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앞서 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KCC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곁에 있겠습니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는 한국초저온용기(주)(KCC) 박홍준 대표(사진)의 첫마디.
흔히 할 수 있고, 또 자주 입에 오르는 이야기지만 1980년대 말 스테인레스 초저온 액화가스 용기를 국내에 도입하며 지금껏 시장을 선도해 온 회사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초창기 렌탈시스템 도입으로 시장개척
박홍준 대표는 “21년 전 LGC(초저온용기)를 처음했는데 그때는 용기를 가스메이커가 대여해주고 그 비용을 액(액화가스) 가격에 포함하는 형태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 사용자와 구매자가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신규 제품이 시장에 파고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 해법으로 박 대표는 업계 최초로 ‘렌탈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그는 정수기업계의 렌탈 및 관리 시스템에서 착안, “액메이커가 사서 빌려주고 가스값에 포함시키는 것을 우리가 직접 사용자에게 렌탈해주고 일정 기간 동안 그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가 시장에서 품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국내에 없던 방식인 만큼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박홍준 대표는 “정수기 회사 시스템을 도입해보자니까 회사 안에서도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며 “우선 개당 가격이 당시 150만원이 넘는 용기를 보증금도 없이 하루 1,300원의 대여료만 받고 맡기는 데 대한 부담이 내부적으로 강하게 지적됐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난점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객과의 신뢰.
박 대표는 “어제 오늘 볼 사이도 아니기에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시장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생각을 바꾸니 큰 게 있다”는 한 마디로 이를 정리했다.
ERP 도입·팀장 중심 목표관리제로 실적↑
회사는 지난 2007년부터 회사 경영전반에 도입해온 ERP 시스템을 올해부터 본격 도입하며 회사 경영 체계화와 합리화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또, 수년 전부터 진행해 온 팀장 중심의 사업팀별 권한 이양도 이미 마무리단계다.
회사는 업무영역별로 초저온, 바이오, 기술영업, 헬스케어, 경영지원의 5개 부서를 편성, 각 팀장에게 예산과 인사에 관한 전권을 위임하고 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3년째 적용 중인 팀장 중심 팀별 사업체계는 올해부터 팀장 계약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맞춰 팀별 사업계획과 전략도 팀장 책임하에 목표와 실적을 회사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해마다 목표치를 받고 매년 12월 예산을 확정지을 때 사업부별 예상 매출과 순이익에 맞춰 경비와 인건비 등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인사에 예산까지 줬으면 (권한은)줄 거 다 준 거 아니냐”며 “팀장은 실적으로 말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야 회사가 성장하고 박 대표 자신의 은퇴시점이 잡힌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연봉 1억’ 팀장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팀장은, 빠르면 경력 10년에 달 수 있는데, ‘KCC 팀장 되면 1억 받는다’는 소문이 업계에 나면 고질적인 인재수급난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박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이 높은 이직률로 고민하고 있는 데 대한 박 대표의 해법이다.
‘바이오’ 주력분야 성장
회사는 최근 바이오 메디컬 관련 기기 쪽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두면서 주력 아이템을 기존의 LGC에서 바이오기기 쪽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이미 정선희 이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사업팀이 질병관리본부 산하 전국 거점병원에 관련 장비와 기기를 납품하며 해외 제조사로부터 시장 개척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회사는 LGC 시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온 신뢰와 브랜드 가치 위에 신규 시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성장력을 더해 회사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외환위기 때 고환율로 적지 않은 손실을 입은 회사는 아직도 정부의 재정지원 대출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도 두드러지는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올해를 ‘무차입 경영’원년, ‘연매출 100억 달성’의 해로 상정하고 있다.
제조사가 아니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되살려 고성능 가스기기 전문 유통회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한국초저온용기의 2011년이 한층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