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급증 속 보조금 조기 소진과 인프라 한계가 맞물리며 수요가 실제 보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인프라 구축, 산업정책 연계를 통한 구조적 대응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8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전기차 보급목표 달성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제45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지역별 보조금 소진과 정책 격차가 실제 구매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정대진 KAIA 회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의 핵심은 수요를 실제 구매와 보급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재정 대응과 정책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을 지나 회복세에 진입하며 2025년 보급 22만대, 2026년 1분기 판매 8만3천대로 급증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국 160개 지자체 중 전기승용차 45곳, 전기화물차 54곳에서 이미 보조금이 소진된 것으로 나타나 수요 증가 속도가 정책 대응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보조금 소진 시 국비를 우선 지원하는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추가 재원 확보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를 미래차 산업 전환의 핵심 주체로 지목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보조금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구축, 실증 환경 조성 등 지역 기반 수요 창출이 중요하다”며, 생산 중심에서 서비스·인프라까지 확장된 산업 구조에 맞춰 지자체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4월 초 기준 전기차 보조금 접수율은 승용차 71.3%(6만5,327대), 화물차 85.6%(1만5,199대)에 달했으며, 보조금 집행률이 90%를 넘는 지자체도 승용차 60곳(37.5%), 화물차 67곳(41.9%)에 이르는 등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추가 공고와 재원 확보를 통해 수요를 실제 보급으로 연결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조금 정책이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주요 변수로 지목됐다.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선임컨설턴트는 “지방비 보조금 수준이 수입 전기차 비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보조금이 낮을수록 수입차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5년 수입 전기차 보조금이 전년 대비 약 32만 원 감소했음에도 수입차 비중이 유지된 점을 들어,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선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보조금 정책이 여전히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보급 정책은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국산·수입차 구성, 가격대별 지원 구조, 지역 간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보조금 조기 소진이 소비자 간 형평성 문제와 구매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며, 정책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울러 충전기 관리, 불법주차 단속, 안전 인프라 확충 등 이용자 체감형 정책 강화와 함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및 정책 거버넌스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한편, 전기차 수요 확대가 국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조금 정책과 생산 기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전기차를 포함하는 등 제도적 지원 확대 필요성이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