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진이 미세유체칩에 오염물질이 추출되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영국)이 고형물이 섞인 실제 환경 시료에서도 복잡한 전처리 없이 미량의 오염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미세유체 기반 기술을 확보하며, PFAS 등 환경 오염물질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환경 감시와 식품 안전 분석의 효율화를 이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주현 박사 연구팀이 충남대학교(총장 김정겸) 유재범 교수 연구팀과 함께 고형물이 포함된 시료에서도 별도 전처리 없이 오염물질을 직접 추출·분석할 수 있는 미세유체 기반 분석 장치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환경 시료 분석은 일반적으로 여과·분리·농축 등 다단계 전처리를 거쳐야 하며, 특히 물에 모래나 토양, 음식물 찌꺼기 같은 고형물이 섞일 경우 분석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고형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작 검출해야 할 미량 오염물질이 함께 손실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기존 액체-액체 추출법(LLE)은 많은 용매 사용과 자동화의 어려움이 한계로 지적돼 왔으며, 이를 개선한 액체-액체 미세추출(LLME) 기술 역시 고형물이 포함된 시료에서는 여과 공정이 필수적이었다. 실제 토양 오염수나 하천 퇴적물, 식품 슬러리 등 현실적인 환경 시료에는 적용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 기술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미세 칩 내부에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소량의 추출 액적을 고정·유지한 뒤, 분석 이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시료는 채널을 따라 흐르면서 고형물은 그대로 통과하고, 오염물질만 액적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이다. 고형물로 인한 채널 막힘이나 분석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 핵심이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활용해 과불화화합물(PFAS)과 항경련제 성분인 카바마제핀(CBZ)을 실제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모래가 섞인 슬러리 시료에서도 여과 과정 없이 한 번에 추출이 가능함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실험 결과 PFAS는 5분 이내 분석 신호가 확인됐으며, 슬러리 시료에서 추출한 카바마제핀은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 분석을 통해 명확히 검출됐다. 이는 분석 단계 수를 크게 줄이면서도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소형화·자동화에 적합한 플랫폼 기술로, 환경 오염 모니터링은 물론 식품 안전 검사, 의약·바이오 시료 분석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현 박사는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분석과 자동화 시스템에 실질적인 강점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환경·식품 안전과 직결되는 분석 기술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ACS Sensors(IF 9.1, 분석화학 분야 상위 3.2%)에 2025년 12월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는 화학연 기본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한-스위스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