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1-12-06 13:35:42
기사수정

태양광·풍력 구조조정, 중국이 떠오른다

■신재생E 기업 몰락, ‘그린버블’?

지구온난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과 국가들의 산업육성 의지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세계 풍력 시장에서는 풍력 발전 설치량이 연평균 24.4%씩,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는 태양광 발전 설치량이 연평균 86.4%씩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일본 원전사고에 따른 탈원전 기류가 일본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미국경제 부진과 유로존의 재정위기 여파로 수요 둔화에 따른 위기를 맞게 됐다.

최대 태양광 업체 중 하나인 퍼스트 솔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반토막 났고 8월에는 업계 3위인 솔린드라(Solyndra)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태양광 발전 강국인 독일의 최대 태양광 기업인 큐셀스(Q-Cells)는 올해 상반기에 4억6,2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풍력 설치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독일계 터빈 제작업체인 Repower가 공장 지분 매각을 계획하는 등 풍력 산업에서 매출 부진에 따른 사업 철수와 매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도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조만간 성장을 재개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그린버블 붕괴, 녹색 신기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회의론이 강해지고 있다.

회의론이 강해진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경기둔화에 취약하다는 ‘아킬레스 건’이 크게 작용한다. 실제 주가지수로 살펴보면 미국 경제 부진과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인해 세계 주가지수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6개월간 13.4% 하락했다. 이중 금융산업, IT산업, 소재산업 등이 지난 6개월간 각각 23.1%, 4.9%, 22.3%씩 하락했는데 신재생에너지 산업 지수는 무려 33% 감소했다.

특히 태양광이 크게 타격을 받았는데 지난 3개월간 풍력 지수는 18.4%, 바이오연료 지수는 8.8% 하락했으나 태양광 지수는 무려 46.3% 급감했다.

▲ ▲신재생에너지원별 주가지수 (자료:블룸버그). ▲신재생에너지원별 주가지수 (자료:블룸버그)

수요…선진국 지원감소, 개도국 부상

공급…대형기업 중심 증설 추진

■공급확대·화석연료價 하향세, 발목잡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욱 부진한 원인은 지난 수년간 공급능력이 크게 확대된 반면 유럽의 보조금 감축과 화석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풍력과 태양광의 수요를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기술개발 투자가 확대되고 관련 생산시설이 확충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생산단가가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 BENF (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풍력 터빈 가격이 2009년 이후 20% 하락했고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08년 중반 이후 70% 하락했다. 주요 부품가격 하락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 개선으로 이어지고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일사량이나 풍속이 좋고 전력요금이 높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화석 에너지 등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높아 여전히 보조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 신규설치 기준으로 세계 풍력 수요의 25.9%, 세계 태양광 수요의 79.7%를 차지한 유럽이 재정위기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각종 보조금을 축소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이탈리아가 6월부터 보조금을 줄이고 있고 영국은 8월부터 50kW급 이상의 대형 태양광 발전 설치에 대해 보조금을 삭감했으며 독일은 내년에 보조금을 추가 삭감할 예정이다. 풍력발전에서는 스페인이 2013년부터 보조금 35%를 삭감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고 네덜란드는 정부 보조금을 민간 투자로 전환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다.

여기에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 자원의 가격 하락은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가 대홍수로 인해 공급 차질을 겪으면서 지난 해 말에 급등했던 석탄 가격은 공급사정 개선과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에 따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역시 비전통 가스인 셰일가스의 공급확대와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인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세계경기 둔화로 인해 전력수요 증가세가 위축되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에서 보조금이 줄어들고 화석 에너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NEF는 올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의 증가율이 지난 해 증가율에 비해 116.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 추이 (자료:BNEF, 괄호안 전년 대비 증가율).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 추이 (자료:BNEF, 괄호안 전년 대비 증가율)

■심화되는 중국발 공급과잉 압력

태양광 발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수요 둔화는 공급과잉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가 극심한 침체로 접어들면서 유럽,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이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장기적으로는 화석에너지 제약 극복을 위해 수요 촉진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 생산능력이 최근 2년간 174.7% 늘어나면서 2010년에 29.3GW에 이르게 됐고 같은기간 풍력터빈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11.3% 증가하면서 62.6GW로 확대됐다.

태양전지와 풍력터빈의 생산능력 확대에는 특히 중국의 기여가 크다. 중국의 세계 태양전지 생산능력 확대 기여율은 66.4% (최근 2년 기준), 풍력터빈의 경우에는 67.8%(2010년 기준)이며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태양전지 생산능력의 58.3%, 세계 풍력터빈 생산능력의 3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을 중심으로 풍력터빈과 태양전지의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자 지난해 기준으로 태양전지와 풍력터빈에서 공급과잉 정도가 수요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그 결과 공급과잉에 직면한 풍력과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생산 가동률을 낮추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제품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수익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태양광 시장에서는 중국의 태양광 기업들이 저가 덤핑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올해 2분기에 수요의 절반(8.6GW) 정도로 확대된 세계 태양전지 재고가 계속 늘어나고 태양광 모듈 가격은 올해 초 대비 20% 이상 급락했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주요 태양광 기업인 Suntech Power는 전기 대비 매출액 5.3%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샤프는 전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8%, 71.3% 감소했다.

풍력 역시 풍력 터빈 가격이 올 상반기에 전년 대비 8.5% 하락했고 중국 최대이자 세계 2위 풍력 터빈 생산기업인 Sinovel이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순익이 반토막 나는 등 대다수의 풍력 기업들에서 실적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 중 중국의 점유율(자료:솔라버즈, 백분율은 전세계 대비 중국 비중).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 중 중국의 점유율(자료:솔라버즈, 백분율은 전세계 대비 중국 비중)

■태양광 수요감소 최소 3년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유럽과 미국에서 재정위기와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태양광과 풍력의 세계 수요는 당분간 뚜렷한 반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 인도 등 개도국과 일본에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도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의 세계 수요의 확대는 이어질 것이다. 바이오연료는 배럴 당 100달러 이상의 유가가 예상됨에 따라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 설치 10대국에 각각 6개 나라가 포진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에서 수요가 살아나려면 남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되고 EU 회원국들의 재정상황도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상환능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프랑스와 독일 등 각국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한 채 재정위기가 그리스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재정위기의 긴장과 불안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위기가 민간금융의 리스크 확대로 확산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도 신재생에너지의 도입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풍력과 태양광 수요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세계 태양광 수요가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골드만 삭스는 보조금 감축에 따른 유럽의 태양광 수요 감소세가 최소 3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지난 8월초에 정부 재정적자 한도 수준을 확대하는 데 진통을 겪은 미국에서는 의회의 재정적자 감축 합의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 역시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양광 부문에서는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보전해주는 1603 프로그램이 올해 종료되고 풍력 부문에서는 세금감면제도(PTC, Production Tax Credit)가 내년에 마감될 예정인데, 이후의 지원 계획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태양광 보조금이 마감되는 올해 연말에 태양광 설치가 일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태양광과 풍력의 수요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고 비전통 가스인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내 천연가스 공급이 대폭 확대될 경우에는 미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가격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개도국과 일본 등 기타 국가들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원전사고를 경험하면서 각종 도입 지원책을 강화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일본이 태양광에 대한 발전차액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태양광 수요 증가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 상된다. 중국의 경우 태양광 발전차액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는데, 일사량이 풍부한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태양광 설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중국의 태양광 수요 증가가 유럽의 수요 감소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풍력의 경우에는 세계 풍력 신규설치 규모로 세계 1위(49.5%), 세계 3위(5.6%)를 차지한 중국과 인도가 세계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세계 수요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풍력은 유럽 비중이 26%로 작기 때문에 태양광 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연료의 경우에는 개도국이 견인하는 수요 증가에 맞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 속에서 연간 10%대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은 신재생에너지의 수요 확대를 촉진할 것이다.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은 개도국 중심의 수요 증가를 바탕으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친환경에 대한 규제 강화가 더욱 탄력받을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만약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post-Kyoto 체제가 도입되는 등 진전을 보일 경우에는 각 국가마다 온실가스 배출 절감이 엄격히 적용되고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여, 개도국 지원금 등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어 기후변화협약 회의가 큰 진전을 보이기는 힘들 것이다.

中 내수시장 기반 해외진출 본격화

소재부품·기술개발 강화로 돌파해야

■공급과잉 심화·부품가격 하락 당분간 지속

공급측면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대형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증설계획에 따라 공급확대는 제한적으로나마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이익이 감소할 수 있지만 화석 에너지 제약에 대응한 잠재성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로 최근 2년간의 공격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공급투자가 지속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능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에서는 특히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Suntech, LDK, JinkoSolar 등 중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비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일본 태양광 기업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 발전 차액지원제도 도입에 힘입어 기술 개발 중심으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주요소재인 폴리실리콘에서는 세계 최대 생산업체인 미국 헴록이 내년에 1만 톤 규모의 테네시 공장을 신규 가동할 계획이다. 풍력의 경우에도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에너지부가 4,300만 달러 규모의 해상풍력 기술개발 계획을 9월에 발표하는 등 생산능력 및 기술개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공급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 시장에서 공급과잉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터빈과 태양전지의 가격도 공급과잉 흐름에 맞춰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메릴 린치는 태양광 시장에서 나타난 공급과잉이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면서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NEF는 풍력 시장에서 심화된 공급과잉 수준이 내년에 소폭 확대되고 풍력터빈 가격은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잉공급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제품가격 하락은 수요 위축을 완화시켜줄 것이다. 다만 풍력과 태양광 수요가 제품가격 보다는 보조금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제품가격 하락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이 시장 안정성에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을 통한 발전단가 개선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비 절감에 따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도달이 필요하다.

채산성을 확보한 바이오연료에서는 공급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5년 동안 바이오연료의 생산능력이 남미와 북미를 중심으로 연평균 5%씩 증가할 것으로, 석유의 수요 대비 여유생산능력이 0.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 수급 사정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바이오연료 시장은 풍력과 태양광에 비해 안정적일 전망이다.

▲ ▲태양광시장(左)과 풍력시장의 공급과잉과 모듈·터빈가격 전망 . ▲태양광시장(左)과 풍력시장의 공급과잉과 모듈·터빈가격 전망

■덩치가 커야 살아남는다

바이오연료를 제외한 태양광과 풍력시장에서 공급과잉 심화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과다 출혈경쟁 탓에 대부분의 중소형 풍력발전 업체들이 수익 악화에 직면하면서 정부가 신규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서는 미국 Evergreen Solar와 SpectraWatt의 파산이 가격 경쟁력 약한 기업의 퇴출 신호탄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만 정부가 LCD 디스플레이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산업지원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결과 대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면서 원가 경쟁력이 강한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한 풍력과 태양광 산업의 산업재편이 예상된다. 산업성장 초기에는 기술선도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였으나 경쟁격화로 인해 원가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시장을 점유한 LCD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리한 입지에 선 대형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도 경쟁우위를 고수하기 위해 박막형 태양전지, 해상풍력 등 신기술 시장 우위를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도 노력할 전망이다.

이러한 경쟁구도에서 특히 중국 대형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 10대 풍력 기업 순위에서 중국 기업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기업이 세계 10대 풍력 기업과 세계 10대 태양광 기업에 각각 4개씩 포함돼 있다. 정부지원과 저렴한 인건비를 발판으로 생산설비 확충에 노력한 결과 유럽 기업보다 최대 40% 값싼 제품을 생산하면서 중국이 세계 최대 풍력터빈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생산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향후에도 중국 기업들은 정부지원과 내수시장을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발전차액지원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세계 태양광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부진을 내수에서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내수시장 활성화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능력 강화 노력을 유지하게 해 주는 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공급과잉 문제가 대두하면서 풍력기업들의 해외진출 시도가 강화될 것이다. Goldwind가 선도기술 습득을 위해 독일 Vensys를,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 미국 Uilk Project를 인수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지역별 태양광·풍력 수요 비중(2010년 기준). ▲지역별 태양광·풍력 수요 비중(2010년 기준)

■선진국의 녹색보호주의 대두

선진국 기업들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개발 노력을 강화할 것이나 현재 적용 가능한 기술개선 효과는 한정적이고 획기적인 기술 발전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정상황이 부실하고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위축되는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은 자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녹색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혜택 강화 등 재정이 투입되는 산업 지원보다는 규제 강화를 통한 국내 산업보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자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사용하거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등 자국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탈리아는 6월부터 EU산 부품이 60% 이상 포함된 태양광 발전에 발전차액지원을 10% 정도 추가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화를 강화하기 위한 톱 러너 프로그램(Top Runner Program)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치 기준에도 확대·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최고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톱 러너 프로그램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 유럽 국가들에게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기업의 자국시장 진입을 막는 방패로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들이 무역에 있어서도 보조금 지원을 받거나 관세장벽의 혜택을 입는 중국 등 개도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상무부가 중국산 태양전지에 대해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100% 이상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정부에 미국산 태양전지의 반덤핑 조사를 촉구하면서 태양전지를 놓고 양국 간에 통상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 ▲세계 10대 풍력·태양광 기업(2010년 기준). ▲세계 10대 풍력·태양광 기업(2010년 기준)


■기술력 확보·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어렵지만 가야할 길

이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산업의 구조조정 흐름에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기업 역시 향후 수년 동안 경쟁 격화를 각오해야 할 것이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성 확보가 어려운 분야에서는 혹독한 가격 경쟁에 내몰릴 우려가 높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중요한 미래 산업일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볼 때에도 우리나라가 이 산업을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닐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도약의 기회는 중장기적으로 열려있다. 세계 각국들처럼 우리나라 역시 성장 잠재력이 큰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입장이다.

따라서 극심한 산업경기 파동과 격렬한 경쟁에 따른 수익 악화 압력을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세계 최첨단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기술 강점이 없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계 기업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가치 사슬 속에서 핵심이 되는 부품 및 소재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기업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기전자, 화학, 기계 등의 관련 기술력을 활용한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의 경우에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중국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한층 주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신기술이 현실화되는 데에는 많은 투자와 수년에서 10년을 견딜 수 있는 꾸준한 노력과 연구개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당장은 빛이 나지 않을수도 있지만 미래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는 이러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amenews.kr/news/view.php?idx=940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마크포지드 9월
프로토텍 11
디지털제조 컨퍼런스 260
로타렉스 260 한글
이엠엘 260
3D컨트롤즈 260
서울항공화물 260
엔플러스솔루션스 2023
엠쓰리파트너스 23
하나에이엠티 직사
린데PLC
스트라타시스 2022 280
생기원 3D프린팅 사각
아이엠쓰리디 2022
23 경진대회 사각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