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상승의 산업별 전이 메커니즘최근 고환율 국면에서 중간재 의존도와 대체 가능성 차이에 따라 가전·자동차는 수입을 줄이고 반도체·이차전지는 유지하는 등 산업별 대응이 엇갈리며, 이에 따른 비용 부담과 수익성 영향이 확대되면서 맞춤형 정책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권남훈)은 지난 16일 ‘고환율기 수입 구조의 산업별 비대칭성과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산업별 수입 구조 반응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고환율 국면은 ‘고환율-고유가’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비용 충격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차별화된다.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기업 전반의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입 비용을 증가시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그러나 국내 산업은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인해 수입 비용 상승이 곧바로 생산 원가를 자극하며,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이 같은 환경에서 산업별 수입 대응은 ‘수입조정형’과 ‘수입유지형’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가전·자동차·자동차부품 등 수입조정형 산업은 환율 변화에 따라 수입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특성을 보였다.
이는 대체 가능성과 조달처 다변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완성품 수입 감소를 중심으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수입대체 효과가 일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수입 감소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구조를 가진다. 수입대체를 통한 국내 생산 확대라는 기회 요인이 존재하는 반면, 중간재 수입 비용 상승은 생산비를 끌어올려 제조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떤 효과가 우세한지는 산업별 수입 품목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반도체, 원유, 이차전지 등 수입유지형 산업은 환율 상승에도 수입 규모가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비탄력적 구조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소재·장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가 어려운 쌍방독점적 거래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곧바로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특징이 뚜렷했다.
이들 산업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상승이 누적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설비투자 축소와 생산성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와 같은 전략산업에서는 투자 연속성이 훼손될 경우 중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산업별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입조정형 산업은 수입대체 기회를 국내 생산 확대와 연계하는 동시에 핵심 중간재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 수입유지형 산업은 환율 충격이 비용으로 전이되는 구조를 고려해 환율변동보험 현실화와 전략산업 투자 보호 장치 마련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아울러 산업 전반에 걸쳐 수입 물가와 물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기반의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환헤지 수단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실효성 있는 환위험 관리 컨설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