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산업용 로봇 설치대수 변화(출처: 산업연구원)중국 로봇산업이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구조적 기회를 맞이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권남훈)은 11월 3일 ‘피지컬 AI시대,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중국 로봇산업의 발전현황 △주요 성장요인 △우리 산업의 대응방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응용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IFR(2025) 통계에 따르면 ’24년 기준 중국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대수는 29.5만대(중국산은 17만대)로 전년대비 7% 증가했으며,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54%를 차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유니트리(Unitree) △유비테크(UBTECH) △로봇에라(Robot Era) 등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는 이미 기술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IDC(2025)에 따르면 ’25년 2분기 기준, 글로벌 로봇 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약 67.7%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산업은 시장수요 기반 ‘응용확산, 정책지원, 독자적 공급망 구축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 왔다.
먼저 ‘수요기반 응용확산’의 경우,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은 수요기반의 응용 확산이 주도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전자·자동차 부품 등 전략 산업의 고도화가 로봇 수요를 폭발적으로 확대했으며, 금속가공·식음료 등 범용 산업도 지속적으로 자동화를 추진하며 견조한 성장세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즉, 기존 사양산업이었던 범용 전통산업에서도 산업용 로봇 도입을 통해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로봇 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정책지원’의 경우, 중국정부는 ‘중국제조2025’전략 발표 이후 보조금 지급 도시를 크게 늘려 수요측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14년부터 ’23년 사이 로봇 수요보조금(demand-side robot subsidy)을 도입한 지방정부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보조금을 조기 도입한 도시일수록 로봇 관련 특허 출원과 로봇 기업 설립에서 지속적으로 가파른 성장을 나타냈다. 정부 보조금의 조기 도입이 기술혁신과 산업생태계 조성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독자적 공급망 구축’의 경우, 중국은 과거 일본·독일이 장악했던 감속기·서보모터·정밀센서 등 핵심 부품에서 빠르게 자급률을 끌어올렸다. IFR(2025)의 중국 산업용 로봇의 용도별 공급자별 설치현황을 살펴보면, 핸들링(물류) 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의 공급이 외국기업을 월등히 앞서고 있으며, 용접, 클린룸, 가공 분야에서도 중국기업이 이미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성시별로 지역내 자기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장쑤·저장·상하이 등 장강삼각주, 선전·둥관을 축으로 한 주강삼각주 등지에는 △감속기 △서보모터 △제어기 △센서 △배터리 등 부품 공급과 시스템 통합이 한 도시권 안에서 가능한 ‘메가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이 덕분에 개발·제조·시험·양산의 사이클이 수 주에서 수일로 단축되며 비용도 유럽·일본 대비 30~50%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러한 생태계는 중국 로봇산업 전반의 비용절감과 자기완결형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중국 로봇산업은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구조적 기회를 맞이했으며, 이제 고도화된 혁신 성장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중국 로봇산업은 전략적 독자적 공급망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며,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글로벌 로봇 공급망 재편을 주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조업에서 강점을 보유한 우리에게도 상당한 도전으로 작용한다. 먼저 단순히 로봇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이 △제조 △물류 △의료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실증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수요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또한 반도체, 정밀 장비, 부품 등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로봇산업은 단일 기업 차원에서 성장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융합 산업이므로, 반도체·장비·부품 등 기존 강점을 활용해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중 간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다각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중국과는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여 로봇서비스 분야에서 협력방안 모색해 보는 등 니치마켓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미국시장의 경우, AI 원천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물리적 로봇으로 구현하는 제조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므로 우리의 강점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2025년 2분기 글로벌 청소로봇 시장 점유율 현황(단위: %, 출처: 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