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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2-28 1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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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 ‘동貨’ 신뢰도 하락

베트남 경제는 지난해 보여준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다양한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2009년의 5.3%를 크게 웃도는 6.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산업생산과 민간소비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호조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주변 동남아 국가의 주가가 지난해 중반 이후 급격히 상승하는 가운데 홀로 주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신뢰도 하락이 국가 신인도를 끌어내렸다는 점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국영 조선기업인 비나신(Vinashin)이 해외차입금에 대해 디폴트(default)를 선언하면서 베트남 국영기업에 대한 외채상환 우려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베트남 동(Dong)화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달러화와 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물가는 지난해 11월 전년동기 대비 11.1%로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보인 이후 12월 11.8%에 이어 지난 1월에는 12.2%로 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베트남의 금융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금융기관의 예금 중 달러예금 비율은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달러화 투기 수요를 야기해, 지난 1월 말 공식 환율과 암시장의 환율은 10% 이상의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대적 평가절하와 금리인상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달 11일 동화에 대해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중앙은행은 고시 기준 환율을 기존의 1달러당 1만8,932동에서 2만693동으로 9.3% 인상시키고 동화 환율의 1일 변동 폭을 기존의 3%에서 1%로 축소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6월 이후 6차례에 걸쳐 평가절하를 단행한 베트남의 이번 환율 절하 폭은 2010년 8월 2.1%, 2009년 11월 5.4%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는 2010년 이후 여타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과는 매우 상반된 움직임이다. 통화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최근 통화가치 상승과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2009년 중반 이후 통화가치가 10% 이상 상승하는 사이 베트남 동화의 가치가 급속히 하락한 이유로 기타 동남아 국가들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이 베트남이 시달려 온 만성적자를 지목했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 최근 베트남 중앙은행은 동화의 평가절하에 이어 인플레이션 대응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재할인율을 기존 9%에서 11%로 2%p 인상했고 은행 간 콜금리도 같은 폭으로 인상했다. 이는 2010년 11월 8%에서 9%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3개월 만이다.

취약한 산업경쟁력이 근본 원인

이처럼 베트남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일련의 악재들은 심각한 대외불균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최근 수년간 베트남의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무역수지 적자 역시 급증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50억달러 수준에서 2007년 142억달러로 급증했고, 2008년에는 180억달러를 돌파했다. 2009년에서 2010년까지 약 120억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수차례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DP의 15% 수준을 뛰어넘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베트남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말 260억달러에서 2010년 10월 14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을 베트남의 취약한 산업경쟁력에 기인한 구조적 불균형에서 찾고 있다.

베트남은 동아시아와는 ‘원료 수출-공산품 수입’의 전형적인 남북무역을, 서구선진국과는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는 동아시아형 무역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도화된 글로벌 산업구조 하에서 베트남은 가장 낮은 단계에 위치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공업화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입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년간 공업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1차 상품인 섬유제품(112억달러)과 신발(51달러)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수출구조 고도화 전략은 동아시아 국가와 경쟁이 불가피해 중국 제조업과의 경쟁에 밀려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실제 베트남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구조를 이행하려 하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기술 수준이 낮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 상품에 밀리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아세안 FTA로 중국의 중저가 상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것도 한 요인이다.

수입유발 경제전략도 문제

베트남은 경제 개방 이후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수출주도형 공업화’를 경제발전의 기초로 삼고 있다. 기존 국영부문을 중심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함과 동시에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해 공업화를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민간부문 육성도 중요하지만 혁신을 통해 성장을 견인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은 극복하기 어려운 난제다. 총 투자에서 외국인직접투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8년부터 2009년까지 30% 수준에 달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이같은 외국인직접투자는 최근 베트남의 요소부존도와 일치하지 않는 분야에서 증가해 베트남의 경제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베트남의 비교우위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임에도 과거 제조업에 치중해 있던 외국인직접투자는 최근 수년간 서비스업, 부동산 경영, 건설 등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2010년 누계 기준으로 제조업부문의 투자액(실행 기준)은 총 320억달러로, 전체 투자액의 50.7%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의 외국인직접투자 중 제조업부문의 투자는 각각 13.6%와 23.4%에 불과하고, 부동산 투자는 각각 45.1%와 38.9%로 상승했다.

베트남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수단으로 기업집단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 창의력이 발현되지 않아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국영기업은 정부의 특혜자금을 이용해서 투자를 확대했지만, 수익성이 낮아지며 투명성도 결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외불균형은 계속될 듯

현재의 글로벌 경제 환경과 대외무역구조에서 베트남의 무역수지 적자와 동화·환율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대기업형 조립산업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편 없이는 무역수지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프라 건설 계획과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전략에서도 수입·수요 유발효과가 큰 만큼 베트남은 한국의 1970년대와 유사한 무역수지 적자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동화의 평가절하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외환유동성 확보 문제가 베트남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베트남은 쌀, 커피, 수산물, 고무 등 1차 상품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섬유와 신발 등 경공업 부문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데다 원유를 생산한다.

2010년 말 외채규모는 307억달러로 외환보유고의 2배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 국제금융기구의 융자나 선진국의 양허성 ODA(공동개발 원조)로 구성돼 있다.

보고서는 베트남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와 성장률을 축소하는 점진적인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외화가득률이 높은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와 생산성 확대에 주력하고, 중화학공업보다는 노동집약적 경공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고도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농업과 제조업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기술 인력 개발과 지원 산업을 육성하는 점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수입대체산업 육성 노력은 베트남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유생산국인 베트남은 장기간 ‘원유 수출-정제품 수입’ 형태의 무역을 했으나, 2009년 최초의 정유공장을 설립하여 원유 수출을 줄이고, 정제품 수입을 축소했다.

원유 수출은 2004년 1,950만 톤에서 2010년에는 800만 톤으로 감소했다. 베트남은 향후 섬유직물, 철강, 석유화학, 전자부품 등에서 수입대체품 개발을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베트남은 외환유동성 개선을 위해 인프라 투자 등에 ODA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베트남 지원이 경쟁적으로 전개될 전망. 베트남 정부는 취약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선진국의 ODA 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일본과 중국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인도차이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ODA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투자에 관심 집중해야

베트남은 외환유동성 문제를 갖고 있지만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중요한 경제 협력국이다.

8,600만 명의 인구 중에서 4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공업화 과정에서 값싼 노동력 활용이 가능하며 중국의 대량조립형보다는 중간 규모의 경쟁력 있는 부문을 육성한다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향후 대 베트남 무역에서는 수출상품의 다양화와 수입상품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수출품목의 다변화가 부족하고, 일본에 비해서는 과도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63억달러(베트남 2위의 적자국)에 달해 베트남의 불만이 크지만, 일본은 700만 달러에 불과해 베트남의 불만이 적다는 것이다.

베트남과 장기적인 호혜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외불균형이 큰 베트남에 대해 일본과 같이 무역수지 균형을 목표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베트남 동화 환율 상승을 고려하면 현재 한국의 대 베트남 건설 및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도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특히 일본기업은 일본의 ODA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고층건물 건설, 신도시 개발, 도로 인프라 건설 등에 주로 BT(Build-Transfer)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입장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이전가격 조작이 만연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므로 투명성 제고도 필요하다.

또 장기적으로 제조업, 특히 베트남의 수입대체 부문, 수출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초가 허약한 베트남 경제는 지난 수년간 상당한 버블을 형성했으나, 대외불균형이 지속되면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베트남 경제발전 전략은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수입대체 및 수출산업에 더 집중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인프라 건설을 위한 중국과 일본의 ODA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로서는 이들과의 ODA 경쟁을 하기보다는 중간재 및 소재 부문의 투자 확대로 베트남 경제에 기여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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