시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최해진 회장을 좌장으로, 이대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전문연구위원, 김대중 에이엠솔루션즈 대표, 송방원 건국대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해 적층제조 기술의 방산 적용과 인증제도 개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송방원 교수는 “정부가 구매자인 방산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적층제조 기술을 도입하면 공급가격이 낮아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적층제조 기술을 도입하면 공급가격을 올려주거나 기술 도입을 유인하는 조항을 만들고 특화연구센터를 구축해 부품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중 에이엠솔루션즈 대표는 “국방·방산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지만 적층제조 기술은 소재·장비·SW가 복합화된 기술이기 때문에 관련 검증체계가 없어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선·해양 적층제조 부품의 경우 선급 인증을 받으면 신뢰성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 처럼 검증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 플로어의 한 관계자는 “주변국의 전투용 드론은 광속으로 발전하는데 우리나라는 전통적 무기체계 획득절차에 발이 묶여 유사시에 필요한 드론 전력화와 대드론 방책의 전력화에 실기할까 두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행 무기체계 획득절차로는 러우 전쟁의 교훈인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는 무기체계 개발 및 획득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과제를 던졌다.
이처럼 이번 토론회는 K-방산의 미래를 위한 기술혁신과 제도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원준희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적층제조 기술은 단순한 제조기술을 넘어 AI 기반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를 지원하는 도구로 자리잡아야 하며,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인증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해진 대한기계학회 스마트적층제조연구회 회장은 “고도화된 적층제조 기술의 방산 적용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며, 무인생산체계 확보를 위해 기술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