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전기차와 충전기 사이에 발생하는 호환성 문제를 발 빠르게 해결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시험 센터를 경기도 안산에 구축해 전기차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KERI는 25일 안산분원에서 ‘글로벌 상호운용성 시험 센터(GiOTEC, Global interOperability Testing Center)’를 세계 최초로 개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개소식에는 KERI 김남균 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김영식 이사장, 안산시 허남석 부시장, 현대차·기아 이승석 상무, (사)한국자동차환경협회 정종선 회장, 미국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기업인 EVgo의 Keith Beckstead 연구소장 등 기관·기업 주요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상호운용성은 전기차와 충전기 간 충전 호환성을 뜻한다. 전기차와 충전기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표준에서 정의한 충전 절차 및 통신 프로토콜인 ‘시퀀스’도 존재하는데 표준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다수의 완성차 대기업과 다양한 충전기 기업들이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면서 제조사별 표준 해석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PnC(전기차 내 인증서를 통한 충전 과금 결제), V2G(양방향 충전 기술) 등 각종 신기술이 적용될 경우, 기술적 복잡도 증가로 인해 충전 오류 발생 빈도가 더욱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ERI는 다양한 전기차 및 충전기 제조사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인 ‘GiOTEC’ 구축을 추진해 왔고, 지난해에는 현대차·기아, 벤츠 코리아, BMW 코리아 등 전기차 업계 대표 기업, 그리고 다수의 충전기 제조사 업체들을 회원사로 꾸준히 확보하면서 이번에 공식 개소를 선언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상시 시험이 가능한 GiOTEC 탄생을 통해 전기차 완성차 업체는 물론, 충전기 제조사, 충전서비스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호운용성 확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구심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 기업이나 GiOTEC 운영위원회가 설정한 기술 기준을 통과하면 센터의 회원이 되어 본인들의 전기차 혹은 충전기를 추가 비용 없이 장기간(6개월 ~ 1년) 시험장에 상시 배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센터에 들어온 타 제조사의 전기차 혹은 충전기와 자유롭게 상호운용성 시험을 시행하고, 개선 방안 협의가 가능하다. 비회원도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 3~5일간 제품을 가져와 시험할 기회가 있다.
참여 기업 리스트와 활동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조사의 동의를 기반으로 시험 결과물(호환성 해결 방안 등)도 다른 회원사에게 공유된다. 여러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 제품의 품질 개선을 도모할 수 있고, 국제표준을 선도하는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KERI는 전력기기에 대한 국제공인 시험인증 기관이자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CharIN)가 지정한 ‘제1호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이기도 하여 시험 결과의 국제 통용성도 확보된다.
KERI 김남균 원장은 “전기차와 충전기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작하는 관계인 만큼, 상호 호환이 필수이고, 향후 충전 신기술도 도입되기 때문에 관련 표준을 확보한 국가나 기업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것”이라고 밝히며 “GiOTEC은 국내 기업에게 빠르고 정확한 시험을 제공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ERI는 이번 개소식을 통해 미국 전기차 충전서비스사업자인 ‘EVgo’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품질 개선을 위한 MOU 체결식도 진행했다. 미국 내 전기차 급속충전 네트워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EVgo와의 협력을 통해 GiOTEC의 발전은 물론, 국내 충전기 제조사들의 미국 진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