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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3-08 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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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도미노, 수단·이란 확산 가능성 커

이번 중동 사태의 시발이 된 튀니지의 경우 길거리에서 야채를 팔고 있던 대졸 청년 실업자가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면서 분신자살 한 것이 걷잡을 수 없는 민중 봉기로 이어졌다. 30%를 넘는 젊은 층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장기 집권했던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중동 지역 민중 봉기의 원인은 △독재에 대한 불만 △ 고실업 및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와 소득 양극화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의 네트워크 발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3가지 측면에서 중동 국가들의 시위 파급 가능성을 비교 분석할 수가 있을 것이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원인과 전개 방향을 고려할 때 이것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는 잠재성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독재 정권에 대한 이러한 불만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이번 중동지역 민중 봉기의 경우 일반 시민들이 대규모로 일어서면서 정권을 위협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민들을 연계시키는 매개체로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휴대폰 등 각종 네트워크가 활용됐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특정 세력을 철저하게 탄압하는 수법이 통하지 않고 직접 막대한 시민을 상대해야 할 부담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집트 군부가 시민에게 정부의 진압 명령을 내리지만 따르지 않았다는 것도 정권 붕괴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상과 같은 중동 민중봉기의 원인에 대한 각국의 취약성을 종합적으로 보면 경제고통지수와 독재정권의 불안정성 등을 합산해 점수화할 수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안정성이 낮고 경제고통지수가 높아 정치 불안이 확산될 수 있는 ‘고위험국’으로서 리비아와 함께 수단과 이란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등은 경제적 고통은 양호하나 정치적 불안이 커 ‘잠재적 불안국가군’으로, 군주제하에서 석유·가스 수출이 많은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상대적 안정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 ▲최근 국제유가 추이. ▲최근 국제유가 추이

■소요 안정화시 95불, 순차적 위기시 147불

최근 들어서는 튀니지와 이집트와 달리 원유 순수출국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정세불안에서는 주변 산유국으로의 시위 확산과 수송차질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상승했다면, 리비아는 세계 12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국제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 사태를 정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불안이 안정을 되찾을 경우,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95달러로 안정될 것이다. 비록 원유수출 감소로 세계 원유공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원유생산 비중은 2%로 크지 않다. 그리고 리비아 발 원유공급 차질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여유생산능력이 리비아 원유생산 165만 b/d의 2.8배에 이르기 때문에 OPEC 국가들이 증산한다면 리비아의 공급차질 우려가 해소되면서 국제석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 수단, 알제리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배럴당 10~40달러 정도 추가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산 200만 배럴 미만인 중·소 산유국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원유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앞서 위기를 겪은 산유국의 산유량이 순차적으로 회복될 경우에는 사우디 등 OPEC 회원국이 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 산유국에서 정세불안이 동시에 발생해 원유공급 차질이 겹친다면 국제유가는 현 수준에서 4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전망이다.

리비아, 수단, 알제리 등의 전체 원유생산량이 하루 364만 배럴에 이르는데, 이만큼의 원유생산이 한꺼번에 중단될 경우에는 세계 원유의 여유생산능력이 108만 배럴(세계수요 대비 1.2%)로 줄어들면서 2008년 수준(148만 배럴, 세계수요 대비 1.7%)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정세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유공급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공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WTI 기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제3차 오일쇼크…200달러 돌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거대 산유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급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제2차 오일쇼크 이상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산 860만 배럴, 370만 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에 대한 비중이 각각 9.8%, 4.2%에 달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80.2%에 달한다. 지금까지 원유공급 차질이 가장 크게 나타났던 시기는 이란 혁명이 발생한 1978년 11월부터 6개월간으로 560만b/d(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8.7%)에 이른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과거 1, 2차 오일쇼크 당시에 나타난 상승폭을 넘어설 전망이다. 1, 2차 오일쇼크 시기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최고 유가 기준으로 각각 134.6%, 166%이다. 현재 배럴당 국제유가에 이러한 유가 상승률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56달러~29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시나리오별 유가 및 경제적 영향. ▲시나리오별 유가 및 경제적 영향

■원유의존도 높은 세계경제, 1.4%p↓

국제유가 급등과 향후 중동 위기의 확산은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는 리만쇼크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지난해 4%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하반기에는 미국의 양적금융완화 정책에도 힘입어 더블딥(double dip) 우려를 불식하며 올해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은 이러한 세계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급격한 원유의 공급차질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은 세계 및 국내경제의 생산 차질을 가져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세계적으로 원유는 운송부문에 60% 이상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은 기업 측면에서는 주로 유통과정에서의 물류비를 상승시켜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상승, 석유화학 부문의 원료가격 상승이 산업 전체의 비용 상승으로 확산된다.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급격한 원유 생산 감소와 이에 따른 급격한 유가상승은 1, 2차 오일쇼크기와 1999~2000년 기간 등 세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높을수록 유가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오일쇼크 시기, 유가상승이 성장에 미친 효과가 올해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앞에서 살펴본 순차적 위기파급 시나리오의 경우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 효과는 0.2~0.9%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하락 효과는 1.4%p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함께 최근의 각종 원자재 가격 급등세도 겹치면서 고물가 속의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다만, 세계경제가 아직 리만 쇼크 이후의 금융부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급격한 유가 상승 시에는 세계경제의 성장세 급락이 빨라질 수 있고 이에 따른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락도 시차를 두고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도 이것이 과거 제1, 2차 석유파동기와 같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조업 비중 높은 국내경제, 충격 더 커

우리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또한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산업의 비중도 높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 구성이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관련 부품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고유가에 따른 우리경제의 충격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가상승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가중되는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이와 함께 소비 부담이 큰 내구재 수요도 미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미국의 소비구조 변화를 보면 자동차 소비가 연평균 15%p 이상 줄어든 가운데 가구와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경제는 순차적 위기 파급 시에는 경기 하강 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며 3차 오일쇼크 도래 시에는 성장률 급락이 불가피하다.

유가상승은 국내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8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볼 때 유가 10% 상승은 국내물가를 0.7%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2008년과 지난해 세계경제의 원유의존도가 유사한 점을 감안할 때 상승효과가 올해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크지 않고 고유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유가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동 정세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심각한 위기가 국내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 2008년의 정점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는 것도 금년 중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도 석유자원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원유수입선의 다변화, 대체 에너지의 개발 및 보급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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