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김귀용, 김병조 교수팀이 개발한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의 전기적 상태 변화에 따른 과불화화합물 흡·탈착 메커니즘국내 연구진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영구 화학물질’ 과불화화합물(PFAS)을 적은 에너지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저농도 폐수에서도 선택적으로 회수·분해가 가능해 향후 수처리 공정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UNIST는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김귀용 교수와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김병조 교수 연구팀이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물속에 저농도로 존재하는 과불화화합물을 흡착·농축한 뒤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은 프라이팬 코팅, 방수 의류, 반도체 공정 등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지만, 환경에 유출될 경우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는 특성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보건 문제를 야기해 왔다. 최근 극미량 노출에도 인체 영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외에서 음용수 기준을 리터당 나노그램 수준까지 강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존 기술로는 처리 효율이 낮았던 저농도 과불화화합물 폐수에 대한 대안 기술이 요구돼 왔다.
연구팀은 전도성 고분자의 전기화학적 특성에 주목했다. 전압의 방향과 크기에 따라 고분자의 표면 성질이 변화하는 점을 활용해, 폐수 속 과불화화합물을 선택적으로 흡착·탈착할 수 있는 전극 시스템을 구현했다. 전도성 고분자가 코팅된 전극에 전압을 가하면 과불화화합물이 표면에 모이고, 전압 방향을 바꾸면 다시 떨어져 나오는 원리다.
이 방식을 통해 물속에 희석돼 있던 과불화화합물만을 선택적으로 모아 고농도로 농축한 뒤 전기분해하면, 저농도 상태에서 직접 처리할 때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분해가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은 기존 전기화학 분해 기술 대비 20배 이상 낮은 전기에너지로 과불화화합물을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하수 처리수나 수돗물 등 복잡한 수질 조건에서도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과불화화합물 흡착 전극과 분해 전극을 하나의 반응조에 통합한 정화 시스템을 구현했다. 분리와 분해가 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로, 기존처럼 흡착 후 소각·매립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특히 매립에 그치던 처리 방식과 달리, 과불화화합물을 최종적으로 분해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김귀용 교수는 “전도성 고분자는 탈착과 재생 과정에서 별도의 화학약품 처리가 필요 없고, 흡착된 과불화화합물을 쉽게 분리할 수 있어 저농도 폐수 처리에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분리와 처리 단계를 일원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 대비 공정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전도성 고분자와 과불화화합물 간 흡착·탈착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김병조 교수는 “이번 계산·시뮬레이션 결과는 향후 선택성과 가역성을 동시에 갖는 새로운 오염물 흡착제 설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환경·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1월 13일 출판됐으며,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