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베릴륨(Be) 합금의 치과적 사용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베릴륨이 배제된 니켈-크롬(Ni-Cr)계 의치용 합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상용화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재료연구소(소장 조경목) 구조재료연구본부 특수합금연구그룹 나영상 박사(사진)팀은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발암물질로 구분한 베릴륨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생체친화형 국소의치(denture)용 합금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치과용 소재전문기업 태정메디스(대표 김병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상용화를 마치고 이미 지난 2월부터 ‘JDIUM 100’이라는 상표명으로 시장에 소개돼 호응을 얻고 있다.
베릴륨 함유 합금의 대체소재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코발트-크롬(Co-Cr)계로의 전환이 신규 설비 투자를 전제로 하는 반면 Ni-Cr계는 기존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주로 수입산이 주도해온 ‘넌(non) 베릴륨’ 국소의치 합금시장에서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물론 향후 세계 시장 진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국소의치용(틀니 지지체) 소재로 사용되는 합금은 얇으면서도 강하게 제작돼야 하는 용도 특성상 합금의 주조성을 높이기 위해 중량기준 2% 내외의 베릴륨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베릴륨은 공기중 2㎍/㎥ 이상의 분진만 존재해도 만성폐질환, 작업성 피부질환, 급성 간질성 폐렴, 만성 베릴륨 중독증 등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베릴륨의 치과용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 역시 지난 2008년 ‘의료기기 기준 규격 일부 개정 고시’를 통해 베릴륨 최대 허용 함유량을 기존 2%에서 0.02%로 조정하고 베릴륨이 포함된 치과용 비귀금속 합금의 제조,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바 있다.
이에 Co-Cr계 합금이 이를 대체하게 됐으나 소재 특성상 기공 설비 교체에 따른 시간적, 자금적 부담이 기공업체들에게 강요되고 있었다.
이번에 나영상 박사팀이 개발한 합금은 기존 국소의치용 합금 제작에 사용된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합금 제작 환경 변화로 인한 작업자들의 적응을 위한 시간 소요 및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 없다.
베릴륨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실리콘(Si), 보론(B), 니오븀(Nb) 등의 제어를 통해 우수한 주조성과 강도를 확보했다.
국소의치용 합금은 정밀한 형상으로 주조해야 하는 의치의 특성상 낮은 용융점이 관건인데 나 박사팀의 Ni-Cr계 합금은 용융점이 1,230℃로 Co-Cr계(1300℃)보다 우수하고 기존 베릴륨 함유 합금(1200℃)에 근접해 있다.
강도 면에서도 620MPa급으로 기존 합금과 동일수준이다.
나영상 박사는 “국소의치 관련 국내 시장규모는 2011년 기준 연간 약 60억원, 세계시장은 약 1,300억원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기술 개발 및 상용화 성공으로 수입 대체 효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선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노인 틀니에 대한 의료보험이 적용되면 국내 시장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 박사는 베릴륨이 없는 국소의치용 합금(Ni-Cr계)의 열팽창계수를 치아와 비슷하게 개선할 경우 치아 충전재료인 인레이(Inlay)와 충치 치료 후 치아에 덧씌우는 치아 형태의 보철물인 덴탈크라운(Dental crown)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료연구소 구조재료본부 특수합금연구그룹 나영상 박사는 그동안 마이크로 부품 성형 공정 및 관련 소재 개발, 벌크 비정질 합금 응용 기술 개발 등의 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